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는 열정적이기도 유명하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올 시즌 인천유나이티드가 또 다시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기술보다는 투지를 앞세워 저돌적으로 뛰는 팀을 좋아한다. 이런 경기력을 갖춘 팀이 투혼을 발휘해 강팀을 쓰러트리는 모습을 참 좋아한다. 그들의 멋진 경기장에서 계속 K리그 클래식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고 이런 ‘잔류왕’의 이미지를 갖는 팀이 하나쯤 생긴다는 것도 좋다. 또한 무엇보다도 인천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참 좋아한다. 인천 팬들의 응원은 단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일당백’ 인원수는 다른 K리그 빅클럽에 미치지 못해도 인천 팬들이 경기 내내 경기장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힘은 대단하다. <외쳐보자 부르자>라는 응원가를 부를 때면 그들은 무슨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들 같다.

인천 징계는 현재 ‘집행유예 중’

하지만 이게 과할 때가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걱정되는 마음에 미리 오늘 칼럼을 쓴다. 일부 인천 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는 충동을 잘 조절하는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분이 좋아서, 혹은 기분이 나빠서 일부 팬들이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고 그들의 행동이 다 용납되는 건 아니다. 잔류 경쟁과 최근 상승세에 가려 있지만 몇몇 인천 팬들은 구단에 피해를 끼칠지도 모를 행동을 펼치고 있다.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천은 현재 징계 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잊고 있는 모양이다. 험하게 생긴 형님들 말 들어보면 꼭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 지금 집행유예 중이라 이번에 들어가면 못 나와.”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 극적으로 잔류한 뒤 인천 팬들은 기뻐하며 그라운드 위로 쏟아져 나왔다. 선수와 팬들이 뒤엉켜 기쁨을 함께 누렸고 이 장면은 지난 시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기에 충분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 모습에 대해 인천에 제재금 500만 원과 조건부 무관중 홈경기 1회 개최의 징계를 내렸다. 기쁨에 겨워 벌인 일이니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의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연맹은 1년 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면 무관중 홈경기를 면제한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1년 동안 사고 치지 말라는 집행유예 같은 거다. 뭐 인천이 잔류했고 당장 눈앞의 징계야 제재금 500만 원이 전부였으니 구단과 팬들은 이를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인천의 징계는 잊혀졌다. 연맹에서도 이 정도면 최대한 상황을 이해하고 봐준 거다.

하지만 아직도 징계가 끝난 건 아니다. 인천이 올 시즌 마지막까지 관중이 문제를 일으키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야 완전히 이 징계에서 풀리는 거다. 그런데 몇몇 인천 팬들은 벌써부터 징계가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거나 기분에 따라 더 자유롭게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인천 구단이 징계 중이지 ‘관중 중 한 명인 나’는 이 징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믿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지난 1일 광주와의 홈 경기를 살펴보자. 이날 후반 40분 인천 웨슬리는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했지만 결국 VAR 판독 끝에 노골 선언이 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은 여기에만 주목한다. 비디오 판독이 오프사이드를 잡아냈다는 것만 바라본다.

인천유나이티드와 대구FC가 지난 8일 맞붙었다. ⓒ프로축구연맹

해프닝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다. 웨슬리가 골을 기록한 뒤 골대 뒤 팬들에게 달려가 안기는 순간 몇몇 팬들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라운드로 밀려들어온 것이다. 안전요원이 제지를 해 이 관중 몇몇은 다시 관중석으로 올라갔지만 다른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노골 선언이 되면서 사람들은 “거 참 비디오 판독 신기하네”라며 VAR에만 관심을 쏟았다. 징계 중인 인천 팬들 중 몇몇이 기쁨에 겨워 그라운드로 뛰어 내려왔다는 건 또 다시 명백한 징계 위반 사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짧은 순간, 기뻐서 잠시 그라운드로 뛰어 내려온 이들을 그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인천은 그러면 안 된다. 집행유예(?) 기간 동안은 더더욱 사고를 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뭐 그냥 이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일이기도 하다. 나도 깐깐하게 이런 거 하나까지 트집을 잡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 인천 팬 중 누군가는 지난 8일 대구FC와의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해서는 안 될 일을 또 다시 저질렀다.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는 심판진을 향해 물병을 던진 것이다. 고형진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은 결국 이 물병 투척 사건으로 그라운드에 한 동안 머물러 있다가 경기장을 빠져 나가야 했다. 1년 동안 관중이 물의를 일으키지 않아야 징계를 해제해 주기로 했는데 몇몇 관중은 이렇게 구단이 징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벌써 까먹은 것 같다. 또한 만약 징계 중인 사실을 알고도 이런 일을 벌인다면 그건 더 심각한 일이다.

아무리 화가 나거나 기뻐도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오거나 그라운드에 이물질을 던져서는 안 된다. 이날 전반 최종환의 프리킥 득점 상황이 노골 선언되는 등 주심의 판정에 인천 팬들이 충분히 불만을 품을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방식으로 항의해야 한다. 심판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심판을 겨냥해 물병을 던지거나 골을 넣어서 너무 기쁘다고 그 선수와 포옹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 해진다면 그 경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더군다나 아직도 징계 기간이 끝나지 않은 인천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만약 이래 놓고 연맹이 무관중 징계를 확정지어 버리면 그때 피해자인 것처럼 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어줄 사람은 없다.

인천유나이티드와 대구FC가 지난 8일 맞붙었다. ⓒ프로축구연맹

VAR에 잡히면 피할 길 없다

최종환의 노골 선언은 애매했다. 나 역시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당한 과정 안에서 항의해야 한다. 나는 지난 5월 5일 인천 팬들을 따로 만난 적이 있다. 인천 팬들이 올 시즌 K리그 개막 이후 계속된 오심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앞에서 집회를 펼쳤기 때문이다. 이날 언론 중 유일하게 현장에 가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썼다. 이게 얼마나 큰 효과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팬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기도 하다. 심판을 향해 물리력을 행사할 때부터 그 누구도 그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불만이 있으면 목소리를 내고 구호를 외치면 될 뿐 그들을 향해 물병을 던지는 건 그들 이상의 잘못을 행하는 거다. 더 엄격한 관중석 분위기를 만들어 그라운드 난입과 물병 투척 등을 한 이가 관중석에 당당히 계속 앉아 있을 수 없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인천은 처절하게 싸우는 구단이다. 한 골을 넣으면 어떻게든 틀어막아야 이긴다. 질 경기는 어떻게든 악착같이 뛰어 한 골을 따라가 무승부라도 만들어야 하는 팀이다. 한 골 한 골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런데 이런 인천은 선수들만 뛰는 게 아니다. 다른 구단들도 다 마찬가지지만 인천 만큼 선수와 팬이 하나가 돼 90분 동안 뛰는 구단은 별로 없다. 반대로 말하면 팬들이 경기 외적으로 구단에 손해를 입히거나 자책골도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자책골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다. 기쁘다고 그라운드로 뛰어들거나 화가 난다고 물병을 집어던져 현재 1년간 보류 중이던 무관중 경기 징계가 확정되는 게 바로 자책골이다. 몇몇 팬들은 자신의 행동 하나가 선수가 어렵게 넣은 골을 날려버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대구전이 끝난 뒤 만난 안상기 심판감독관은 이런 말을 했다. “에이, 인천 팬들 그렇게 응원을 멋있게 해놓고 마지막에 물병을 집어 던지면 어떻게 해.”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선수들을 위해 그렇게 90분 동안 소리를 지르며 함께 뛴 많은 이들이 누군가의 물병 투척 한 번으로 똑같이 매도되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러면서 안상기 감독관은 말을 이었다. “VAR에 물병 투척 장면이 잡혔으면 그것도 징계 사유야. 들어가서 그 장면이 잡혔는지 확인을 좀 해봐야겠어.” 집으로 과속 위반 딱지 한 장 날아오는 것도 무서운데 누군가 한 번의 실수로 구단이 무관중 경기 통보를 받으면 얼마나 미안하고 괴로운 마음이 들까.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 그리고 인천은 징계가 다 끝난 게 아니라 현재 징계를 1년 유예 받았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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