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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FC서울 양한빈은 겸손했다. "올라가는 건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FC서울 양한빈이 떠오르고 있다. 김용대, 유상훈에 이어 유현의 그림자까지 지우며 서울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7라운드에서도 울산 현대의 후반 맹공을 모두 막아내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양한빈은 경기에 나올수록 성장하고 있다. 그는 "매일 기사도 나오고 라운드 MVP도 되면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올라가는 건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달했다. 이어 이날 펼친 놀라운 활약에도 그는 "홈에서 치른 2위 팀과의 경기였다. 선배들 앞에서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라며 무실점과 승리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확고한 수문장으로 변화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소한 실수였다. 대구FC를 상대로 실수를 저질렀고 황선홍 감독이 따끔하게 질책했다. 양한빈은 황 감독의 조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판단을 잘못해 실점하고 승점을 잃었다. 감독님은 실수에 대해 질책하지 않으셨다. 다만 실수 후 태도가 문제였다. 지나간 실수를 이겨내지 못한 게 부끄럽다고 하셨다. 그 때를 계기로 정신을 가다듬었다"라며 자세한 질책의 내용을 전했다.

서울 골키퍼 자리는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양한빈도 쟁쟁한 골키퍼들을 뒤에서 지켜보며 이 자리까지 왔다. 양한빈은 "서울에 오면서 (유)상훈이 형, (김)용대 형, (유)현이 형이 경기 하는 걸 지켜봤다. 밖에서는 '내가 뛰면 저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것도 많았고 자신도 있었다. 근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쉽지 않고 부족한 걸 많이 느낀다"라며 역시 실전과 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그의 활약에 기뻐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의 주목이 불편한 시선도 있다. 골키퍼가 주목 받는다는 것은 수비가 위험하다는 뜻도 된다. 양한빈은 단호하게 "우리 수비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히며 "축구라는 게 원래 그 찬스를 주고 받는 것이다. 찬스를 살리느냐 살리지 못하느냐의 차이다. 수비가 안 좋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휴식기 3주 동안 훈련 한다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수비진을 향한 믿음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김도훈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전한 "오늘 양한빈에게 진 것 같다" 발언에 대해서는 묵직한 '팩트'를 날렸다. 양한빈은 "비겼는데 왜 졌다고 하셨죠? 근데 뭐 제가 잘한 것도 없는데요"라며 겸손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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