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리그 시흥시민축구단 졸진 글레겔 감독을 직접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한국 축구 성인 무대에는 외국인 감독이 단 한 명밖에 없다. 다들 이 한 명이 누구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를 다 따져봐도 외국인 감독이 한 명도 없는데 무슨 소리인지 궁금할 것이다. 한국 축구 성인 무대에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 K3리그 팀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은 브라질 출신으로 국내 유일의 외국인 감독인 K3리그 시흥시민축구단 졸진 글레겔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하려 한다. 오랜 만에 통역사를 마주하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만큼 우리는 외국인 감독이 흔치 않다.

반갑다.

나도 반갑다.

요새 시흥시민축구단 분위기가 좋다. K3리그 베이직 리그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4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리그 3위인데 꼭 1위를 해서 어드밴스 리그로 승격하고 싶다. 그러려면 보완해야 할 게 많다. 팀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당신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다. 일단 현역 시절 어떤 선수였는지부터 소개해 달라.

나는 골키퍼였고 1996년 브라질리그 과라니 팀에서 데뷔해 코린치안스와 포르투게자, 크루제이로 등 여러 명문 팀을 거쳤다. 그 중 과라니와 포르투게자에서는 100경기 이상 소화했다. 클럽월드컵에도 나간 적이 있는데 당시에 한국 클럽은 대회에 나오지 못해 한국 선수들을 상대해보지 못한 건 아쉽다. 당시 브라질에는 타파렐이라는 대단한 골키퍼가 있었는데 그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열심히 했다. 그래서였을까. 현역 시절 타파렐과 플레이가 닮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브라질 청소년 대표팀을 거쳐 성인 대표팀에까지 발탁되기도 했다.

외모도 타파렐과 비슷하다.

안 그래도 청소년 대표팀 자격으로 카타르에 간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나를 타파렐로 착각해 사인 공세도 받고 그랬다. 1990년대 중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지금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선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가. 영광이다.

1998년 무렵 청소년 대표팀에서 성인 대표팀으로 올라갔다. 당시 브라질 성인 대표팀 주전 골키퍼였던 디다가 부상을 당해서 예비 선수로 내가 성인 대표팀에 뽑힌 것이다. 몇 번의 친선경기에 나섰고 대표팀 상비군에도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비롯한 큰 대회에 나가지 못해 대표 선수로서 기량을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았다. 1997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U-20 청소년월드컵에서 브라질이 한국을 10-3으로 이긴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청소년 대표팀에서 막 성인 대표팀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어서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면 그 쟁쟁했던 1998년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 당신의 친구들인가.

그렇다. 그 중에서 호베르토 카를로스와는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그 친구가 지금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코치로 있는데 어제도 연락을 했다. (핸드폰을 보여주며) 이거 보라. 나하고 친하다. 선수 시절부터 카를로스와 우리 집에 가까워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아, 아니다.

뭔데 그러나.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카를로스가 이혼을 했는데 그 전 부인이 내 담당 변호사였다. 그래서 되게 친하다.

AS로마의 전설적인 선수 알다이르와 글레겔 감독.

인터뷰를 하다가 카를로스 이혼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카를로스하고는 축구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저런 사는 얘기도 많이 나눈다. 작년 말에는 안타까운 비행기 참사를 당한 샤페코엔시를 추모하는 경기를 브라질에서 했는데 나도 초청을 받았다. 그 경기에서 네이마르하고도 상대팀으로 만났다. 원래 네이마르와도 친분이 있고 호나우두와도 친하다. AS로마에서 오래 뛰었던 알다이르라고 아는가. 그 친구도 나하고 친구다. 여기 사진을 좀 보라. 정말이다.

사진은 됐고 정말 친하면 호나우두한테 지금 전화를 한 번 해보라.

브라질이 새벽 시간이라 안 받을 거 같다. 다음에 하자.

에이, 그러면 믿을 수가 없다.

호나우두 연락처도 있다. 가끔 연락도 하고 호나우두가 사는 도시에 가면 저녁도 같이 먹는 사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친구가 너무 나빠서 그런지 연락을 잘 안 받더라.

일부러 안 받는 걸 수도 있다.

그런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어쨌건 굉장히 유명했던 선수라고 믿겠다.

지금도 과라니의 연고 도시인 캄피나스라는 곳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다 알아보고 몰려든다. 가면 그 동네에서는 내가 힘도 꽤 있다.

그러면 내가 그 동네에 가서 당신 이름을 좀 팔고 다녀도 되겠나.

물론이다. 내 이름을 대면 당신은 거기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가 뭔가.

그 동네에 축구팀이 두 개다. 과라니와 폰치프레타가 있는데 폰치프라테 팬에게 내 이름을 댔다가는 그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 두지 않을 수도 있다. 가서 알아서 판단해서 내 이름 팔아라. 나는 모른다.

그냥 조용히 한국에 있겠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당신은 지도자로서는 어땠나.

2010년까지 브라간치노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그 해에 우승을 하고 은퇴했다. 부상도 많고 현역으로 더 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팀 감독이 나에게 바로 코치로 일하자고 해서 그 팀 코치로 2년을 더 있었다. 그 이후에도 해모라는 팀과 포르투게자에서 수석코치를 했다. 포르투게자에서는 수석코치를 맡았다가 감독이 경질되는 바람에 감독대행 역할도 해봤고 이후 과라니 수석코치를 1년 더 하고 한국에 오게 됐다.

AS로마의 전설적인 선수 알다이르와 글레겔 감독.

그때 당신이 지도한 선수 중에 우리가 알만한 선수가 있나.

브라질에서 뛰는 유명한 선수들은 많은데 한국에서 알만한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J리그 가시와레이솔에서 4년 동안 뛰었던 레안드로 도밍게즈는 한국 팬들도 알 것이다. 이 선수가 브라질에서 나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다. 포항에 있는 롤리냐나 무랄랴는 내 제자는 아니고 브라질에서 상대로 만났던 선수들이었다. 아, 그리고 한국에서 작년인가 뛰었던 선수 한 명도 내 제자다. 혹시 세르징요라고 아는가.

설마 그 강원FC에 있던 세르징요를 말하는 건가.

팀이 어디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잠깐만 기다려보라. (휴대폰을 보여주며) 혹시 이 선수 맞나.

맞다. 오랜 만에 보니 반갑다. 이 선수가 브라질에 있을 때 다른 팀 소속이다가 내가 브라간치노에 데려와서 아주 잘 활용했다. 그런데 이 선수 이름을 듣고 왜 이렇게 놀라나.

아, 아니다.

말해보라. 나도 카를로스의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나.

이 선수가 위조여권 혐의로 한국에서 추방됐고 지금까지도 말이 많다. 시리아 이중국적 선수로 알려졌는데 알고 봤더니 이게 위조여권이었다.

시리아? 세르징요가 시리아 국적이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처음 듣는 소리다. 나한테 단 한 번도 시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도 없었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놀랍다.

세르징요는 위조여권을 들고 왔다지만 당신은 당당하게 합법적으로 한국에 왔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

2012년에 한국인 에이전트 한 명이 브라질 선수 10여 명으로 한 팀을 꾸려 한국으로 왔다.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테스트를 겸한 것이다. 이 중에 마음에 드는 선수가 있으면 한국 프로팀이 영입할 수 있도록 한 경기였다. 나는 그때는 이미 은퇴를 했고 운동도 많이 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나도 선수로 참여했다. 선수건 코치건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지도자로도 한국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당시 한국인 에이전트와는 계속 친하게 지냈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브라질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다 준비했는데 다시 그 한국인 에이전트한테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지도자로 한 번 도전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당신이 택한 시흥시민축구단은 K3리그에서도 하부리그에 속해있다. 5부리그쯤 된다. 최하부리그를 선택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나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한국 축구를 잘 모른다. 여기 밑에서부터 여러 경기를 경험하고 K3리그에도 참여하면서 한국 축구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기회였기 때문에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처음부터 상위 리그에 뛰어들었다면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하부리그부터 알아 가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AS로마의 전설적인 선수 알다이르와 글레겔 감독.

시흥시민축구단을 맡아보니 어떤가. 이게 한국 5부리그다.

스피드도 뛰어나고 체력도 괜찮다. 그런데 K3리그는 훈련량이 많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부임한 뒤로는 하루에 오전, 오후나 오후, 저녁으로 나눠 두 타임씩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조금 더 체계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축구를 경험해 보니 체력 싸움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결국에는 체력에서 상대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체력 운동도 정말 많이 시켰더니 선수들이 날보고 ‘한국형 감독’이라고 하더라. 브라질 사람이 오면 기술 훈련만 시킬 줄 알았나보다. 한국 감독들이 하는 것처럼 체력훈련을 시키고 기술적인 부분은 브라질 스타일을 접목하고 있다.

선수들이 당신에게 체력훈련을 좀 줄여달라고 건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위리그처럼 매주 경기가 있다면 체력 훈련을 하지 않겠지만 K3리그는 특성상 한 주를 아예 쉬고 그런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체력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팀이 경기에서 잘하면 선수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굳이 체력 훈련을 하지 않겠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고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체력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만 조금 더 지켜보겠다. 선수들한테 달렸다.

정말 한국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이게 한국 스타일인가. 잘 몰랐다.

K3리그를 경험해 보니 느낌이 어떤가. 장점도 보일 것 같고 개선점도 보일 것 같다.

일단 K3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의 수준이 거의 비슷하다는 건 장점이다. 상위팀부터 하위팀까지 격차가 크지 않아 박진감이 넘치고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상위리그와는 다르게 팀이 한 골을 허용하면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고 분위기가 확 죽어버리는 경우도 꽤 있다. 경험의 차이인 것 같다. 그걸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시흥시민축구단에는 K3리그에서는 이례적으로 외국인 선수도 있다. 외국인 감독에 외국인 선수까지 갖춘 모습을 보니 마치 프로팀 같다.

호돌프와 마르셀로를 데려왔다. 내가 이 팀에 지난 12월 부임한 뒤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해서 구단에 영입을 요청했다. 마르셀로는 특히 내가 포르투게자에 있을 때 지도한 선수라 애정을 가지고 데려온 선수인데 한국 축구에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선수에게 요구할 건 요구하고 믿음을 줄 생각이다.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사흥시민축구단은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4승 1패로 리그 3위다.

우리 팀이 아직 조직력은 부족하다. 지난해 12월 부임해 선수들을 급하게 꾸리다보니 아직 다듬을 게 많다. 다른 팀들은 그 전부터 발을 맞춰 왔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금 잘해주고 있고 호흡을 몇 번 맞추지도 못한 상황에서 우리 팀은 도민체전 준우승까지 했다. 팀이 내년 시즌에는 한 단계 높은 어드밴스 리그로 올라가길 희망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에서도 잘 도와주고 있고 환경도 좋다.

K3리그는 열악하다. 다들 힘들다고 한다. 당신도 그렇게 느끼질 않나.

불평할 게 별로 없다. 브라질에 내가 아는 팀 중에는 시흥시민축구단이나 다른 K3리그보다도 훨씬 더 환경이 열악한 곳도 많다. 나는 지금 환경에도 충분히 만족한다. 여기에서 3~4년 정도 훌륭한 선수들과 훈련하면 그 어떤 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구단에는 딱히 더 원하는 게 별로 없는데 굳이 하나를 꼽자면 내 수당을 조금 더 올려주면 좋지 않을까.

AS로마의 전설적인 선수 알다이르와 글레겔 감독.

당신은 지난 달 20일 중랑축구단과의 홈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다. 이거 수당이 문제가 아니라 벌금을 내야 하는 거 아닌가.

브라질에서는 감독이 경기 도중 화가 나면 물병을 걷어차기도 하고 그런다. 되게 일반적인 상황이라 이걸 가지고 심판이 퇴장을 주는 일도 별로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물병을 걷어차니 심판이 바로 퇴장을 선언하더라. 그래서 퇴장 당했다. 이제는 K3리그의 규정을 알았으니 다시 퇴장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축구 문화가 달라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에서는 선수 시절 몇 번 퇴장은 당해봤어도 지도자를 하면서 퇴장을 당한 적은 없다. 거친 감독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흥시민축구단은 창단한지 갓 2년이 조금 넘은 팀이다. 그런데 K3리그에서는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팀이기도 하다.

오늘도 당신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시흥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한 시간 반 정도 축구 수업을 하고 왔다. 우리 구단은 시민을 위한 이런 이벤트를 자주 한다. 브라질에서는 해보지 않은 일이라 생소하긴 하지만 나는 이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와 감독이 어린 학생들과 어울리고 하다 보니 지역 사회에서 우리 구단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있고 홍보도 잘 된다. 항상 마주하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관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 홈 경기 평균 관중이 800여 명이 이른다.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런 노력을 계속한다면 관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경기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갈 길이 멀다.

감독으로 더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면 관중이 더 모이지 않을까. 당신의 지도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일단 팀을 꾸릴 때 먼저 필요한 선수들을 선별하고 상대팀에 따라 어떤 선수들을 기용해야 할지 뽑는다. 먼저 우리 전술을 만들어 놓고 상대팀을 만나기보다는 우리 자원 중 가장 전략적으로 상대를 잘 공략할 수 있는 게 어떤 전술인지 고민하는 감독이다. 상대팀이 매번 다른데 같은 전략과 같은 선수들만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선수들 중에 누가 훈련에서 더 집중하는지를 반영해 경기에 내보낸다. 경기 도중에는 수비적인 모습보다는 공격적인 모습을 더 선호한다. 가끔은 실점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공격적인 축구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골키퍼 출신인데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건 독특한 것 같다.

내가 골키퍼 출신이어서 가급적 공이 골키퍼에서 멀리 있는 걸 좋아한다.

AS로마의 전설적인 선수 알다이르와 글레겔 감독.

한국 성인 축구 무대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당신이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그런가. 전혀 몰랐다.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다.

한국 성인 무대에 이렇게 외국인 감독이 불균형할 정도로 적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외국인 감독을 기다려주는 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 외국인 감독이건 외국인 선수건 새로운 무대에 왔을 때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올라가야 하는데 그걸 성급해하면 당연히 발전이 없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온 것 같다.

나 역시 동의한다.

한국 축구 지도자들도 훌륭하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의 색다른 축구 경험과 기술을 접목해야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외국인 감독에게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게 아쉬운 부분인데 나는 그래도 시흥시민축구단에서 기회를 주고 시간도 줘 너무 고맙다. 이런 무대에서 외국인 감독이 시간과 기회를 얻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그렇다면 한국 생활은 어떤가. 만족하나.

물론이다. 시흥시는 너무 조용하고 좋다. 치안은 브라질과의 차이가 엄청나다. 내가 살던 상파울루 부근은 너무 위험해 밤 9시 이후에는 밖에 나가질 못할 정도였는데 한국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 아내와 10살 된 딸도 함께 한국에 왔는데 주말이면 인천이나 서울 등 가까운 곳으로 자주 나들이를 간다. 그게 행복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 구단 팀장이 이태원도 데리고 갔고 남산도 안내했다. 참 마음에 드는 곳이 많았는데 지금 하나 부족한 게 있다면 바다에 가고 싶다는 거다. 브라질에서는 바다에서 노는 걸 즐겼는데 한국은 이제 막 여름이 돼 지금껏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인천 물은 똥물이다.

오늘 많은 정보를 줘 고맙다. 참고하도록 하겠다. 당신이 인천에 사나.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인천 바닷물은 똥물이다.

브라질에서는 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가면 멋진 바다가 있었다. 나는 브라질에서 축구 코치를 하면서 농장을 운영해 산이 더 익숙했다. 그런데 딸이 바다에 가는 걸 좋아해 시간이 되면 바다로 향했다. 인천 바닷물이 더럽다니 다른 바다를 한 번 찾아보겠다.

AS로마의 전설적인 선수 알다이르와 글레겔 감독.

온 가족이 함께 한국에 왔으니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 함께 해주는 가족이 있어 든든하다. 우리 딸이 외국인 학교가 아니라 일반 한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처음에는 적응 때문에 걱정을 좀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딸도 한국 생활을 되게 좋아한다. 한국에 온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딸이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더라. 한국의 예절 교육도 참 마음에 든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 감독이 되고 싶은가.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무조건 이 시흥시민축구단을 K3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거다. 그리고 그 이후에 기회가 온다면 계속 한국에서 더 많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쭉쭉 올라가고 싶다. 브라질에서는 나름대로 선수로도, 그리고 지도자로도 성공을 거뒀다고 자부한다. 많은 역사를 이뤘다. 이제는 한국에서 그런 성공을 한 번 이뤄보고 싶다.

국내 성인 무대 유일의 외국인 지도자 졸진 글레겔 감독의 성공은 감독 한 사람의 성공이 아니다. 그가 국내 무대에서 많은 걸 이뤄내야 더 많은 외국인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비록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작은 무대에서 출발했지만 그가 시흥시민축구단과 함께 더 높은 무대에 올라가 더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으면 한다. 그게 곧 한국 축구의 다양성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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