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위기일까.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은 없을까.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며칠 전 유사 언론이 K리그를 향한 비난 섞인 문제점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유사 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K리그의 좋은 점과 장점, 흥미로운 스토리들도 많다. 연맹과 각 구단 명예 기자들을 포함해 여러 언론사도 힘쓰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K리그를 위한 건설적인 비판을 멈춰서는 안 된다. 각 언론사가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는 K리그가 공식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한다.

팬들과 언론이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들이 있다. 적어도 이 문제들 만큼은 연맹과 구단이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 두 번이면 "언론이 엄살을 부린다"라고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년째 꾸준히 제기된 문제는 그동안 충분히 여론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문제들이다.

FC서울 홈 경기장에서 앰프를 이용해 응원을 유도하고 있는 응원단의 모습.

3위. 서포터 존중 없는 앰프 응원

조심스럽게 시작했던 앰프 응원은 자리를 잡아가자 점점 도를 넘기 시작했다. 2012년만 해도 FC서울 앰프 응원은 서포터들을 형식적으로나마 존중했다. 서포터 응원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경기 분위기가 식어갈 때쯤인 전후반 종료 10분 전을 주 응원시간으로 삼았다. 그러나 앰프 응원이 자리를 잡고 치어리딩 마케팅이 좋은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앰프 응원은 도를 넘었다.

특히 지난 2일 FC서울과 강원FC 경기 전반전은 자기 팀 서포터를 향한 존중마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응원 도구인 탐에 이어 이번엔 하이햇을 도입하며 산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 서포터들의 목소리와 앰프 응원이 겹치며 강원 서포터들과 함께 '응원 3파전'이 연출 됐다. 경기장에서 뛰는 팀은 두 팀인데 세 팀이 응원 대결을 펼쳤다. 후반 시작 후 경기장 전광판에는 'Pride of Seoul' 가사가 띄워져 있었지만 앰프 응원단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준비한 응원을 진행하느라 바빴다.

전남 드래곤즈의 경우는 더 했다. 광양제철이 조직한 응원단은 아예 서포터 자리까지 침범하며 응원을 방해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오늘 광양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게시글에 "올해부터 구단 위주의 서포터들을 서포터석까지 배치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구단이 조직한 서포터들을 '어용'이라고 칭하며 "서포터들 자리를 다 차지할 뿐 아니라 서포터 응원에 호응도 안 했다. 그러면서 서포터 콜리더를 향해 '네가 응원을 안하니 팀이 진다'는 투로 꼰대질했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가장 컸던 것은 콜리더 단상에 여고생을 올려놓고 앰프로 트로트를 틀며 응원을 방해한 것이다. 경기장 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라며 구단 행태를 비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6장에는 경기규정 위반 항목으로 ‘확성기를 통해 경기 진행에 지장을 주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에는 ‘제19조 (팀, 임원, 지도자 및 선수에 대한 제재)’ 규정에 ‘경기 중 앰프(음향기기 일체)뿐만 아니라 각종 호각 류, 레이저 빔 등 기타 경기 진행 및 선수단 안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협회에서 승인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한 응원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협회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누구보다 충성도 높고 열렬히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을 존중하지 않은 앰프 응원 실태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지만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연맹과 구단도 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해당 규정을 더 상세하게 규정하고 앰프 응원을 막아야 한다. 축구장만의 응원 문화를 '안 돼'라고 판단해 다른 형태의 응원을 도입하는 것은 구단의 마케팅 능력 한계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축구장만의 응원 문화를 포장하는 것도 마케팅이다. '안녕하세요'에 출연했던 김은하수양은 FC서울 시축 이벤트 후 팀 응원에 참여하기 위해 동쪽 앰프 응원석이 아닌 골대 뒤로 향했다. 그녀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FC서울 홈 경기장에서 앰프를 이용해 응원을 유도하고 있는 응원단의 모습.

2위. 여론 따라 움직이는 사후 징계 기준

2009년 성남 모따는 팔꿈치 가격 사건으로 3경기 출전 정지와 300만 원 벌금을 부과받았다. 2012년 성남 에벨찡요는 수원 스테보의 발을 밟아 2경기 출전 정지와 120만 원의 제재금을 받았다. 제주 홍정호에게 과격한 태클을 한 경남 윤신영에게는 4경기 출전 정지와 12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2015년 한교원은 박대한에게 주먹을 날려 6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수원 서정진에게는 이승기의 무릎을 오른발로 가격했다는 이유로 7경기 출장정지와 700만 원이라는 중징계가 가해졌다. 부천 바그닝요는 상대 선수 안면 가격으로 2경기, 상대 선수 허벅지를 밟은 서울E 명준재는 4경기 징계를 당했다. 고요한, 한건용은 불필요한 파울로 2경기 징계를 당했다. 연맹 상벌위는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광주 기영옥 단장에게는 최대 부과금액인 1000만 원의 징계를 내렸으나 인천 김석현 단장에게는 700만 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한편 광주 정동윤의 목을 발로 찬 전북 로페즈에 대한 소식은 없다.

2일에는 조성환이 김용환의 목을 팔로 저지해 논란이 됐다. 양동현은 서울 이명주 부상 소식에 "동업자로서 조심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힌 데 이어 조성환의 반칙에 대해서도 "잘하는 걸로 착각하는 것도 능력이다"라며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조성환의 반칙장면을 본 팬들은 대부분 "매우 위험한 파울이다"라는 의견이다. 이 여론에 대응할 연맹 상벌위의 움직임이 매우 궁금하다. 경기 당일 조성환의 파울은 경고 한 장으로 그쳤다.

조영증 심판위원장은 작년 곽희주의 사후 징계가 "이중 처벌이 아니냐"라는 여론에 "사후 징계 제도는 징계 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추가 징계를 내리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서정진 중징계 이후로 "향후에도 경기장 내 난폭한 행위 및 심판 판정에 대한 불필요한 항의 시 엄단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들이 밝힌 말에 의하면 로페즈와 조성환도 사후 징계 여지가 분명히 있다.

2013년 연맹 이사회가 사후 징계 규정에 합의한 취지는 억울한 퇴장 사례를 구제하고 적발되지 않은 퇴장성 반칙에 대해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연맹은 거금을 들여 VAR을 도입했고 VAR로 인해 경고에 그친 원심이 퇴장으로 번복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VAR도 완벽하진 않다. FIFA와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VAR의 불완전성을 매우 강조했다. 앞으로 사후 징계 제도의 의미는 VAR로 잡아내지 못한 장면이나 퇴장 조치 이후 추가 징계를 위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출전 정지는 선수나 감독이나 매우 민감한 문제다. 언론이 꾸준히 제기한 문제가 아직도 뚜렷한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다. VAR 도입과 함께 사후 징계 기준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FC서울 홈 경기장에서 앰프를 이용해 응원을 유도하고 있는 응원단의 모습.

1위. 툭하면 망가지는 잔디

FIFA가 주관하는 U-20 월드컵이 끝나자 잔디 문제가 또 수면으로 떠 올랐다. 지난 6일 성남FC와 서울 이랜드FC 경기 후에는 박경훈 감독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의 잔디를 '논두렁'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굳이 박경훈 감독의 예를 들 필요도 없다. 당장 이달 31일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신태용 감독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보며 비속어를 꺼냈을 정도다. 박 감독과 신 감독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잔디 문제는 매년 지적됐다. 개선 의지는 있는지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잔디 종류가 한지(寒地)형이기 때문에 여름철 잔디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 여름철 폭우로 흙이 잔디를 잡지 못한다는 문제, 보식 문제, 관리 주체가 구단이 아니라는 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점들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잔디 관리'에 대한 노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말하고 싶다.

구단 차원에서 잔디를 관리하는 구단까지 비판할 수는 없다. 포항과 인천이 잔디에 쏟는 열정과 정성을 뒤로 한 채 "K리그, 잔디 관리 엉망이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열심히 관리하는 인천 잔디도 폭염과 폭우를 이겨내지 못하고 흙이 드러났다. 지난 5일 치러진 인천과 제주의 경기에서도 전반전 이후 다 죽은 잔디라도 최대한 살려보기 위해 관계자들이 투입됐다. 그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2016년 8월 4일부터 시행된 '스포츠산업 진흥법' 제17조 8항에 의하면 구단이 필요한 경우 체육 시설을 직접 수리 또는 보수할 수 있다. 단, 하위 법령에 따라 총공사비가 10억 원 이상이 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단이 경기장 운영의 전권을 가지지 않는 이상 잔디 관리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영세 구단 처지를 생각하면 관리 비용 감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시설관리공단 측은 잔디가 논두렁이든 비료 냄새가 나든 최소한 경기만 열리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들은 축구 경기보다도 콘서트나 임대료 등의 부가수익 가치가 더 높다.

그렇다고 손 놓을 것인가. 연맹과 협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태도를 '횡포'라고 규정하고 자존심 상해야 한다. 매년 불거지는 문제에 매년 얼굴을 붉힐 것이 아니라 짜증을 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문체부에도 불만을 나타내야 할 문제다. 단서 조항이 붙는 법령을 개정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잔디 관리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야 팬들도 이해할 것 아닌가. 잔디 개선 능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FIFA U-20 월드컵을 통해 보여줬다. 지방자치단체가 잔디관리를 철저하게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잔디 상태 기준을 더욱 높이는 방법도 있다. 구단, 협회, 연맹은 이제 잔디 관리에 대한 지적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이제 그럴 때도 됐다.

세 가지 주요 사안들은 언론에 의해, 팬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됐다. 그나마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여론을 매우 신경 쓰는 단체다. 다른 종목에 비하면 분명 팬들과 언론의 목소리를 듣고 유연하게 대처해온 조직이다. 그러나 '너무' 유연한 대처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사후 징계 기준이나 문제 제기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사안이 개선되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 유사 언론이 '재미없는 이유' 들먹이기 전에도 스포츠 언론은 꾸준히 건설적인 비판과 해결책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이제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다. 이런 잔소리를 또 듣게 될지 여부는 연맹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