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무더운 여름 대회, 단비 같은 ‘쿨링 브레이크’

여름 낮 경기 한 줄기의 빛 쿨링 브레이크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백=홍인택 기자] 한참 뜨거운 경기가 펼쳐지던 중 주심의 휘슬이 울린다.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팀이 있는 벤치로 돌아간다. “벌써 전반전이 끝났나?”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경기가 시작된 지 불과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선수들은 짧은 시간 동안 물을 마시고 몸을 식히더니 다시 남은 전반전을 뛰러 운동장으로 복귀했다. 무더운 여름날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쿨링 브레이크’ 시간을 준 것이다. 초시계로 시간을 재보니 약 2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K리그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에 조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쿨링 브레이크는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16강 경기 네덜란드와 멕시코의 경기에서 처음 선보였다. 브라질 현지의 무더운 기온에 지친 선수들을 보호하고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고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입했다. 이 제도는 낮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학생 선수들을 위해 이번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도 적용됐다.

아직 문제점은 있다

FIFA는 경기 중 현지 체감 온도 지수(Wet Bulb Globe Temperature)가 32도를 넘어서면 쿨링 브레이크를 실시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한 FIFA 코디네이터, 매치 커미셔너, 심판진이 쿨링 브레이크를 가질지 결정하며 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전후반 30분쯤 각 한 차례씩 3분간 휴식을 부여한다.

그러나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선수들 건강과 안전을 위해 미국대학스포츠의학회가 제시하는 28도를 쿨링 브레이크 실시 온도로 설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FIFA가 제시한 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추계연맹전에서도 쿨링 브레이크 실시가 이루어졌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실시 시간이 일관적이지 않았다. 전후반 20~30분 사이에 쿨링브레이크가 주어졌고 휴식 시간도 1~3분으로 심판 재량에 따라 정해졌다. FIFA가 심판에게 경기 운영을 주관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권한을 주긴 했지만 경기운영본부에서 심판들에게 더 확실한 기준을 제시했어야 했다.

한 심판 관계자는 “쿨링 브레이크 제도가 아직 확실히 정착되지 않았다. 실시 시간이나 휴식 시간이 유동적이었던 이유는 아직 심판들도 제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꼬집었다.

선수 보호와 작전 지시에 큰 도움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이 제도를 환영했다. 실제로 경기 후 만난 감독들은 “괜찮았다”라고 전했으며 선수들은 “엄청 좋다”라고 말했다. 선수, 감독 모두 쿨링 브레이크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들이 선택한 단어에서 묘한 차이점이 느껴진다. 인조잔디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 더 적극적인 단어로 이 제도를 반기고 있었다.

여름철 인조잔디 운동장 지면 온도가 아스팔트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계연맹전이 펼쳐졌던 장소 중 천연잔디 경기장은 결승전이 열리는 태백종합경기장과 준결승전이 열리는 고원 4구장 두 곳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인조잔디 경기장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나마 한 줄기 빛과 같은 위안이 바로 쿨링 브레이크였다.

감독들은 높은 기온에 숨을 헐떡이며 뛰는 선수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쿨링 브레이크가 이 걱정거리를 조금이라도 덜었다는 평이다. 서울디지털대 곽경근 감독, 울산대 유상철 감독은 선수단 운영과 선수 보호 차원에서 “탈수와 탈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어 괜찮았다”라고 전했다. 건국대 신용재 피지컬 코치는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 회복에 도움을 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쿨링 브레이크는 감독에게는 작전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작전 타임’ 역할도 했다 ⓒ 스포츠니어스

서울대 이인성 감독 또한 “괜찮았다”라고 전하며 이 제도의 다른 장점도 꼽았다. 그는 “우리 팀으로서는 끌려가는 흐름을 한 번 끊고 다시 우리의 전략을 한 번 주입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었던 판 할 감독도 후반전 주어진 쿨링 브레이크에 작전 지시를 함으로써 승리를 거뒀다. 짧은 시간이지만 감독으로서는 ‘작전 타임’과 같은 효과를 거둔 것. 이인성 감독뿐만 아니라 제주국제대 서혁수 감독을 비롯한 다른 팀 감독들도 쿨링 브레이크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수들에게 전술을 전달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은 더 밝은 표정으로 쿨링 브레이크를 반겼다. 실제로 경험한 만큼 쿨링 브레이크의 장점을 더 자세하게 말해줬다. 용인대 선수 이현식은 “너무 좋다. 특히 더운 날에 인조잔디에서 뛰면 발바닥이 너무 뜨겁다. 쉬지 않고 뛸 땐 발에 물집이 생길 때도 잦았다. 물도 마시고 발목도 시원해지고 좋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선수 김종아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첫 번째 한국교원대와 붙었을 때는 오전 경기라 쿨링 브레이크가 없었다. 그래도 너무 더웠다. 발도 너무 뜨겁고 몸도 무거웠다. 고려대 경기부터 쿨링 브레이크를 경험했는데 중간에 조금이라도 쉬면서 물도 마시고 선수들끼리 서로 격려할 수 있어서 끝까지 뛸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쿨링 브레이크는 한때 경기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그러나 축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도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쿨링 브레이크는 관중들이 경기 중 선수들과 소통할 기회도 마련했다. KC대 경기를 보고 있던 한 관중은 쿨링 브레이크 시간에 KC대 선수들을 향해 “이야, 너들 잘한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대학팀들은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 이틀 만에 연달아 경기를 치르는 혹독한 일정을 소화했다. 쿨링 브레이크는 그런 선수들과 팀에 잠깐의 휴식시간을 부여했다. 최선을 다한 양 팀 선수들은 모두 별 탈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쿨링 브레이크라는 아주 작은 선물이 그들을 살렸다.

intaekd@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s9k3I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