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 내건 日, 우리 외교력으로 막아야

가와사키 프론탈레 팬의 전범기
ⓒ 수원삼성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아시아축구연맹(이하 AFC)이 가와사키 프론탈레 서포터의 전범기(욱일기) 전시 사건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혔다. AFC는 가와사키 구단에 벌금 15,000달러를 부과하고 1년 동안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J리그 연맹, 일본축구협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 외교부에 해당하는 외무성까지 힘을 합쳐 가와사키 구단을 향한 징계 내용에 대해 이의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AFC 징계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고무적이다. 일본 소속 구단의 전범기 전시는 “한국인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이며 “국적과 정치적 견해에 대한 차별적 기호 행위”라는 것이다. 어쩌면 공신력 있는 제삼자가 우리의 손을 들어준 일이 처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협회의 외교력을 AFC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가와사키 구단에게 내려진 징계 내용. ‘차별’과 ‘관객의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징계가 내려졌다 ⓒAFC

AFC 징계, 번복 가능성 있다

참 염치없는 일본이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하다. 자국 클럽의 징계를 막기 위해 문부과학성과 외무성이 함께 움직인다. 8일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 사안을 파악하고 “AFC의 대응을 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AFC를 강하게 비난했다. 만약 우리나라였으면 협회가 대처하기 이전에 해당 구단이 징계 내용을 모두 이행하고 흐지부지됐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AFC의 움직임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 협회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고 외신을 통해서라도 포착되길 바란다. AFC는 아시아 축구 전체를 관리하는 만큼 합리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적 색깔이 가장 두드러지는 단체이기도 하다. 현재 AFC는 아시안컵을 운영하기 위해 기린, 토요타 등 4개 일본 기업 스폰서와 니콘 등 4개 서포터들의 지원을 받는다. 챔피언스리그는 니콘, 토요타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일본 국가 전체가 이번 전범기 사건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AFC가 징계를 번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AFC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한국인’의 존엄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AFC의 주장대로 “국적과 정치적 견해에 대한 차별적 기호 행위”라면 전범기 전시는 한국인’만’ 해당해서는 안 된다. 과거 일본에 피해를 당한 나라들도 생각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을 비롯하여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는 일본의 전범기 전시를 비판할 수 있는 나라다.

정몽규의 역할이 중요하다

협회가 다른 아시아 국가 축구협회와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번 AFC의 징계에 대해서 “욱일기는 차별 메시지가 없다”라고 밝혔으며 더 나아가 “한국인들의 노이지 마이너리티”라고 해석했다. 일본은 일제 시절 아시아 국가에 저지른 모든 비인도적인 행위는 생각 안 하고 한국만 전범기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전범기에 대한 저항이 우리나라뿐이라면 일본의 주장이 힘을 얻는다. 욱일기가 전쟁 범죄를 일으킨 국가의 군기이며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것을 해외 관계자들에게도 인식시켜야 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AFC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력을 가진 인물의 존재의미는 크다. 정몽규 회장이 손을 잡을만한 인물은 싱가포르 국적을 가진 윈스턴 리분언 부회장이다. 변수는 있다. 싱가포르는 전쟁 당시 일본 제국과 조선의 관계를 따질 만큼 냉정하지 못했다. 박유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생각하는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은 ‘일본인’과 다름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이 ‘일본 제국주의’를 공공의 적으로 삼는다면 윈스턴 부회장과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제 피해국이 아닌 이상 해외 다른 나라들은 전범기 게시의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지 않다. 결국 인식과 교육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협회가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의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 서 교수는 전범기의 실상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서 교수의 노력으로 CNN과 워싱턴 포스트는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해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서 교수는 이미 FIFA와 AFC에 일본 전범기 사용에 대해 자세하게 항의했던 이력이 있다. 서 교수 초빙은 협회에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저자세 축구외교’ 이제 그만

조중연 전 협회 회장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경위 조사 당시 일본축구협회에 사과성 공문을 보낸 사실이 밝혀져 ‘저자세 축구외교’ 논란이 있었다. AFC가 징계 내용을 번복할 경우 협회는 또 일본축구협회에 ‘죄송하다’고 공문을 보내야 할까? 정몽규 회장은 조중연 전 회장보다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 더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지원해야 한다. 몇 가지 안타까운 점은 문체부의 신뢰도가 이번 최순실 스캔들로 인해 바닥을 쳤다는 점, 19대 대선 준비로 당장은 외교부와 문체부의 힘을 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을 일은 아니다. 일본이 전범기를 ‘제국주의의 상징’이 아닌 ‘전통 문화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 각 정부 부처들도 일본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노력해야 한다. 언론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계속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그때마다 서포터들이 항의할 수는 없는 일이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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