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오투리조트가 보인다. 산 속에 꽁꽁 숨겨진 동막골을 만난 기분이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태백=조성룡 기자] "대표님 죄송합니다. 20분 더 걸릴 것 같아요."

실제로 내가 <스포츠니어스> 김현회 대표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이다. 사연은 이러했다. 제 48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취재를 위해 <스포츠니어스>의 기자들은 주요 경기가 열리는 각 경기장에 배치되어 있었다. 시내와 꽤 떨어진 오투리조트 축구장(이하 오투구장)에 배치된 김현회 기자는 "선수도 학부모도 다 떠나고 나 밖에 없다. 빨리 와달라"고 재촉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 사연이 있었다.

오투구장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험난하다. 마치 속초로 가는 미시령 옛길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꼬불꼬불한 고개가 이어져 있다. 겨우 고개를 넘어야 축구장에 도착한다. 물론 편하게 가는 방법이 있었다. 태백 시내에서 오투리조트로 쭉 뻗어있는 '오투로'라는 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 이 도로는 공사로 인해 통행이 차단되어 있다. 앞서 말한 메시지의 내용은 어떻게 빨리 가보려고 꼼수를 부렸다가 오투로 앞에서 좌절한 바람에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오투구장의 경기를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통화에 열중해 있다. 통화 내용은 다들 비슷하다. 오투구장에 오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기자는 학부형에게 "도대체 여기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오투리조트의 주소를 알려줬지만 그 주소 하나 만으로는 오투구장에 올 수 없었다. 너무 넓고 광활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투구장은 그 리조트 속에 꽁꽁 숨어 있다.

이 사진 한 장에 <스포츠니어스>의 모든 기자들이 울었다. 하늘도 울고 있었다 ⓒ 스포츠니어스

물론 이 이야기는 이른바 '배부른 소리'다. 자가용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차가 없는 관람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대부분 택시다. 그나마 세 개의 축구장이 몰려있는 고원구장은 낫다. 한 경기만 배정되어 있는 오투구장이나 태백스포츠파크의 경우 태백에서도 외딴 곳에 위치해 많은 돈과 시간을 이동하는데 써야한다.

지도만 보고 만만히 보면 안되는 태백

태백은 참 좋은 도시다.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어 서울 등 수도권 지역보다 시원하다. 낮에는 더운 편이지만 밤에는 열대야가 없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만 틀어놔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축구 팀들의 여름 전지훈련지로 각광 받는다. 이번 추계연맹전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자연 환경이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통의 불편함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물론 팀 버스로 이동하는 선수단에게는 크게 상관 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학부형들과 축구팬들에게는 교통이라는 것이 치명적인 부분이다. 사실 태백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태백에 도착해서도 축구장을 찾아 헤매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총 4곳의 지역에서 개최된다. 주 개최지인 고원구장에서 동시에 3경기가 열리고 강원관광대, 오투구장, 태백스포츠파크에서 각 한 경기씩 열린다. 물론 지리적인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이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고원구장과 태백스포츠파크가 자동차로 약 8km 거리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8km를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한 번 갈아타는 등 약 45분이 소요된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만원 가량이 든다.

이 사진 한 장에 <스포츠니어스>의 모든 기자들이 울었다. 하늘도 울고 있었다 ⓒ 스포츠니어스

관광도시를 꿈꾼다면 '디테일'에 신경써야

이번 대회의 주 개최지 고원구장에 가면 수많은 현수막들을 볼 수 있다. 추계연맹전에 참여한 구성원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다. 그 틈에 꽤 흥미로운 문구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여름 전지훈련은 시원한 태백에서', '감독님, 코치님들 내년에도 태백에서 만나요',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님 사랑해요'. 내년에도 이 대회가 태백에서 열리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현재 태백 지역의 대회 운영 능력은 꽤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선수단의 편의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찾는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문이라는 것은 무섭다. 단 한 사람이 낸 의견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아직까지 태백은 단순히 '여름에 대학 축구 보러 가는 곳'의 수준에 머물러있다.

개인적으로는 각 구장과 구장을 연결하는 대중교통망이 조금 더 확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 구장의 접근성 또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회 기간 만이라도 말이다. 많은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태백 곳곳에 있는 축구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심리적 거리를 줄여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태백시가 그냥 대회 유치에만 만족한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꾼다면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된다.

어찌됐건 <스포츠니어스> 기자들은 아침마다 현장에 나갈 준비를 한다. 강원관광대, 고원구장, 오투구장을 향한다. 오르막이 가득한 코스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독자들이 있기에 기자들은 길을 나선다. 오히려 이곳 태백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하는 존재는 기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타고 있는 경차일지도 모른다. 건장한 남성 넷을 태우고 매일 험난한 오르막을 뚫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