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최덕주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호랑이요? 에이 그건 아니죠."

과거 한국 여자 대표팀과 대구FC를 맡았던 최덕주 감독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는 '덕장'이었다. 선수들을 질책하기보다 따뜻하게 보듬는 스타일이 부각되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대표팀과 프로 팀을 거쳐 중앙대라는 아마추어 팀에 자리를 잡았다. 이와 함께 '덕장이 호랑이가 됐다'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다.

22일 제 48회 전국 추계대학축구연맹전이 열리고 있는 태백 고원구장에서 최 감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앙대와 호원대의 경기가 열리는 그라운드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는 그는 확실히 과거보다 약간 변한 것처럼 보였다. "바짝!", "강하게!"를 외치는 그의 모습에서는 '정말 호랑이가 됐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인자했다. 심판에게 항의할 때도 미소를 머금었고 경기를 끝내고 돌아오는 선수들의 등을 툭툭 두들기며 격려했다. 단순히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는 그가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나봤다. 호원대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혈전 끝에 1-0으로 승리한 중앙대 최덕주 감독을 붙잡았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 최덕주가 꿈꾸는 중앙대

"선수들에게 고맙습니다." 그가 첫 번째로 꺼낸 이야기였다. 험난한 조별 예선을 1위로 마친 원동력은 선수들이라는 이야기였다. "호원대가 굉장히 많이 뛰고 터프한 팀이거든요. 여기에 맞서서 우리 선수들도 많이 뛰고 잘 버텨줬어요. 앞으로 토너먼트에서 이런 팀들을 계속 만날텐데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표팀과 K리그에 있을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기 어려운 대학 팀의 감독이다. 그는 중앙대에서 어떻게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저희 팀 유니폼 뒤를 보셨나요?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 써있습니다. 이게 중앙대의 정신입니다. 축구선수는 스포츠인이면서 신사가 되어야 합니다. 예의를 지킬 줄 알면서 강한 사람과 싸워 이기고 약한 사람은 보듬는 그런 선수이자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바람입니다."

"선수에게 대학이라는 곳은 프로에 가기 전 자신을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자 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중간 단계입니다. 즉 프로로 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그라운드 안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선수로 키워야겠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신은 모교의 철학으로 무장시키고 기술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화시키는 것이 '최덕주표 중앙대'의 스타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조직력만큼 선수들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피지컬, 스피드, 기술 등 각 선수의 부족한 점이나 더욱 발전시켜야 할 부분을 짚어서 집중적으로 연습 시킨다. 특히 코치들이 선수들과 일대 일로 가르치느라 고생이 많다는 것이 최 감독의 설명이었다.

좋은 선수들이 가득한 곳에 있다가 유망주를 키워야하는 곳으로 온 최 감독이다. 초반에는 그도 어려움을 느꼈다. "아무래도 대표팀이나 K리그에서는 원하는 선수나 좋은 선수를 뽑아서 쓸 수 있죠. 하지만 대학교는 이제 막 고등학교에서 올라왔어요. 게다가 대학 무대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죠. 성인 팀에 올라갈 수 있는 경기력을 만들어야하는 곳이에요. 어려움을 느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감독은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수준이 있어요"라며 살짝 웃는다. "제가 3년 째 이곳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거든요. 선수들 덕분에 팀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바뀌었어요. 아직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이겨낼 수 있는 선수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호랑이보다 잔소리꾼' 최 감독이 변한 이유는?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최 감독에게 던졌다. "여전히 호랑이신가요?" 그러자 최 감독은 껄껄 웃더니 손을 내젓는다. "제가 말한 뜻이 약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는 않아요." 역시나 사람이 한 순간에 쉽게 바뀌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말이 많아진 것이지 굳이 호랑이가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호랑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 이유를 물어봤다. "프로 팀이나 대표팀은 자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오잖아요. 선발도 그에 맞춰서 선발하고요. 하지만 대학 무대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아직 키워야 하는 단계죠. 하나하나 체크하고 말을 해줘야 해요. 그러다보면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볼 수 있는 위험이 있죠."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 말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말이 많아지다보면 '선수를 잡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어요." 이에 덧붙여 그는 기자에게 "호랑이보다는 잔소리꾼이 더 맞는 말일 거에요"라고 웃는다. "선수들을 개성 있는 스타일로 변모 시키려니까 말이 많아지게 되더라고요"라고 한 번 더 강조하는 최 감독이었다.

올 시즌 중앙대는 굉장히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4월 이후 저희가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 비긴 적도 있지만 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대회도 기대가 됩니다. 조별 예선에서도 이 흐름을 이어갔잖아요. 토너먼트는 지지만 않으면 되잖아요. 1~2학년 대회 8경기를 뛰고 와서 조금 진은 빠졌지만 선수들이 늘어지지 않게만 잡아준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결국 그의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었다. "잘하면 결승도 갈 수 있는 거잖아요. 토너먼트에 가면 어느 팀을 만날지 몰라요. 운도 따라줘야 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1위로 올라간 덕분에 이틀 쉬니까 조금 더 유리하다고 봐요. 한 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3년차로 접어드는 감독의 노련함과 자신감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