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안효연 감독ⓒ서창환

[스포츠니어스 | 효창운동장=서창환 기자] 안효연 동국대 감독의 '맨발의 청춘’이 대학 무대서 다시금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12일(금) 안 감독이 이끄는 동국대는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7 U리그’ 4권역 6라운드에서 서울디지털대를 만나 상대 자책골을 비롯해 정성현, 손민우, 이민형의 골로 4-1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 안 감독은 “전반전에 우리가 원했던 경기를 못 해서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을 시도했다. 다행히 후반 들어 전술 변화를 시도한 게 효과를 봤다”며 담담하게 승리 소감을 전했다.

올해 1월 동국대 지휘봉을 잡은 안 감독은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동계훈련 성과도 좋아 기대감을 품고 임했지만 첫 경기인 광주대전에서 1-4 대패를 당하며 쓴맛을 봤다. 쓰라린 데뷔전은 이후 보약이 됐다. 심기일전한 그는 전열을 재정비해 U리그에서 5승 1패로 순항 중이다. 이 기간에는 춘계연맹전 우승팀 숭실대전 승리(3-0)도 포함돼 있다.

안 감독은 현역 시절 '맨발의 청춘'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2005년 수원삼성에서 활약한 그는 팬즈데이 행사에서 동명의 노래를 열창하면서 별명을 얻었다. 이후 골이 터질 때마다 빅버드에 울려 퍼지는 <맨발의 청춘>에 맞춘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안 감독이 유독 <맨발의 청춘>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가사 중 ‘가진 것 하나 없이 폼 잰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중고등학교 시절에 많이 공감했던 부분이다”며 회상했다.

2001년 동국대 졸업 후 J리그 교토 퍼플상가를 시작으로 프로 무대에서만 10년 넘게 활약하며 잔뼈가 굵었던 안 감독이지만 유소년 시절에는 꽤 고전했다. 축구 명문 부평동중-부평고를 다녔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냉정히 말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기량이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정말 맨발에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운동했다. 힘들 때마다 그 노래가 많은 위로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동국대 안효연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서창환

어릴 적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느낀 바가 큰 만큼 그의 지도 철학도 확고하다. 안 감독은 “선수들에게 간절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쉽지는 않다.(웃음) 그래도 선수 시절 때 겪은 걸 많이 알려주는 편이다. 대학 선수들의 실력은 격차가 크지 않아 정신적인 부분에서 프로 진출 성공 여부가 갈린다.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도록 단련하는 게 내 역할이다”며 자신의 지도 철학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 감독은 “춘계연맹전은 32강에서 조기 탈락해 아쉬움이 컸다. 다가오는 추계연맹전은 좀 더 욕심을 낼 계획이다. 지금 상황에서 더욱 발전해 4강 이상을 노리겠다. U리그 왕중왕전 진출도 마찬가지”라며 올해 목표를 드러냈다.

안 감독의 현역 시절은 굴곡 그 자체였다. 프로 무대와 성인 대표팀에서 두루 활약했지만, 부상에 시달려 꽃망울을 제대로 터트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맨발의 청춘> 가사를 곱씹으며 재기에 힘썼다. 현역 시절 맨발에 땀이 나도록 필드를 누볐던 안 감독은 이제 없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전성시대를 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맨발의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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