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마토가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삼성에서 뛰었던 크로아티아 국적 수비수 마토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수원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다. 2011년 시즌을 끝으로 수원삼성을 떠났지만 아직도 마토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마토가 지금 한국에 있고 오늘(18일)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를 보기 위해 경기장까지 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스포츠니어스>는 미리 마토와 약속을 잡고 경기가 열리기 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마토는 ‘귀한 몸’ 싸빅을 통역으로 대동하고 등장했다.

반갑다. 한국에는 어쩐 일인가.

축구 보러 왔다. 나도 반갑다.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현재 보스니아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다. 작년에 보스니아 2부리그 HNK 오라셰 팀을 맡았다가 현재는 1부리그 NK 메탈레예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열심히 감독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축구만 보고 가는 건가. 팬들과의 만남도 열고 인사를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일부러 서울과의 슈퍼매치에 맞춰 방문 일정을 잡았다. 공식적인 만남 행사는 없지만 경기장에서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은 내가 비록 다른 팀의 감독으로 일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푸른 피가 흐른다. 수원 팬, 관계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싶다. 수원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한국에서의 일정은 어땠나.

열흘 전에 한국에 와 많은 경기를 지켜봤다. K리그 챌린지 경기장도 찾았고 고등학교 경기도 보러갔다. 감독이 된 후 프랑스나 영국, 스페인 등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축구를 보러 간다. 여건이 되면 해외 구단의 허락을 받아 훈련장에도 방문해 많은 걸 보고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한국에 와 많은 경기를 봤다. 감독이라면 다양한 축구 경기를 보고 공부해야 하는데 K리그도 공부할 게 많은 리그다. 수원 구단에서 도움을 줘 수원 클럽하우스에서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전세계 축구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끊임 없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오늘 경기를 본 뒤 밤 12시 반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한국에 와서 놀지는 않았나. 축구만 봤나.

FC서울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데얀과 만나 이태원 클럽도 다녀왔다. 둘이 비록 라이벌 팀에 속했지만 우리 둘은 친하다.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항상 싸웠는데 원래는 사이 좋은 친구다. 만나서 밥도 먹고 클럽도 다녀왔다.

(이 인터뷰는 수원-서울전 직전에 진행됐다.) 그렇다면 데얀과 오늘 경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나.

물론이다. 데얀은 K리그에서 많은 걸 이룬 최고의 공격수다. 선수 시절에도 데얀을 막는 건 늘 쉽지 않았다. 자기도 이번 경기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수원이 이길 것이다.

보스니아에서 수원 경기 소식을 접하기도 했나.

물론이다. 항상 수원뿐 아니라 K리그 소식을 챙겨본다.

수원 경기를 지켜본 소감은 어땠나.

내가 뛸 때에 비하면 많은 게 달라졌다. 감독도 바뀌었고 선수들의 스타일도 달라졌다. 당시에는 피지컬과 템포를 앞세운 축구를 했는데 요즘은 조금 더 전술적인 것 같다. 내가 뛰던 당시와 비교하면 많은 면에서 더 발전을 이룬 것 같다.

수원에는 ‘제2의 마토’를 꿈꾸던 외국인 수비수들이 많이 거쳐 갔다. 이번에 활약하는 매튜는 그래도 ‘제2의 마토’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 혹시 매튜라고 들어봤나.

당연히 매튜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나 정말로 수원 경기를 자주 챙겨본다. 매튜의 경기도 여러 번 봤다.

그렇다면 매튜는 정말 ‘제2의 마토’가 될 자질이 있나.

물론이다. 잘해주고 있다. 제공권도 좋고 나와 닮은 게 많은 것 같다. 그가 더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시간 뿐인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은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문화와 다른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매튜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에 맞춰 더 적응한다면 그땐 ‘제2의 마토’가 아니라 ‘제1의 매튜’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내 자신이 빛나기 보다는 팀에 맞췄던 기억이 난다.

인터뷰에 응한 마토와 그의 이야기를 통역하는 이싸빅. ⓒ스포츠니어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당신의 모습은 굉장히 오랜 만에 본다. 소감이 어떤가.

내가 사실 알게 모르게 ‘빅버드’에는 자주 왔다.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이고 언론을 타지 않았을 뿐이다.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온 것 같다. 축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팀이 바로 수원이었다. 그리고 나는 K리그에서는 이 팀에서만 뛰었다. 늘 ‘빅버드’에 올 때면 집에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팀이다.

수원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 있나.

있다. 수원에 오면 꼭 수원 갈비를 먹어야 한다. 우리 가족들도 다 수원을 너무 사랑한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학교 때문에 한국에 같이 오지 못하고 아내와 둘이 왔다. 그런데 아이들은 한국에 오지 못해 굉장히 아쉬워하더라. 예전에 수원 팬들이 우리 딸을 보고 귀엽다면서 예뻐해 주셨는데 그 딸이 벌써 한국 나이로 18살이 됐다. 나중에는 꼭 아이들과 함께 오겠다.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다.

수원 선수 중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 이들도 있나.

매일 전화하는 동료는 없지만 그래도 같이 뛰었던 선수들과는 가끔씩 안부 연락도 하고 근황도 묻는다. 그 중에서는 그래도 곽희주와 가장 친하다. 같이 수비를 맡아 호흡도 좋았고 성격도 잘 맞는 친구다. 이번에도 한국에 오면서 이운재, 이관우 등 옛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아직 얼굴은 못 봤다. 오늘 경기장에서 옛 동료들과 만나는 일을 기대하고 있다.

당신은 수원의 찬란한 역사와 함께 한 선수다. 수원에서 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였나.

FC서울과 2008년 12월 7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빅버드에서 치러 2-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때 우승을 확정짓던 순간 막 눈이 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건 그게 수원의 마지막 리그 우승이었다는 점이다. 내년이면 10년이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때를 추억하며 현재 수원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챔피언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08년 리그 우승을 할 때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다. 팬들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면 결과가 언젠간 나올 것이다. 물론 지금 수원의 투자가 ‘적당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미래를 위해 조금만 더 투자한다면 수운은 곧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수원에서 뛰며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어떤 골이었나. 당신은 K리그 157경기에 나서 무려 29골을 기록했다. 공격수 손정탁 보다도 통산 골이 더 많다. 특히나 2005년에는 31경기 출장 10득점으로 팀내 득점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골이 다 기억나지만 그 중에서 역시나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골은 2006년 8월 서울과의 FA컵 8강에서 넣은 프리킥 골이었다. 당시 서울 원정에서 1-2로 지고 있다가 후반 2분을 남겨 놓고 마지막 기회에서 싸빅이 밀어준 프리킥을 내가 그대로 골로 성공시켰다. 이 골 이후 승부차기에서 우리가 서울을 이겼고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골이었다. (통역하던 이싸빅은 “통역을 하면서 내가 어시스트 했으니 그 골을 최고의 골이라고 말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인터뷰에 응한 마토와 그의 이야기를 통역하는 이싸빅. ⓒ스포츠니어스

이제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다. 선수 때와 다른 건 무엇인가.

선수 때는 나만 잘 관리하면 됐다. 휴식이나 음식, 훈련 등 내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모든 선수들과 구단 프런트, 팬들, 그리고 기자들까지 모든 분야를 상대해야 한다. 그런 능력을 한 번에 갖기란 쉽지 않다. 현재 지도자 A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9월부터 P급 라이선스 교육을 받기로 했다. 선수 시절에는 감독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 물론 우리 팀은 나를 닮아서 공격보다는 수비가 더 좋은 팀이다. 골을 절대 먹지 않는다.

당신을 닮았다면 그 팀은 공격도 잘할 것 같다. 혹시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없나.

너무 하고 싶다. 선수 시절에는 수원에서 K리그 우승을 경험했는데 언젠간 감독으로 다시 한 번 K리그 우승의 감정을 느껴 보고 싶다. 물론 K리그에서 감독을 할 수 있는 팀을 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수원이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나는 푸른 피가 흐른다고. 지금도 여러 축구를 보며 감독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나에게도 수원의 감독이 될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수원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수원에도 있어 보고 다른 여러 해외 팀에서도 뛰어봤다.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선수로도 그라운드에 서 봤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 가서도 수원 만큼이나 열정적인 팬들을 본 적이 없다. 축구를 하다보면 정말 힘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 어디에서 힘을 받았는줄 아는가. 골대 뒤에서 쉴 새 없이 응원을 보내는 수원 팬들로부터 힘을 받았다. 그런 팬들은 여기 빅버드에만 있고 항상 내 기억 속에 있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빅버드에도 오는 거다. 수원 팬 그랑블루(지금의 ‘프렌테 크리콜로’다)는 최고다. 물론 나도 이젠 한 명의 그랑블루다.

마토의 인기는 여전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를 보고 몰려든 팬들 때문에 인터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시간은 흘렀어도 빅버드에 온 마토의 인기는 대단했다. 수원삼성의 가장 찬란한 시간을 이끌었던 이 ‘통곡의 벽’은 더 많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기억 속에 단단하게 우뚝 서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마토 감독이 ‘빅버드’에 서는 모습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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