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인천=조성룡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오심 대신 또다른 난관을 만났다. 바로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가장 크게 들을 수 있는 응원은 '인천!'이 아니다. '정신차려 심판'이다. 심판이 애매한 판정을 내릴 경우 인천 서포터즈는 '정신차려 심판'을 외친다. 이 때는 E석과 W석에 있는 관중들도 함께 한다. 3면 응원인 셈이다. 그만큼 인천은 심판에 대한 불신이 큰 곳이다. 그리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시즌 초 인천은 유독 오심에 울었다. 약 4경기가 오심 논란에 휩싸였다. 억울한 퇴장과 골 취소 등이 계속됐다. 인천 김석현 단장은 강원과의 경기에서 핸드볼 파울 오심 논란 이후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징계를 감수하면서 인천에 주어진 오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광주FC 또한 오심의 희생양이 되면서 심판의 신뢰도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은 VAR을 조기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2018 시즌부터 도입을 계획했던 VAR이었다. 하지만 심판을 향한 신뢰도는 더 이상 기다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오심의 피해를 자주 입었던 인천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였다.

VAR을 도입한 이후 인천은 광주와 대구FC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굉장히 민감한 경기였다. 강등권 순위 싸움의 핵심적인 경기였다. 인천의 입장에서는 모두 이겨야 했다. 결국 인천은 1승 1무, 승점 4점을 챙기며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VAR로 인해 마음껏 웃지 못했다. 뭔가 찝찝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7월 1일 광주전에서는 총 두 차례 비디오 판독이 발생했다. 광주 박동진이 김용환을 팔꿈치로 가격한 상황에 대해 비디오 판독이 있었고 경기 막판 웨슬리의 골이 심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두 차례 판정 모두 인천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박동진은 원심 그대로 옐로우 카드를 받았고 웨슬리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대구전에서도 인천은 VAR의 이득을 보지 못했다. 후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동석이 대구 김진혁에게 범한 거친 태클이 파울로 인정받지 않았다. 하지만 VAR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고형진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비디오 화면을 통해 파울 상황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김동석에게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 VAR에 의해 퇴장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과거 오심으로 울었던 인천이 이제는 VAR에 울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천이 VAR에 아쉬운 부분은 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주심의 비디오 판독 선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주전에서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광주 수비수의 핸드볼 장면에서, 대구전에서는 최종환의 프리킥 골이 경합 중 파울로 취소된 부분에서 주심의 손가락은 네모를 그리지 않았다.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아직 VAR 도입 초기다. 과거와 비교해서 인천의 판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초반 두 경기 인천의 판정은 꽤 묘했다. 여전히 인천 팬들은 '정신차려 심판'을 외쳤고 대구전에서는 경기 종료 후 심판을 향해 물병을 투척한 관중도 있었다. 대구와의 경기 종료 후 만난 안상기 심판평가관은 "그렇게 응원을 잘해놓고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오심에 울었던 인천이 이제는 VAR에 운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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