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이경수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태백=조성룡 기자] 완승을 거둔 팀은 걱정에 빠지고 대패를 당한 팀은 그래도 웃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2일 태백 고원구장에서 열린 제 48회 전국 추계대학축구연맹전 조별예선 숭실대와 부산외대의 경기에서 나타난 모습이다. 조 1위와 2위를 결정짓는 한 판에서 숭실대는 한 수 위 전력을 과시하며 부산외대에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춘계 대회 우승팀 다운 모습이었다. 숭실대 이경수 감독은 골키퍼까지 교체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두 팀 감독의 모습은 달랐다. 경기 결과와 정반대였다. 이 감독은 걱정어린 시선으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별 예선 3경기에서 3전 전승을 거둔 상황이지만 이 감독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걱정을 털어놓았다.

"여유 있는 상황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체력을 비축하고 엔트리에 포함된 모든 선수들을 활용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토너먼트는 변수도 많고 강한 팀도 많다. 우리 선수들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다"는 것이 이 감독의 말이었다. 3경기 모두 완승을 거두다보니 치열한 경기 상황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흔들릴 것 같다는 우려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다.

반면 부산외대 백종철 감독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완패에 불구하고 선수들을 웃으며 격려했고 관계자들과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추계연맹전에서 2위라는 자리는 쉽지 않다. 추첨에 따라 토너먼트 한 경기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순위다. 하지만 백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부산외대의 발전한 모습이었다. "부산외대가 조별 예선에서 2연승을 거둔 것이 굉장히 희귀한 경험이라고 하더라"는 것이 백 감독의 말이었다. "선수들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단계다. 이번 대회에서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완패는 완패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긍정적인 부분을 분명 봤다"고 그는 덧붙였다.

두 팀의 결과는 엇갈렸지만 숭실대가 1위, 부산외대가 2위를 차지하며 두 팀 모두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성'을 목표로 하는 숭실대와 '발전'을 목표로 하는 부산외대였기에 분위기는 엇갈렸다. 이것 또한 축구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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