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은 최악이다. ⓒ jtbc 방송화면 캡쳐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꿈을 꾸다 깨어나면 아주 힘이 빠질 때가 있다. 무척 긴 칼럼을 완벽하게 써서 올리려는 순간 깨어보니 꿈이었을 때다. 밤새 꿈속에서 썼던 글을 일어나 똑같이 다시 쓴다는 건 악몽보다도 더 괴롭다. 그런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이라크와 치르는 평가전을 보며 잠들었던 나는 꿈 속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기사를 썼다. 꿈에 나왔던 그 기사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한다. 물론 꿈은 반대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꿈 속에서 미리 본 카타르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14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후반 16분 카타르의 메살 압둘라흐에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0-1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은 4승 1무 3패 9득점 8실점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A조 3위에 내려 앉고 말았고 우즈벡과의 원정 마지막 경기에 사활을 걸게 됐다.

지난 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스리백을 들고 나와 0-0 무승부에 머물렀던 슈틸리케호는 카타르를 상대로 다시 포백을 가동했다. 이라크전에서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며 졸전을 펼치자 다시 측면 공격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반면 경고누적으로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결장한 카타르는 잔뜩 움크린 채 수비에 치중했다. 전반 시작과 함께 한국은 강력하게 카타르를 몰아쳤다. 전반 3분 기성용의 중거리 슈팅으로 공격을 시작한 슈틸리케호는 전반 19분 지동원이 완벽한 기회를 맞았지만 카타르 골키퍼 사드 알 십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전반 경기 내용은 한국이 압도적이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카타르는 소리아의 빈 자리를 압둘라흐 원톱으로 채우는 건 무리였다. 점유율에서 밀린 카타르는 전원이 수비 지역에 위치해 ‘텐백’으로 한국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전반 32분 카타르 수비 두 명을 제친 뒤 날린 손흥민의 슈팅도 골문을 살짝 빗나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넘쳤지만 결국 득점 없이 전반이 마무리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선발로 나섰던 남태희를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결국 카타르에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시종일관 카타르를 몰아친 한국은 후반 16분 역습 상황에서 압둘라흐에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한국 측면이 무너진 틈을 타 돌파에 성공한 알리 아사드가 찔러준 공을 압둘라흐가 2선에서 침투하며 침착하게 밀어 넣은 것이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카타르 팬들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다급해진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을 전진배치하고 황희찬까지 투입하며 추격 의지를 불태웠지만 카타르 수비는 견고했다. 카타르는 득점에 성공한 압둘라흐까지 빼고 수비수 아흐메드 야세르까지 투입하면서 전원이 수비에 가담, 골문을 굳게 지켰다.

카타르와의 원정경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다. ⓒ카타르축구협회

한국은 또 다시 카타르의 ‘침대축구’에 속앓이를 해야 했다. 후반 32분 카타르 수비수 이브라힘 마지드는 큰 부상이 아님에도 노골적인 시간 지연으로 경고를 받았고 이후에도 카타르 선수들은 돌아가며 부상을 핑계로 시간을 끌었다. 다급해진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38분 황일수를 투입해 빠른 공격을 주문했고 후반 41분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장현수가 솟구쳐 올라 날린 헤딩 슈팅이 카타르 골대를 강타한 것이다. 골대를 맞고 흐른 공을 손흥민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결국 카타르의 육탄방어에 막히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두 팀은 신경전을 펼치며 충돌했다. 육탄방어를 한 모하메드 무사가 쓰러져 시간을 끌자 무사를 한국 선수들이 억지로 일으켜 세웠고 이 과정에서 카타르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몸으로 밀치며 도발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도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고 한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펼치며 살짝 부딪힌 카타르 선수 두 명이 얼굴을 부여잡은 채 쓰러져 괴로워했다. 이렇게 안타까운 시간은 흘러갔다. 이미 경기 시간은 후반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충돌 과정에서 5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대기심이 4분의 추가시간을 줬지만 한국이 동점골을 기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은 전원이 카타르 진영으로 올라가 마지막 공격을 노렸지만 이 상황에서 의미 없는 백패스를 선보이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한국은 마지막 기회를 잡지 못했고 주심은 그대로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끝나자 카타르 선수들은 부둥켜 안고 환호한 반면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누워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카타르 호르헤 포사티 감독은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압둘라흐 같은 선수가 한국에도 필요하다.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오답 노트는 이미 있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소설을 쓰려는 게 아니다. 내 꿈에서 한국이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다 나왔다. 나는 이걸 말하고 싶은 거다. 한국에 중요한 건 압도적인 점유율이 아니라 골이고 그 골이 일찍 들어가지 않으면 카타르의 노골적인 ‘침대 축구’를 맞딱뜨려야 한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선취골을 내주는 순간 우리가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것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 꿈도 안다. 절대 카타르의 신경전에도 넘어가선 안 된다. 이번엔 후반 막판 투입할 김신욱도 없다. 부디 오늘 이 칼럼을 카타르전이 끝나고 ‘복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꿈은 반대라고 하지 않았나. 오답 노트를 만들어 하나씩 오답을 지워가자. 알면서도 당하면 그건 바보다. 축구를 정말 못 하는 것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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