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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 당시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은 ‘핫’했다. 스웨덴에서 무려 4년 넘게 생활하며 유럽 축구를 경험했던 선수가 K리그에 등장해 보여준 첫 인상은 강렬했다. 작은 키로 전방을 누비며 상대 장신 공격수들을 뚫어내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인천 팬들은 “너무 잘해서 또 이적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였다. 인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하던 다른 선수들을 떠올린 것이다.

문선민에게도 입단 6개월 만에 이적 기회(?)가 찾아왔다.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그의 트레이드 영입을 놓고 고민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단순한 관심이었다”고 했지만 이 두 팀이 문선민의 영입을 고민했던 건 사실이다. 서울과 포항 모두 인천에 선수를 내주고 문선민을 데려오는 트레이드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문선민은 결국 인천에 남았다. 이제는 여름 이적시장이 닫힌 상황에서 문선민에게 그간 돌아간 사정을 물었고 그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문선민 입장에서는 열악한 시민구단 인천에 남는 것보다 서울이나 포항 등 이른바 빅클럽으로의 이적이 축구에 집중하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선민은 에이전트로부터 트레이드 추진 소식을 듣고 이를 거절했다. “제 트레이드 추진 기사가 지난 달 28일에 났어요. 저는 그 하루 전에 에이전트를 통해 이 사실을 접했고요. 그런데 섣불리 제가 이적을 하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여기 인천에 온지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또 옮기는 건 쉽지 않죠. 인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더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는 결국 이 트레이드 추진 소식에 거절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과 포항도 관심을 보이는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려고 했지만 문선민의 의사를 접하고는 이 계획을 접었다. 문선민은 이기형 감독과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앞으로도 믿고 기회를 주시겠다고 했어요. 에이전트 역시 이번에 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조언해 줬습니다. 여유 있는 시간을 두고 추진한 트레이드가 아니라 이적시장 막바지에 추진된 트레이드라 저도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어요. 다만 짧게 생각해도 인천에 남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 문선민의 팔목에는 인천유나이티드 팔찌가 채워져 있다. ⓒ스포츠니어스

하지만 문선민은 아직 인천에서 보여줘야 할 게 더 많다. 시즌 초반 모두가 칭찬하던 위협적인 문선민의 활약은 어느 순간 무뎌졌다. 어느덧 개인 돌파와 이기적인 플레이에 치중하는 선수라는 지적도 받아야 했고 팀은 K리그 클래식 꼴찌로 내려앉았다. 원래 인천이야 늘 잔류를 놓고 싸웠던 팀이지만 그래도 시즌 초반 날카로웠던 공격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니 팬들의 실망은 컸다. 문선민도 이를 인정했다. “생각이 많았죠. 감독님 주문을 듣고 거기에 제 모습까지 융화시키려고 하니 제 스타일도 아니고 팀 스타일도 아닌 어정쩡한 플레이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문선민은 요즘 욕심을 버렸단다. 트레이드 추진 소식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이후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저도 경기를 하면서 욕심을 많이 부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는 감독님이 원하는 색깔을 입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제는 욕심을 버렸어요.” 물론 경쟁은 더 심해졌다. 웨슬리와 김대중 외에도 새로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 엔조와도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문선민은 자신이 선택한 이 팀에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한다. 스스로 택한 길이다. “어차피 축구는 경쟁의 스포츠잖아요. 엔조와도 진지하면서도 재밌게 경쟁하고 싶어요.”

문선민의 현재 목표는 더 좋은 팀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인천을 좋은 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문선민은 6개월 만에 팀을 떠났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올 시즌 팀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앞으로 더 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팀에 제 색깔을 녹여 올 시즌 꼭 잔류에 성공해야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문선민의 팔목에는 인천유나이티드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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