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루키안 ⓒ FC안양 제공

[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공격수 보강이 급한 두 팀에 새로운 피가 수혈됐다. 적응할 시간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두 선수는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엇갈렸다.

24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FC안양과 서울 이랜드의 경기에서 화제는 단연 안양의 루키안과 서울 이랜드의 알렉스였다. 최근 구단에 영입된 두 선수는 이날 선발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생각보다 이른 투입이었다. 그와 함께 두 선수의 대결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안양이 루키안을 부산에서 임대로 영입한 것은 21일이었다. 불과 3일 만에 그는 안양의 유니폼을 입고 실전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김종필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루키안이 부산에서 계속 경기를 뛰었다. 경기 감각 저하나 컨디션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그는 부천에서 뛰던 시절부터 루키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직력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해줄 수 있다"며 일축했다.

서울 이랜드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알렉스를 서울 이랜드에 데려온 것은 지난 2일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 지난 수원FC와의 경기에서는 알렉스를 교체로 투입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특히 알렉스는 과거 안양에서 뛰다 방출됐다. 선수의 입장에서 동기부여가 더 생길 만 하다. 김병수 감독 역시 "선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웃었다.

이번 안양과 서울 이랜드의 경기에서 두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을 부여 받았다. 두 감독의 뜻은 명확했다. 골을 넣으라는 것이었다. 두 팀 모두 득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안양은 군 입대와 부상 등으로 자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서울 이랜드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야고는 계약을 해지했고 로빙요는 14경기에 출전해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몸놀림은 나쁘지 않았다. 알렉스는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이 있었고 루키안은 김종필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 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꽤 많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새로 팀에 합류한 두 선수의 책임감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의 발 끝에 승점 3점이 걸려있는 셈이었다.

먼저 알렉스가 기회를 잡았다. 전반 17분 서울 이랜드가 두 차례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두 번째 중거리 슈팅에서 알렉스는 감각적으로 공을 살짝 건드리며 각도를 바꿨다. 하지만 안양 권태안 골키퍼의 감각적인 선방에 막혔다. 알렉스는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했다. 25분에는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섰으나 그의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루키안은 별 다른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어렵게 동료가 찬스를 만들 때 빠르게 쇄도하며 상대 수비수를 괴롭혔다. 지난 수원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껏 자신감이 오른 서울 이랜드의 중앙 수비수들을 뚫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동료들과의 호흡도 아쉬웠다. 공을 잡은 이후 루키안으로 인해 오히려 템포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동료들의 위치를 빨리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울 이랜드 알렉스 ⓒ 서울 이랜드 제공

하지만 후반 들어 루키안은 스피드를 적극 살리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후반 18분 서울 이랜드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빠른 돌파 후 만들어낸 코너킥은 인상적이었다. 상대 수비수에 밀려 고전했지만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 셈이다. 그것이 김종필 감독이 그에게 바라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2분 뒤 벌어질 상황의 예고편이었다.

후반 20분 루키안이 상대 수비를 돌파하던 중 넘어졌다. 채상협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의 빠른 스피드가 페널티킥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침착하게 서울 이랜드 골키퍼 김영광이 몸을 날린 반대편으로 공을 집어 넣었다. 안양에서의 첫 골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루키안은 후반 추가시간에도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며 마지막까지 서울 이랜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루키안의 골 이후 경기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안양 쪽으로 기울었다. 알렉스가 좋은 찬스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경기는 종료되며 안양의 2-0 승리로 끝났다. 루키안은 웃었고 알렉스는 고개를 숙였다.

양 팀 감독의 평가도 엇갈렸다. 안양 김종필 감독은 "루키안이 열심히 해줬다.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며 기쁨을 드러낸 반면 서울 이랜드 김병수 감독은 알렉스에 대해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었지만 90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딱 두 선수의 경기 성과가 그대로 반영된 코멘트였다.

사실 두 선수를 벌써부터 비교하는 것은 크게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루키안이 골을 넣었지만 그 전까지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골을 기록하지 못한 알렉스는 경기 초반 날카로운 모습을 몇 차례 과시했다. 하지만 새로 영입되어 곧바로 투입된 두 선수의 명과 암이 엇갈렸던 한 판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