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우리는 인터넷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인터넷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가 됐다.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여러분 또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은 가상의 공간에 만들어진 하나의 사회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생산하고 소비한다. 축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실제 공간에서 땀 흘리며 공을 차는 것이 축구지만 우리는 인터넷에서 축구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논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의견 또는 정보는 글을 통해 전달된다. 기자라면 기사를 쓰고 인터넷 유저라면 게시판에 글을 쓴다. 하지만 일방적인 전달은 아니다. 글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 함께 나타나야 비로소 살아있는 정보가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댓글이다.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그래서 '댓글은 인격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다.

인터넷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유명해지고 누군가는 비판 받는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글이 아닌 댓글로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단순한 '댓글러'가 아니라 점점 전설로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일면식은 없어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전설의 축구 댓글러 3명을 지금부터 소개하려고 한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사랑해요---풋투러브 okay

혹시 '풋투'라는 스포츠를 들어봤는가? 발을 뜻하는 '풋(foot)'이 들어간 것으로 볼 때 축구의 일종일 것 같다. 하지만 도통 풋투라는 존재를 찾아볼 수 없다. FIFA에 이 종목은 등재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한국뉴스포츠협회와 같은 뉴스포츠 단체에서도 이런 스포츠는 등록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존재하지도 않는 스포츠를 아는 이유는 한 명의 댓글러 때문이다.

풋투라는 단어를 보고 '발로 공을 차서 농구 골대에 넣는 스포츠'라고 떠올린다면 당신은 벌써 이 사람을 아는 것이다. 바로 닉네임 '풋투러브'다. 2000년대 후반부터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인물은 축구 기사나 여러 축구단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출몰한다. 생각보다 쉽게 풋투러브의 댓글을 접할 수 있다.

그의 풋투 사랑은 대단하다. 풋투를 해야만 월드컵 우승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한국 축구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내용이 이상하다. 감독이나 선수가 수천 인분의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 그것도 '아름다운 대한민국 사랑해요'를 외치는 팬에 한해서다. 그는 "후배들이 보고 따라한다"고 당부한다. 마지막에는 꼭 '풋투러브 okay'를 남긴다. 그의 독특한 문체는 묘하게 중독성 있다.

이 인물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광역시 북구 칠곡 지역에 사는 김 모씨라는 의견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FC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꾸준히 '칠곡 2지구에 인조잔디가 깔린 풋투장을 설치해달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가 지역명을 언급한 댓글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주장은 주목할 만 하다.

최근에는 그의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댓글을 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사칭을 통해 제 2의 풋투러브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다른 유저가 풋투러브를 사칭해서 댓글을 달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현재 '풋투러브', 또는 '풋투사랑'은 특허청에 등록된 엄연한 상표다. 이쯤 되면 그의 풋투사랑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풋투러브 잘못 쓰면 큰일난다. 조심하자 ⓒ 특허정보넷 캡쳐

비오는 날의 축구장에는 그가 있다? '매드조'의 전설

풋투사랑이 풋투라는 종목을 알리기 위해 힘쓴다면 이 유저는 비교적 축구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매드조'라고 부른다. 그를 썩 좋지 않은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가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아이디가 'MadJoe'기 때문이다. 때로는 조XX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는 토론을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K리그부터 K3리그까지 여러 구단 자유게시판에서 발전을 위한 제안을 하거나 팬들과 토론을 했다. 과거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황당한 내용이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사인볼 차주는 수량이 부족하니 수백 개를 차줘야 한다'는 등 현실을 벗어나는 내용이 있어 팬들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로는 '악플러'라는 비판도 받았다.

풋투러브와 그가 다른 점은 실제로 축구장을 다녔다는 것이다. 그는 종종 게시판에 축구를 보러 다닌다는 글을 썼다. 당시 K리그에서는 FC서울, 성남 일화,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 경기를, K3리그에서는 서울 유나이티드, 서울FC마르티스, 고양시민축구단 등의 경기를 보러 간다고 밝혔다. 이를 미루어 보아 서울 또는 수도권 거주자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의 실물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오는 날의 전설'이다. 비가 오는 날 그는 FC서울의 우비를 입고 한 손에는 부부젤라를 든 채 축구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축구장에서 그는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좌석에서 혼자 승리를 기원하는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매드조'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역시 과거 2009년 성남과 수원의 FA컵 결승전, 2010년 서울FC마르티스의 홈 구장 강북구민운동장에서 인상착의가 일치하는 인물을 발견했지만 그가 동일 인물이라는 확신은 쉽게 들지 않는다.

서울 유나이티드에는 또다른 엠블럼이 있다?

2007년 창단된 서울 유나이티드(이하 서유)는 첫 해부터 축구계에 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그 중 하나가 엠블럼이었다. 붉은악마를 비롯해 여러 엠블럼을 만든 '엠블럼의 장인' 장부다 씨가 만든 이 엠블럼은 어느 프로팀과 견줘도 못지 않은 훌륭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일부에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축구단을 통틀어 최고 수준의 퀄리티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창단 이후부터 인터넷에서 서유 엠블럼에 관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장 씨가 만든 엠블럼을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제목에는 '서울 유나이티드 가상 엠블럼'이라는 단어가 항상 들어가 있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팬이 서유의 엠블럼을 직접 만들어본 것이다. 그는 이 엠블럼을 팬들에게 평가 받기 위해 글을 올리는 것으로 보였다.

풋투러브 잘못 쓰면 큰일난다. 조심하자 ⓒ 특허정보넷 캡쳐

문제는 그 글이 10년 가까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것이다. 잊을 만 하면 눈 앞에 나타난다. 일부는 '이제 서유 엠블럼이 저것으로 바뀐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근성 하나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제는 다른 누리꾼들이 이 엠블럼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서유 구단은 이 엠블럼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있을까? 서유 홍기홍 팀장은 "예전부터 봐왔던 엠블럼이다"라고 말했다.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유가 엠블럼을 이 팬의 가상 엠블럼으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 팀장은 "창단 때부터 현재 엠블럼으로 상표권 등록 등을 마쳤기 때문에 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게다가 구단에 공식적으로 제의한 적은 없다. 오직 게시판에서만 이 엠블럼을 봤다"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이 엠블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서포터나 팬들의 소모임을 대표하는 엠블럼으로 쓰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한 마디가 약 10년 가까이 '꾸준글'을 올린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됐으면 한다.

사람들이 이들을 보는 인식은 각기 다르다. 꾸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하고 '잉여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댓글 하나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선수도 아니고 축구계 관계자도 아니다. 심지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신념과 컨셉으로 축구선수 못지 않은 유명세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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