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서동원 감독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 알았을까? ⓒ 미모의 독자 제공

[스포츠니어스|태백=조성룡 기자] "우리 팀에 선수가 너무 없어요."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환경이 열악하거나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은 학교의 감독들이 얘기한다. 얼마 전 <스포츠니어스>가 만난 국제사이버대 김일섭 감독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감독의 입에서 등장했다. 바로 축구 명문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의 감독, 서동원이다.

제 48회 전국 추계대학연맹전 조별 예선 현장이 열리고 있는 태백 고원구장에서 서 감독을 만났다. 그는 한국교원대와의 마지막 예선 경기를 마친 다음 고원구장을 찾아 청주대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고려대의 조별 예선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2승 1패를 기록해 울산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추계연맹전에서 1위와 2위의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교원대와의 마지막 경기는 5-0으로 끝났다. 대승을 거뒀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한국교원대는 U리그 최약체인 서울대에 0-10으로 패한 팀이다.

물론 서 감독은 이 경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어요. 많은 득점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한국교원대가 약체라는 사실만 알 뿐 잘 아는 팀이 아니었어요. 비주전 선수들을 투입해 경기력 향상에 주안점을 뒀죠"라고 말한 그는 항상 그래왔듯이 "목표는 우승입니다"라며 고려대 감독 다운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갑자기 서 감독이 "그런데 요즘 상당히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예상을 빗나가는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선수가 없어요."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진학했고 지금도 다니고 있는 고려대의 감독이 선수가 없다고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서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정말로 고려대에는 선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시즌 끝나고 꽤 많은 선수들이 프로로 갔어요. 다들 좋은 선수들이잖아요. 프로에 갈 정도라면 학교 입장에서는 정말 에이스급 선수들이거든요. 이런 선수들이 떠나면 타격이 존재할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요한 선수인 송범근과 조영욱이 대표팀에 차출됐어요.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선수를 수혈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학교 규정 상 선수 선발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로에 진출하거나 대표팀에 가는 것을 말릴 수도 없다. 서 감독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3년 전에 우승했을 때는 이렇지 않았어요. 꽤 여유가 있었죠.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네요"라고 웃는 서 감독의 모습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고려대는 여전히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서 감독의 말은 우승을 위한 도전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짚은 것으로 보인다. 조별 예선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우승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선수들이 잘 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서 감독의 모습에서는 고려대에서 오랜 시간 감독을 맡은 노련함과 함께 자신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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