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그리의 유벤투스는 포켓몬처럼 진화했다. 화려함을 버리고 실리를 되찾았다. 유벤투스 정말 강하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16/17시즌 AS모나코의 UEFA 챔피언스리그 돌풍은 결국 4강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모나코가 보여준 놀라운 경기력과 신선함은 충분히 박수갈채를 받을 만했다. 모나코 입장에서는 결승 진출의 문턱에서 유벤투스를 상대해야 했던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었다.

포메이션은 같았지만 선수들의 수준이 달랐다

모나코의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은 유벤투스와 마찬가지로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유벤투스의 날카로운 공격을 세 명의 중앙수비수 조합으로 막아내면서 좌우 측면에 위치한 벤자민 멘디와 지브릴 시디베를 활용해 속도감 있는 공격을 노렸다. 하지만 멘디는 엉덩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모습이 아니었다. 멘디의 최대 장점은 긴 다리를 활용한 큰 스윙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크로스였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스윙의 모션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경기 초반에는 세 차례 연속 패스미스를 저지르기도 했다.

기본적인 포메이션은 백쓰리로 유벤투스와 같았지만 모나코의 중앙수비수들은 빌드업 능력과 기동성, 스피드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공격과 수비 어느 쪽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초반 30분 모나코의 기세는 대단히 훌륭했고 백쓰리 아이디어도 제법 신선했다. 하지만 노련한 유벤투스의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공략 포인트를 찾아갔다. 모나코의 중앙수비수들은 좌우 윙백의 적극적인 전진으로 생겨나는 공간을 적절하게 커버해야 했다. 하지만 제메르송-카밀 글리크-안드레아 라지는 자신들의 수비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중요한 경기에서의 중압감을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알렉스 산드루와 다니 알베스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었고 모나코는 결국 측면의 속도에서마저 경쟁력을 잃으면서 무너졌다.

포켓몬처럼 진화하는 알레그리의 유벤투스

부임 세 번째 시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는 유벤투스를 완전체로 만들어냈다. 알레그리는 과거 백포를 기반으로 하는 세 명의 미드필더 운영에 대해 논문을 썼을 만큼 중앙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전술의 활용폭을 넓힐 수 있는, 즉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알레그리의 전술에는 유연함이 생겼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2년 만에 또다시 유벤투스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다. 전술적 활용폭이 넓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알레그리의 전술에는 유연함이 생겼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유연함

기본적으로는 백쓰리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포메이션은 경기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했다. 백쓰리과 백포를 오가는 팀들의 기본적인 특징은 전술의 비대칭성에 있다. 한쪽 측면은 공격적인 선수로 반대쪽엔 보다 수비적인 선수를 위치시켜 균형을 유지한다. 포메이션의 변화는 주로 공격적인 선수가 위치하는 측면을 기준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포메이션은 좌우 측면에서 모두 변화가 발생했다.

다재다능한 알베스, 헌신적인 만주키치

다니 알베스는 이번시즌 유벤투스의 측면에 속도와 다양성을 불어넣고 있다. 알베스는 현재까지 모든 대회에서 5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월드클래스 윙백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는데, 유벤투스가 알베스 영입에 들인 비용은 정확히 0원이었다. 알베스의 다재다능함은 이번 4강전에서 더욱 빛났다. 부지런히 측면을 오르내리며 유벤투스의 오른쪽에 깊이를 제공했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훌륭한 타이밍에 이뤄지는 공격가담, 노련한 수비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모나코의 왼쪽을 철저히 컨트롤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2년 만에 또다시 유벤투스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다. 전술적 활용폭이 넓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알레그리의 전술에는 유연함이 생겼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왼쪽 측면에서는 마리오 만주키치의 팀을 위한 헌신이 빛났다. 만주키치의 포지션 변화는 주로 공격 서드에서 발생했다. 측면에서 산드루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다가 좌우 윙백들이 전진하는 경우 이과인과 함께 투톱을 형성,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결국 알베스와 만주키치는 훌륭한 호흡으로 전반 33분 유벤투스의 선제골을 합작했다.

득점 상황

직전 상황에서 산드루는 훌륭한 판단으로 역습의 스타트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후 모나코 선수들이 빠르게 복귀하면서 역습의 속도가 늦춰졌고 페널티박스에 이미 두 명의 유벤투스 선수들이 위치하고 있었기에 만주키치는 천천히 공격에 가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이 측면으로 전환되는 순간 만주키치는 속도변화를 이뤄내며 모나코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했고 알베스는 만주키치를 향해 정확하게 크로스를 전달했다. 다니엘 수바시치의 훌륭한 선방이 있었지만 만주키치는 이를 재차 밀어 넣었다. 알베스는 전반 44분 직접 득점을 기록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수바시치가 엉성하게 공을 쳐냈고 페널티박스 바깥에 위치하고 있던 알베스가 이를 환상적인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시켰다. 모나코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2년 전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안드레아 피를로가 흘린 뜨거운 눈물을 유벤투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빅이어 트로피를 향한 지안루이지 부폰의 바람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확실한 사실은 현재의 유벤투스는 조직력과 공수의 완성도 측면에서 2년 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는 것이다. 화려함을 버리고 완전체가 되어 돌아온 유벤투스, 정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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