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챔피언스리그의 묘미다. 유벤투스는 모나코와의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2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원정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나는 축구에서 ‘완벽’이라는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계가 아닌 11명의 선수가 90분간 실수 없이 플레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2경기에서 유벤투스는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AS 모나코를 제압했다. 11명의 선수들은 서로를 강하게 믿었고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며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였다. 모나코가 상대하기엔 유벤투스가 너무 강했다.

축구에서 생각의 공유는 속도의 차이를 만든다

유벤투스는 모나코가 이전에 만났던 상대와는 분명 한 차원 높은 수준이었다. 개개인의 기량은 맨체스터 시티, 도르트문트와 비슷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조직력과 전술 변화에 대한 유연함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유벤투스 선수들은 자신들이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움직여야 하는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이후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같았다. 경기장엔 11명의 선수가 있었지만 이들은 때로 복잡한 연산과정을 너무나 간단하게 풀어버리는 하나의 슈퍼컴퓨터와도 같았다. 이후 상황을 서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기에 모나코에 비해 예측과 반응이 빨랐고 과정도 간결했다.

유벤투스의 쓰리백은 정말 완벽하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이번시즌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던 모나코는 결국 노련하고 견고한 유벤투스의 수비를 뚫어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이번시즌 모나코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유벤투스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레오나르도 보누치-안드레아 바르잘리로 이어지는 쓰리백은 완벽에 가까운 수비로 모나코가 가장 잘하는 것을 못하게 만들면서 챔피언스리그 6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다.

유벤투스의 경기 전략

유벤투스는 최근까지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었다. 마리오 만주키치는 왼쪽 측면에서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에 헌신과 투지를 제공했다. 유벤투스의 속도감 있는 플레이는 후안 콰드라도가 위치한 오른쪽에서 주로 이뤄졌다. 여기에 1993년생인 파울로 디발라는 이번시즌 천재성을 발휘하며 곤잘로 이과인과 함께 유벤투스의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모나코의 빠른 속도와 공격을 제어하기 위해 쓰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원에서 공수의 연결고리를 훌륭하게 소화하던 사미 케디라(경고누적)를 대신해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출장했고 콰드라도가 빠지고 다니 알베스가 오른쪽 측면을 맡았다.

다니 알베스를 활용한 비대칭 전술

이번 한 경기에서 유벤투스의 포메이션은 시시각각 변했다. 기본적으로는 쓰리백으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수비라인은 때에 따라 4백과 5백을 혼용했다. 기준은 다니 알베스의 공격 참여에 있었다. 알베스는 90분간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했는데, 알베스가 공격에 가담하는 높이에 따라 유벤투스의 포메이션도 변화했다.

유벤투스의 쓰리백은 정말 완벽하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고 올시즌 유벤투스에 합류한 알베스의 공격력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날 경기에서 알베스는 이과인에게만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반 28분 알베스는 감각적인 힐패스로 이과인의 첫 번째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직전장면에서 모나코의 강한 압박이 있었지만 유벤투스는 디발라의 번뜩이는 재치와 알베스의 과감한 오버래핑, 이과인의 훌륭한 피니쉬로 좋은 타이밍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모나코를 통제해나갔다.

‘수비형 윙어’ 마리오 만주키치

마리오 만주키치는 지난 1월 라치오와의 리그경기에서 윙어로 처음 플레이했다. 프로데뷔 이후 줄곧 타켓형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선수를 측면에 배치한다는 것 자체가 도박에 가까운 발상이었지만 만주키치는 측면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수비형 윙어’의 정석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모나코와의 경기에서도 만주키치는 왼쪽 측면에서 알렉스 산드루와 훌륭하게 호흡했다. 알베스가 오른쪽에서 수시로 위치를 변경했다면, 만주키치는 왼쪽에서 멀티 포지션 능력을 과시하며 유벤투스에 전술적 유연함을 제공했다.

유벤투스의 쓰리백은 정말 완벽하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만주키치는 산드루가 후방에서 공을 잡을 때는 측면에서 윙어 역할을 수행했다. 산드루의 전진이 가능한 순간에는 중앙으로 이동해 이과인과 함께 투톱을 형성했다. 190cm의 큰 키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공중볼을 따냈고 측면과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번갈아가며 과감한 태클과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산드루의 수비부담을 덜어줬다. 경기 막판엔 최후방에서 윙백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만주키치와 비슷한 스타일의 공격수는 많다. 하지만 그만큼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수는 정말 드물다.

지안루이지 부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승부는 효율성에서 갈렸다. 유벤투스가 2-3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킨 반면 모나코는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라고 표현하기엔 유벤투스의 수비가 완벽했고 무엇보다 지안루이지 부폰은 특별했다. 특히 후반 90분 보여준 환상적인 세이브는 마치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지네딘 지단(現레알마드리드 감독)의 헤딩슛 선방을 떠오르게 했다.

유벤투스의 쓰리백은 정말 완벽하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그 경기를 끝으로 지단은 유니폼을 벗었지만 부폰은 1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유벤투스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기량은 경험과 노련함이 쌓이며 오히려 더 좋아진 모습이다. 확실히 부폰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번 모나코와의 경기에서 부폰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유벤투스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621분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부폰은 분명 위대하다.

모나코에 필요했던 두 가지: 벤자민 멘디와 확실한 플랜B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이 확정됐을 때 나는 모나코가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표현했었다. 모나코는 최악의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하고 맨시티와 도르트문트를 차례로 격파했지만 공수밸런스가 완벽한 유벤투스를 상대로도 자신들이 잘하는 축구를 구사하는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모나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동성에 문제가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는 것이 오히려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나코는 자신들보다 볼을 더 잘 차고 신체적으로도 훌륭한 유벤투스와 만났고 이전까지 19개월간 홈에서 매 경기 득점에 성공하며 119골을 몰아치고 있었지만 결국 42번째 홈경기에서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마쳐야했다.

포차 떼고 나니 무기력했던 모나코의 측면

벤자민 멘디는 올시즌 모나코의 위협적인 측면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입은 엉덩이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며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지브릴 시디베가 왼쪽 측면에 자리 잡았고 오른쪽에는 최근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나빌 디라르가 위치했다. 디라르는 몇 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를 전달했고 수비적으로도 괜찮았다. 문제는 왼쪽 측면이었다.

유벤투스의 쓰리백은 정말 완벽하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시디베는 과거 릴에서 왼쪽 풀백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활약이 미미했다. 맹장염으로 한 달 가까이 팀을 이탈해 있다가 유벤투스전을 앞두고 복귀했지만 경기감각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시도하는 크로스의 타이밍과 질도 멘디에 비해서는 부족함이 있었다. 더욱이 주발이 오른발인 탓에 왼발로 패스를 시도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면서 왼쪽 측면에 어떠한 속도감도 제공하지 못했다. 토마 르마흐도 주로 함께 발을 맞췄던 멘디와는 스타일이 다른 시디베의 플레이에 이렇다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결국 후반 67분 제르망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떠나야했다.

가장 잘하는 것을 통제당하면서 약점이 드러났다

모나코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변화와 측면의 날카로운 크로스 그리고 훌륭한 압박 타이밍이었다. 멘디와 시디베는 좌우측면에서 토마 르마흐와 베르나르도 실바가 창의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압박을 뚫어내는 순간 전진하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전달했고 라다멜 팔카오-킬리안 음바페 투톱은 속도변화를 통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낸 뒤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노련한 쓰리백과 훌륭한 팀워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 모나코의 경기력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디라르의 크로스는 날카로웠고 음바페는 번뜩이는 움직임과 개인기술로 자신이 확실한 재능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문제는 중앙에서 발생했다.

유벤투스의 쓰리백은 정말 완벽하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이번시즌 모나코를 상대한 팀들은 일차적으로 중앙의 티에무에 바카요코-파비뉴가 형성한 수비블록을 뚫어내지 못하며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이로 인해 중앙수비는 상대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에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장면이 적었다. 유벤투스의 공략 포인트는 바로 이곳이었다. 중앙의 마르키시오-피아니치는 최소한의 볼터치로 모나코의 일차적인 압박을 뚫어냈고 산드루와 알베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침투와 크로스로 수비밸런스를 흔들었다. 결국 후반 59분 알베스는 카밀 글리크와 다니엘 수바시치 사이 공간으로 정확한 크로스를 전달했고 이과인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가올 2차전 과연 모나코에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을까. 절망적인 사실은 유벤투스는 유럽대항전 토너먼트에서 프랑스 클럽을 10차례 상대하면서 단 한 번도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나코의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은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유벤투스 스타디움으로 향하게 됐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