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여자축구 관중수를 기록한 발렌시아더비ⓒ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배시온 기자] 세계 각국 선수들과 팬들이 열광하는 프리메라리가. 이런 스페인 무대에는 남자들만 뛰는 것이 아니다. 이 무대에 뛰기 위해 스페인 선수들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여자 선수들이 발을 들이고 있다. 스페인 여자축구는 과연 프리메라리가처럼 동경으로 가득 찬 곳일까?

wk리그 5라운드 보은상무 vs 인천현대제철 경기ⓒ한국여자축구연맹

WK리그와 La liga femenina IBERDROLA

우리나라의 여자축구는 실업축구리그로 운영되는 WK리그가 있다. 2009년 출범 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운영 중이다. 올해 4월 개막한 이번 시즌의 공식 명칭은 IBK기업은행 2017 WK Leage다. 8개 팀이 총 28라운드를 치르고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을 거쳐 우승팀을 가린다.

스페인은 La liga femenina IBERDROLA라고 불리는 여자축구리그를 갖추고 있다. 2016-2017시즌은 지난 5월 21일 막을 내렸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메니노가 무패 우승을 거뒀다. WK리그보다 두 배많은 16개 팀이 30라운드동안 경기를 치러 우승을 가리는 단일리그 방식이다. 프로 선수들도 있지만 세미프로인 선수들도 함께 뛰고있다.

wk리그 5라운드 보은상무 vs 인천현대제철 경기ⓒ한국여자축구연맹

스페인 여자축구의 현주소는

프리메라리가 페메니나는 WK리그보다 많은 팀을 보유하고 있고 '페메니노 세군다 디비시온'이라 부르는 2부리그까지 갖춰 체계적으로 진행되는듯 보이지만 크게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16팀의 실력차는 상당하고 팬들의 관심과 언론의 주목도 차이가 있다. 프리메라리가의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팀 간의 실력차가 여자축구에서도 똑같이 보여진다. 무패우승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메니노의 승점 78점과 꼴찌팀인 UD 타쿠엔세의 승점 15점의 차는 63점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동안 타쿠엔세는 세 번밖에 승리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차가 존재한다.

팀 간의 빈부격차뿐만 아니라 사실 관중수도 기대에 못미친다. 상위권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레반테나 아틀레틱 빌바오 여자 축구팀도 대부분 B팀이나 3부리그 타팀과 홈구장을 같이 쓰고 있다. 또한 2500~5000명정도 수용하는 작은 경기장을 사용하고 평소 경기에는 500~600명정도의 관중밖에 채워지지 않는다. 이마저도 강팀들이 아닌 하위권 팀간의 경기 관중은 200명 안팎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처럼 주목도가 높은 경기나, 지난 4월 23일 메스타야에서 치른 26라운드 발렌시아 더비같은 경우에 10,000여명이 넘는 관중이 이례적으로 들어차는 정도다.

스페인 여자축구, 동경하고싶은 이유

세계 3대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 비해서 프리메라리가 페메니나는 갈 길이 한참이다. 이번 시즌 8경기를 치른 WK리그의 평균 관중은 약 600명 정도로 스페인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스페인 여자축구가 더 체계적이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남자축구와 같은 연고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연고의식이 강한 스페인이기에 가능한 얘기기도 하다. 프리메라리가 팬들은 프리메라리가 페메니나 팀이 내 팀이라고 자연스레 인식하고 그에 따라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질 수 있다. 여자축구 16개 팀 중에 남자축구와 같은 연고에 있는 팀은 10개나 된다. 이 팀들은 자연스레 같은 팬층을 보유하게 되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SNS에 노출되는 빈도도 일반구단보다 많다. 팬들에게 훨씬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환경을 갖췄기 때문에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현재는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증가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 것이다.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와 대부분 같은 날 경기를 치르지만 주 시간대는 11시~4시라 시간이 겹치지도 않는다. 또한 2~10유로 (한화 약 2500~13000원) 정도로 프리메라리가보다 싼 가격을 지불하면서 경기를 볼 수 있다. 모든 경기를 중계하진 않지만 매 라운드 주요 경기는 프리메라리가 중계 채널에서 동일하게 제공한다. 관심이 생긴 팬층이 언제든지 쉽게 여자축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wk리그 5라운드 보은상무 vs 인천현대제철 경기ⓒ한국여자축구연맹

반면 WK리그의 입장료는 없다. 그럼에도 관중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실업축구리그라 하더라도 입장료 없는 경기에 날짜는 애매하게 월요일, 금요일이다. 제대로 된 스포츠 채널 중계도 없이 인터넷 중계가 이뤄진다. WK리그 경기를 보려면 월요일, 금요일에 우연찮게 스케줄이 없거나 시간을 내서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여자축구를 좋아하면 물론 시간을 내서 경기를 보러가겠지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여자축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구단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나 홍보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더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아갈 길이 멀다. 만약 WK리그가 K리그와 같은 연고를 두고 리그를 치른다면 기존 K리그 팬들이 함께 응원하는 모습을 더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스페인 여자축구까지 동경하기엔 아직 이곳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남자, 여자 축구팀이 하나의 연고를 같이 두는 것은 관중 증가와 관심도면에서도 이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WK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 더 높아지길 원하는 입장에선 동경하고 싶은 부분이다.

si.onoff@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