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K리그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WK리그가 위험하다.

최근 K리그에 발길을 끊은 속칭 '중계 알바'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여자축구 WK리그 경기장에 점점 출몰하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최근 <스포츠니어스>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수원종합운동장(수원FMC), 잠실올림픽보조경기장(서울시청) 등 수도권 WK리그 경기장 중심으로 중계 알바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계 알바가 한국 축구에 등장한지는 꽤 오래됐다. 당장 내 기억에서도 2009년 처음 불법 중계를 하는 외국인을 발견한 적 있다. 누가 보면 WK리그 경기장에 중계 알바가 등장한 것 가지고 왜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계 알바의 등장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단순히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중계 알바, 왜 위험한 것일까?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실제로 선수에게 접근하는 등 승부조작 시도가 아닌 중계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물론 중계 행위 자체가 축구의 신뢰도를 훼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초기에 승부조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중계를 철저하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불법 토토의 자금은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의 사설 토토 시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축구 종목에 승부조작이 꽤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중국 시장의 소비자들이 축구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이 어마어마한 자본을 바탕으로 불법 토토 업계는 다양한 리그에 관심을 기울인다. 소비자들이 베팅할 수 있는 게임이 많아진다는 것은 자체적인 시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다양한 경기를 제공하는 것은 꼭 필요한 요소다.

이들이 시장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보다. 정보가 있어야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배당률도 정할 수 있다. 물론 매스미디어의 존재로 인해 축구 경기에 대한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중계가 많지 않거나 미디어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리그, 특히 아마추어 리그의 경우 정보를 얻기 상당히 어렵다.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리그는 누구나 다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다른 곳에 비해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아마추어, 또는 실업 리그에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속칭 '중계 알바'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대부분 중계 알바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쥐어주고 경기장에 파견하는 것이다.

<스포츠니어스>는 지난 3일 WK리그에서 불법 중계 알바로 추정되는 인물을 포착했다 ⓒ 스포츠니어스

꾸준히 경기 관련 정보가 불법 업계에 제공될 경우 소비자의 관심은 커져가고 해당 리그에 대한 베팅 시장은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조작의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된다. 큰 판돈이 걸려있는 만큼 조직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규모 리그의 선수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조작 제의를 할 수 있다.

결국 중계 알바의 등장이라는 것은 잠재적으로 승부 조작 시도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유관 기관에서는 중계 알바를 발견할 경우 곧바로 신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적어도 이들의 정보 수집을 차단하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중계 알바의 재등장, 싹을 잘라야 한다

그래서 최근 WK리그에 중계 알바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최근 K리그에서는 중계 알바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들이 대신 WK리그를 선택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내셔널리그나 K3리그 등 또한 긴장해야 한다. WK리그에 이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언제 다른 곳에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계 알바의 중계 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중계 알바는 전화 통화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했다. 현장에서 적발당하지 않으려고 전화기를 옷깃에 숨겨서 전화하는 등의 방법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다양한 방법으로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메신저를 활용하거나 영상 통화로 영상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적발도 쉽지 않다.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단순히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단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아마추어 리그의 경우 이를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불법 중계 알바는 우리의 허점을 찾아서 파고든다. 관심 및 예방과 더불어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책과 법 제정 등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 한국 축구는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았다. 축구의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졌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막아야 한다. 중계 알바는 승부조작의 싹이다. 이 싹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 그들은 잡초처럼 뽑아도 뽑아도 계속 등장한다. 한 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단순히 축구계 구성원만 노력해서는 안된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협조도 절실하다. 중계 알바들은 주로 관중석 구석에 자리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정체를 숨겨도 투명인간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을시 망설이지 말고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 경기에서는 경기 전 신고 방법을 안내해주고 있다. 특히 자주 경기장을 찾는 팬이라면 숙지하는 것이 승부조작 예방의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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