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청 선수단 ⓒ 목포시청 제공

[스포츠니어스|성남=조성룡 기자] 목포시청이 이변을 일으켰다. 창단 처음으로 FA컵 4강에 진출했다.

9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 CUP 8강전 성남FC와 목포시청의 경기에서 목포가 정훈성, 이인규, 김영욱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성남을 3-0으로 완파하고 FA컵 4강 진출에 성공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목포의 경기력이 너무 좋았다. 이길 자격이 있었고 승리를 따냈다. 성남은 목포를 상대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도대체 내셔널리그 팀인 목포가 K리그 챌린지, 그것도 K리그 7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성남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목포가 성남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세 가지 결정적인 비결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1. '부상이어도 뛴다' 동기부여 강한 선수들

사실 목포는 정상적인 전력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김영욱 등 주요 선수들이 부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출전 의지는 상당했다. 프로 팀과 한 판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실 큰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어떻게든 한 번 뛰어보려고 하더라"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결국 실제로 선발 라인업에는 김 감독이 부상 중이었다고 말한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단순히 머릿수만 채운 것이 아니다. 특히 김영욱은 세 번째 골까지 넣으며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흡족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선수들의 투지 역시 돋보였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모습이었다. 몸을 날리며 공을 걷어냈고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 공을 따냈다. 박성호 등 K리그 챌린지에서도 수준급이라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제대로 공격을 풀어나갈 수 없었다. 슬로바키아에서 득점왕을 했던 흘로홉스키도 이날만큼은 조용했다. 특히 목포는 경기 후반 개인기까지 보여주며 상대를 농락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강한 동기부여가 승리를 만든 것이다.

#2. 개미지옥 같았던 전술의 승리

김 감독이 성남전에서 꺼내든 전술은 5-4-1이었다. 수비의 비중이 큰 전술이다. 김 감독 역시 수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실점하지만 않으면 시간은 우리 것이다. 기회는 온다"라고 말했다. 주심의 킥오프 휘슬이 울렸을 때 목포의 수비 라인은 다섯 명이 일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성남은 이를 깨야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목포는 수비만 줄창 하지 않았다. 수비 상황에서 공을 따내면 빠르게 역습으로 전개했다. 대신 전방의 압박은 비교적 적었다. 상대를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인 다음 끈끈한 수비로 공을 뺏었다. 개미지옥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 개미지옥에 성남은 제대로 끌려 들어갔다. 상대의 압박과 스피드에 성남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조직력과 스피드는 목포시청에 승리를 안겨줬다 ⓒ 목포시청 제공

사실 목포는 5-4-1 포메이션이 주 전술은 아니다. 이번 FA컵을 대비해 특별히 준비한 전술이다. 지난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전에서 처음 꺼내들었다. 김 감독은 "처음 써보는 전술인데 생각보다 잘 맞아떨어지면서 당시 김해의 무패 행진을 끊었다"면서 "이번 경기도 기대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기대는 완벽하게 충족됐다.

#3. 10년마다 찾아오는 김정혁 감독의 기분좋은 징크스

경기 전 만난 목포 김정혁 감독은 슬쩍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가 10년마다 FA컵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전남 드래곤즈에서 1997년 FA컵을 들어올렸다. 그 당시에는 MVP까지 받았다. 이후 정확히 10년 뒤인 2007년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FA컵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 때는 전남의 코치였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김 감독은 전남이 아닌 목포시청의 감독이 되어 있었다. 목포를 이끌고 김 감독은 8강까지 올라왔다. 조심스럽게 "실점하지만 않으면 시간은 우리 것이니 충분히 가능성 있다"라고 말한 그는 "10년마다 FA컵과 인연이 닿으니 이번 대회에서도 잘 될 것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다"며 씩 웃었다.

김 감독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반 1분부터 골을 넣은 목포는 시종일관 성남을 몰아치며 3골 차 대승을 거뒀다. 4강 대진도 나름 괜찮다. 수원삼성, 부산 아이파크, 울산 현대 중 한 팀과 만난다. 김 감독은 "쉬운 팀이 없다"고 씩 웃으면서도 "해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김 감독의 묘한 징크스가 또다시 발휘된 셈이다. 그의 기분좋은 징크스가 올 시즌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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