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 블랙박스’ VAR 도입, K리그에 끼칠 영향은?

VAR 스튜디오 내
ⓒ FIFA.com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전국 6개 도시에 열리고 있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의 열기가 뜨겁다. 우리 대표팀의 선전으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워진 제도에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바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Video Assistant Referee)이다. K리그도 7월부터 VAR을 본격적으로 적용한다. 비디오 판독이 K리그엔 어떤 바람을 불러올까.

도입 논란 한 번에 정리한 정확성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FIFA 클럽 월드컵 2016에서 첫선을 보인 VAR은 사실 더 빨리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준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만 도입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쉽게 정리되지 않아 보류되어 왔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새로 부임한 것이 실마리가 되며 지난해 3월 국제축구평의회에서 VAR 도입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오심도 축구의 일부”라는 말에 모두가 지쳤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치명적인 오심은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마음을 들끓게 했고 이는 K리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도ㆍ시민구단의 불만이 컸다. 유독 자본력에서 처지는 구단에 불리한 판정이 많이 나온다는 하소연이었다. 2014년에는 성남FC의 이재명 구단주가 시즌 막판 작심 발언으로 프로축구연맹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번지기도 했다.

이처럼 오심으로 멍든 축구계에 VAR 도입은 축구의 본질을 헤칠 수 있다는 우려와 다르게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일부에선 ‘신의 한 수’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가장 큰 것은 신뢰성 회복이다. 오심이 많아지면서 어떤 판정이 나오건 이를 인정하지 않는 현상까지 일어났던 과거에서 탈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간의 U-20 경기에서 첫 비디오 판독의 대상이 된 아르헨티나 라우타로 마르티네즈의 퇴장이 상징적이다.

VAR 판정 선언하는 주심
7월부터 K리그에서도 주심의 반원 동작을 볼 수 있다 ⓒ FIFA.com

VAR이 없었다면 마르티네즈의 팔꿈치 가격은 어떤 판정 없이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크다. 심판이 현장에서 즉각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심이나 대기심이 뒤늦게 주심에게 이를 알리고 퇴장 조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크게 반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VAR 앞에서는 별다른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가 가격 장면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당시 관중과 시청자들은 경기가 갑자기 중단되자 어리둥절하면서도 VAR 판정으로 퇴장 조치가 이뤄지자 모두 탄성을 내뱉었다.

기대되는 K리그의 여름
올해 K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오심 논란으로 얼룩져있다. 그라운드 내에서는 선수와 팬이 울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구단 고위 인사가 벌금을 감수하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난해 세상에 알려졌던 전북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과 더불어 심판들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다. K리그의 오심 논란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지만 올해는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VAR 도입은 그 어느 대회보다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골라인 판독기, 6심제, 심판 강등제, 사후 징계 등 판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조치가 제안되거나 실제로 시행됐지만 깨져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충분치 않았다. 지난해 K리그의 판정 정확도는 퇴장 44.5%, 페널티킥 72.5%로 실망스러웠다.

서울-광주전 페널티킥 오심
VAR은 이런 장면에서의 페널티킥 선언을 바로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 MBC SPORTS+2 중계 영상

K리그에서 선보일 VAR이 FIFA 대회 수준으로 적용된다면 더 이상 슈팅한 공이 라인을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태클이 파울인지 아닌지 등에 대한 논쟁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혹자는 여전히 VAR로 인해 경기가 인위적으로 중단되고 심판 판정이 번복되는 등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이지만 판정에 대한 항의로 경기가 중단되고 심하면 코칭스태프가 선수단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단체 행동이 K리그에서 숱하게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와 심판진이 소모적인 언쟁만 벌일 시간에 영상 판독으로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개선책은 없을 것이다. 경기력 하락, 관중 감소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커져가고 있는 K리그에 VAR 도입이 진심으로 반가운 이유다.

VAR 도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렇듯 VAR은 K리그에 그 어떤 조치보다 큰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다소 우려되는 점도 있다. 바로 이 제도가 모든 것을 바꿔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VAR로 인해 판정 정확도는 상승하고 억울한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여기에 맡겨서는 안 된다. 심판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영상을 기반으로 하지만 VAR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다. 아직은 시범 경기가 많지 않아 VAR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수백 경기가 치러지는 리그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VAR이 판정에 있어서 ‘주’가 아닌 ‘보조’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Assistant)처럼 그라운드 내의 심판진을 뒷받침하는 수단일 때 비로소 빛나는 존재인 것이다.

VAR은 K리그 심판진에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본인이 잘못된 판정을 내리면 바로 전 관중에게 실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권위를 내세운다는 비판에도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라는 시스템이 리그를 이끌어가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길 바란다. VAR 없이도 신뢰받을 수 있는 K리그로 거듭나야만 비로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심판진의 역량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효과를 VAR에게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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