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그리너스 이흥실 감독 ⓒ 안산 그리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안산 그리너스 이흥실 감독이 관중 모객을 위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조기축구회 드래프트'다.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수원FC와 안산 그리너스의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이흥실 감독은 멍하니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성적 때문이었다. "아까 우리가 이긴지 꽤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서 혼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이긴 것이 언제더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참고로 안산의 마지막 승리는 6월 17일 대전과의 경기였다. 2-1로 이겼다.

하지만 성적으로 고민 많은 이 감독을 항상 웃게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안산의 사회 공헌 활동이다. 최근 안산은 창단 1년도 되지 않아 사회공헌활동 100회를 달성하는 등 활발하게 지역 사회에 다가서고 있다. 활동도 다양하다. 안산시에서 축구 교실은 물론 보육원 등 사회 복지시설의 배식, 청소 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 감독은 씩 웃으며 "더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은 선수들이 더욱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눈치다. "선수들이 하루종일 훈련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럼 남는 시간에는 그런 봉사 활동 해야지. 이들이 숙소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면 뭐해. 지금은 하루 두 번 하는데 더 해도 될 것 같아." 그렇다면 이 감독도 이런 활동에 참가할까? 그는 껄껄 웃는다. "가끔 나가긴 나가. 배식도 하고 시장님 모시고 지역 행사도 나가지." 선수보다는 적지만 자신도 나름 참가한다는 이야기다.

"저희 안산에서 캐스팅하겠습니다" 노래 실력은 몰라도 정성은 대단하다는 후문 ⓒ 안산 그리너스 제공

감독의 입장과 선수단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이런 봉사 활동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구단과 이 감독의 말이다. 박공원 단장은 "더 늘리려고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하루 3회까지도 계획 중이다. 최근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선수에게 축구화를 한 켤레씩 선물하고 있는데 이게 또 나름 동기부여가 되어서 다들 불이 붙었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 역시 "애들이 또 막상 하라 그러면 신나서 잘해. 세팅도 알아서 다 하고 마이크 잡고 노래도 잘 불러"라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안산은 축구단이다. 그래서 이 감독은 지역 주민들에게 축구로 다가갈 수 있는 또다른 방안을 지역 축구계와 고민하고 있다. 협의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축구계를 총괄하는 안산시 축구협회 이종걸 회장과 대학교 시절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종걸이는 명지대에 다녔고 조윤환이도 동기였어. 나는 그때 한양대에 다니고 있었지. 그런데 아마 종걸이는 대학교 2학년인가… 그 때까지 공 차다가 부상으로 그만두고 공부했을 거야."

그가 생각한 방법은 바로 '조기축구회 축구 교실'이다. 선수들이 각자 지역 내의 조기축구회를 맡아 축구를 가르치는 것이다. 지역 사회에도 공헌하고 관중도 모으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사실 조기축구회에 나가는 사람들은 축구 하는 걸 좋아하지 보러 오지는 않아. 그런데 이렇게 선수들을 보내면 우리 선수 잘 뛰나 궁금해서라도 와본다는 거지." 이흥실 감독은 '절친' 이종걸 회장과 안산시 생활축구회와 함께 할 방안을 궁리했다.

"저희 안산에서 캐스팅하겠습니다" 노래 실력은 몰라도 정성은 대단하다는 후문 ⓒ 안산 그리너스 제공

이 구상에는 걸림돌도 있다. 인기 선수의 편중 현상이다. 지금 당장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안산의 골잡이 라울을 달라는 곳은 차고 넘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드래프트'다. "지금도 이거 하면 꼭 라울 달라는 곳 많아"라며 씩 웃은 이 감독은 "그래서 드래프트를 하려고. 일정 기간 동안 경기장에 가장 많이 온 조기축구회에 내년 시즌 선수 선발 우선순위를 주는 거지"라며 또다시 껄껄 웃는다. 자신의 계획이 꽤 마음에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울도 조기축구회 드래프트 시장에 나오고 장혁진도 어느 팀 조기축구회 소속이 된다는 뜻이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라도 이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즌이 후반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일단은 드래프트로 조기축구회에 선수 선발 권한을 주고 내년부터는 응원을 온 규모와 횟수에 따라 우선 선발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안산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온전히 축구에 집중하기 위해 선수단의 사회 공헌 활동이나 미디어 노출을 반기지 않는 감독들도 많지만 안산의 이런 모습은 이 감독의 공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라울이 배 나온 아저씨들과 공을 차는 모습을 볼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