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통신] 6월 3일, 당신의 챔스는 어땠나요


마드리드에서 우승 기념행사를 치르는 레알마드리드 선수단ⓒUEFA홈페이지
마드리드에서 우승 기념행사를 치르는 레알마드리드 선수단ⓒUEFA홈페이지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발렌시아=배시온 기자] 후반 추가시간. 3-1로 앞서있던 레알 마드리드가 유벤투스를 한 번 더 무너트렸다. 아센시오 마르코의 결승골이 터지자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작은 펍엔 레알 마드리드의 응원가가 퍼졌고 중계 화면엔 환호하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모습이 가득 잡혔다.

2016-2017UEFA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마드리드ⓒUEFA홈페이지
2016-2017UEFA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마드리드ⓒUEFA홈페이지

레알 마드리드는 유러피언컵에서 챔피언스리그로 바뀐 후 사상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2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간으로 6월 4일 오전 3시 45분. 웨일즈 카디프시티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4-1 승리로 끝났다.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답게 화려한 골장면과 치열한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전반 초반 유벤투스가 흐름을 잡았지만 전반 20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선제골이 터졌다. 그것도 잠시, 곧바로 7분 후 마리오 만주키치의 시저스킥으로 상황은 다시 팽팽해졌다. 하지만 후반 16분 카를로스 카시미로, 19분 호날두의 멀티골과 후반 추가시간 터진 아센시오 마르코의 골까지 터지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골잔치를 벌였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역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함께 결승전을 시청했다ⓒUEFA홈페이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역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함께 결승전을 시청했다ⓒUEFA홈페이지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즐긴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언제나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결승팀이 속해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축구팬들이 열광한다. 한국만 보더라도 새벽 3시45분에 치러진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치킨을 시키는 팬들이 태반이다. 경기 후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챔피언스 리그 관련어로 꽉 찼고 각종 SNS에도 수많은 글이 오르내린다.

먼 대륙의 한국에서도 이정도인데, 해당 국가는 말할 것도 없다.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는 팬들이 모여 경기장 한 가운데에 여러 대의 TV를 틀어놓고 함께 시청했다. 이들은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고 우승의 순간이 확정되자 서로를 자축했다. 원정 응원을 가진 못했지만 안방에서 함께했기에 이들은 더 큰 기쁨을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마드리드가 아니어도 스페인 곳곳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팬들이 웅성거렸다. 레알 마드리드에 적대감이 없는 스페인 사람들, 가볍게 축구를 즐기는 팬층은 자기네들 국가 팀인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에 적대감이 있는 팬들이거나, 취향이 확실한 이들은 스페인 사람이라도 유벤투스를 응원하기도 했다.

발렌시아 대학가 쪽 한 곳에 위치한 펍에서도 열기는 마찬가지였다. 펍에는 대 여섯개의 TV가 차지하고 있었다. 한 쪽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자리를 예약했고, 다른 한 쪽엔 유벤투스 팬들이 자리를 예약했다. 이들은 자연스레 반으로 갈린 채 결승전을 시청했다. 호날두의 첫 골이 터졌을 때, 만주키치의 동점골부터 아센시오의 결승골까지 골장면 하나하나에 따라 이곳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 됐다.

후반 16분과 19분 레알 마드리드가 연달아 골을 터트리자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면 후반 39분 후안 콰드라도가 퇴장당하자 펍에 있던 유벤투스 팬들 자리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결국 유벤투스 팬들의 표정은 경기 종료까지 펴지지 못했다. 작은 펍에는 환호와 정적 두 개의 분위기가 뒤섞였다.

만주키치는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동점골을 넣어 유벤투스 팬들을 설레게했다ⓒUEFA홈페이지
만주키치는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동점골을 넣어 유벤투스 팬들을 설레게했다ⓒUEFA홈페이지

적진에서 본 내 팀의 결승전

발렌시아에 살고있는 토리노 출신 에리카 역시 스페인에 위치한 작은 이탈리아 펍에서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유벤투스를 응원했다. 평소 축구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향 연고팀인 유벤투스에 적당한 관심을 두고 있었고, 마침 거주 중인 스페인팀과의 대결이기에 친구들과 경기를 시청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로 끝났고 경기 후 만난 에리카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향에서 벌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처럼 유벤투스 팬들 역시 토리노 산카를로 광장에 모여 다같이 결승전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울린 폭죽 소리를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것인줄 착각한 상황에서 혼란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패배의 아픔과 함께 사고까지 접한 유벤투스 팬들은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에 뒤쳐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유벤투스 팬들에게 이 결승전은 상처가 더 크게 남았다.

마드리드에서 우승 기념행사를 치르는 레알마드리드 선수단ⓒUEFA홈페이지
마드리드에서 우승 기념행사를 치르는 레알마드리드 선수단ⓒUEFA홈페이지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를 축하하는 방법

마드리드에선 일요일날 선수들을 위한 우승 기념 행사가 진행됐다.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끝에 위치한 시벨레스 광장은 레알 마드리드가 프리메라리가나 챔피언스리그, 코파 델 레이 등의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공식적으로 축하 행사를 하는 곳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울 축하하기 위한 사람들이 시벨레스 광장에 모였다.

8만여명이 모인 광장에는 ‘CAMPEONES(챔피언)’라고 적힌 벽이 세워지고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들어찼다. 빅이어를 다시 들어올리며 팬들과 다시 한 번 기쁨을 나눈 레알 마드리드는 마드리드 시내를 승리의 기쁨으로 흠뻑 젖게 만들었다.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즐긴 챔피언스리그. 장소는 다르지만 열광적인 마음만은 같았다. 승리한 팀에게는 기쁨, 기적이 되지만 패배팀에겐 악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패배팀에게도 오직 결과만이 악몽이도록 안전하게 챔피언스리그를 즐기길 바란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른 일일까.

si.onoff@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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