'인생 한 방' 아니고 '한 번 사는 인생'입니다 ⓒ MBC 무한도전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드레이크의 자기 자랑이 한국 사회와 문화를 휩쓸었다. 그의 '모토' 가사 내용에 포함된 '한 번 뿐인 인생'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You Only Live Once. 욜로.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을 뿐이에요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속속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트렌드 키워드를 빈틈없이 정의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욜로를 해석한 가장 비슷한 정의는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행복에 투자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젊은 세대의 욜로 트렌드를 일컬어 "과소비를 위한 핑계"라고도 한다. 유명 언론사에 기고한 한 칼럼니스트는 기성세대들이 욜로를 "시발비용(스트레스로 인해 쓰지 않을 돈을 홧김에 쓴다는 말)이나 탕진잼(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자신의 경제 한도 내에서 마음껏 쓰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아니냐"는 조소를 날렸다.

단순히 커피 몇 잔, 외식 몇 번, 여행 몇 번 하며 돈을 쓰는 형태를 욜로라고 보긴 어렵다. 그들이 집과 직장을 떠나는 것은 단순히 소비하기 위함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누린 기성세대들이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고충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엉뚱한 저출산 극복 정책이 나오기도 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니 N포세대니 하다가 이제는 욜로도 자신들의 기준으로 해석하려 한다.

한 푼 아껴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대도 지났다. 현실은 꽤나 무겁다. 그래서 현재를 살고 있는 세대들은 삶의 질을 고민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 고민의 형태가 소비로 드러나니 자신들이 누리지 못한 삶을 사는 젊은이들을 비꼬고 있을 뿐이다.

밥을 남기면 루카가 가만히 있질 않을 것이다. ⓒ안산그리너스

안산의 지역밀착 활동, 이거 완전 욜로 아니냐?

한국 축구는 욜로족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들어하는 세대들에게 축구를 즐기는 문화란 꽤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욜로족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축구장을 찾는 경우는 얼마나 있으며 한국 축구는 그만한 콘텐츠가 되는가. 한국 축구는 건조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나.

그러고 보면 욜로라는 단어가 2011년에 드레이크에 의해 나타났을 뿐, 그 개념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한양대학교 글로벌 스포츠 산업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종성 교수는 그의 저서 <스포츠 문화사>에서 "축구는 노동자 문화를 상징하는 스포츠 중 하나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토요일 반일 근무를 마친 블랙번 노동자들은 오후 3시에 펼쳐지는 축구 경기를 보러 경기장으로 갔고 일주일간 쌓인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자신들의 팀을 향한 함성으로 달랬다"라고 말한다. 우리네 욜로족들이 맥심 커피믹스 대신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책을 사서 읽고, 영화를 보거나 훌쩍 여행을 떠나 삶의 위안을 얻기 위해 노력한 시도가 잉글랜드 공업지역에서는 축구를 향한 열정으로 나타났다.

그런 의미에서 안산의 행보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안산은 활발한 지역밀착 활동으로 지역민들에게 다가갔다. 안산 선수들은 하루에 최대 두 번 지역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단과 이흥실 감독이 직접 나서 선수들의 봉사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안산 선수단은 인근 학교, 병원도 찾아가고 최근에는 호수공원까지 가서 안산 시민들에게 피트니스까지 알려주고 있다. "선수들도 (봉사활동)나갔다 오면 좋아해. 특히 초, 중, 고등학교 갔다 오면 학생들이 (경기장에)그렇게 와. 와서 봉사활동 갔던 선수들 응원하러 오는 거야. 나한테 '황인재 뛰게 해주세요' 한다고." 이 말을 전하는 이흥실 감독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번졌다. 안산의 지역밀착 활동은 축구로 열심히 일했던 선수들에게도, 안산 시민들에게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일상 속 비일상으로 삶에 활력이 더해졌다.

안산은 지역밀착 활동의 결과로 신생팀답지 않은 훌륭한 유료관중 성적을 거뒀다. 지역민들에게 더 다가가며 안산 축구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침 안산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공업지역이다. 규격화된 근무환경 안에서 반복작업에 몰두하는 제조업 종사자들에게도 욜로에 대한 갈망은 있을 것이다. 안산 축구가 그들을 위한 '욜로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안산 지역 공장 아저씨들은 이흥실 감독이 구상하는 '조기축구회 축구 교실'을 통해 곧 라울을 드래프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밥을 남기면 루카가 가만히 있질 않을 것이다. ⓒ안산그리너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축구나 보자

어른들이 비꼬는 욜로족들은 어딘가 거창하고 와닿지 않는다. 매주 축구장 가는 젊은 세대들을 향한 시선도 욜로족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과 비슷해 보인다. 유명 구단 팬을 하면서 시즌권을 사면 욜로족이 되려나. 해외 팀 경기를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나면 그들이 해석하는 욜로가 되려나. 우린 그저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인데. 어떻게 사느냐가 우리한테 더 중요할 뿐인데. 그래서 우리 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정해진 장소에 찾아가는 것뿐인데. 정작 한푼 한푼 아끼다가 아무것도 못 해 불행해 하는 당신들을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해보진 않으셨는지.

얼마 전 나경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빗대어 '욜로정부'라고 비판했다. '욜로'라는 단어는 비판 장치로써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욜로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욜로를 축구에 대입해보니 잉글랜드나 스페인, 독일로 축구 여행을 떠나야 할 것만 같았다. 내 식견을 넓히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날을 참고 일해야 할까.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이 해석한 욜로를 향해 약간의 반항심이 들면서 "나도 나중에 꼭 해외축구 직관해야지" 했다. "맨날 축구만 보는 녀석이… 너 벌어놓은 돈은 있느냐"라며 벌써 어르신들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축구나 보자.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