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파크를 찾은 유승민 후보 ⓒ 바른정당 제공

오는 9일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꿀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불안하고 어수선한 이 시국이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포츠니어스>는 대통령 선거 특집 기획을 준비했다. 아무쪼록 <스포츠니어스> 특집을 통해 독자들이 대통령 선거와 체육 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대선 후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하고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같은 느낌이 종종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사소한 것에 울고 웃고 소주도 마실 줄 알 것이다. 물론 그들 또한 스포츠를 좋아한다. 의외로 우리만큼 스포츠에 미쳐 산 후보도 있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덕질'은 숨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가 준비했다. 대선을 앞두고 그들이 스포츠로 울고 웃었던 과거를 과감히 소개한다.

한화 마음 유일하게 아는(?) 후보, 문재인

얼마 전 문재인 후보는 '야구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광주에서는 해태 유니폼을 입고 부산에서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에 대해 '스포츠를 정치에 활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논쟁이 일었지만 문 후보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더욱 각인됐다.

문 후보는 야구 팬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으로 종종 고향 팀인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경희대 법대 재학 당시에는 학년 대항 야구 경기에서 주장을 맡아 팀의 우승을 이끈 경력도 있다. 이는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야구 커뮤니티 'MLB파크'에 인증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고양 원더스에 있던 시절 문 후보가 찾아간 일화는 유명하다. 심지어 악명높은 김 감독의 펑고를 직접 받기도 했다. "어릴 적 동네야구 4번 타자"라고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린 문 후보지만 전문가의 매서운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문 후보의 타격을 보고 "하체에 힘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김성근 감독의 일침을 피할 수는 없다 ⓒ 문재인 유튜브 공식 채널 캡쳐

하지만 무엇보다 문재인과 야구의 인연에서는 故 최동원을 빼놓을 수 없다. 최 선수가 1988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할 때 법률 자문을 했던 사람이 바로 문 후보다. 당시 최동원은 구단의 강한 반발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롯데를 떠나는 등 힘든 세월을 겪었다. 그는 이후 1991년 광역의원 선거에 '꼬마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며 故 노무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기도 한다.

축구도 화끈하게 해체할 뻔한 '스트롱 맨' 홍준표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홍준표 후보 역시 야구를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광주를 찾아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태권도도 즐겨한다. 공인 1단 보유자로 알려져있는 만큼 홍 후보는 종종 태권도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한다.

홍준표 후보가 대선 기간 동안 밀고 있는 이미지는 '스트롱 맨'이다. 행동과 언변에 거침 없이 오직 국익만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과거 경남도지사 시절에서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축구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경남FC 해체' 발언이었다.

2014년 말 경남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광주에 패하며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 강등이 확정됐다. 그러자 홍 후보는 "2년 간 도에서 예산을 많이 확보해줬지만 한 번도 간섭을 안했다"면서 "기업체에 구걸하듯이 지원했지만 프로 근성도 없고 자세도 안되있다. 특별 감사를 통해 계속 운영을 할지 결정하겠다. 사장 이하 감독과 코치, 임직원들 모두에게 사표를 받으라"고 말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해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김성근 감독의 일침을 피할 수는 없다 ⓒ 문재인 유튜브 공식 채널 캡쳐

이 소식은 K리그를 뒤흔들었고 경남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다행히 해체는 되지 않았지만 특별 감사 결과에 따라 어려운 살림으로 팀을 꾸려야 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홍 후보의 인사 능력에 대한 지적도 등장했다. 도지사 부임 이후 처음으로 임명한 대표이사인 안종복 씨는 업무상 횡령 등으로 구속됐고 그 다음으로 임명한 박치근 씨 역시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을 지시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야구 DNA 있는 '달리기 마니아' 안철수

안철수 후보는 스포츠와 관련된 소식이 비교적 적다. 끽해야 '로봇 축구'를 해봤다는 소식 정도가 전부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도 '달리기'다. 그는 달리기를 '가장 정직한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평소 아내 김미경 교수와 함께 중랑천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김성근 감독의 일침을 피할 수는 없다 ⓒ 문재인 유튜브 공식 채널 캡쳐

하지만 그의 DNA에는 야구가 내재되어 있다. 그가 다녔던 부산고는 부산의 야구 명문이다. 이 학교는 양상문, 마해영, 추신수 등을 배출했다. 최고의 라이벌은 경남고. 공교롭게도 문재인 후보가 경남고 출신이라 세간에서는 '야구 라이벌이 대선으로 넘어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몇 년 전 그는 야구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2년 안 후보는 부산대 강연에서 "고교 시절 야구장에 강제로 응원을 갔는데 상대 투수가 故 최동원이었다. 그 때 그가 너무 잘 던져서 호투하면 야유하고 실투하면 박수 치고 그랬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안철수와 故 최동원의 고교 재학 기간이 겹치지 않는다'며 거짓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고교 재학 기간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안 후보는 1977년 부산고에 입학해 1980년에 졸업했고 故 최동원은 1974년 경남고에 입학해 1977년 졸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교 야구가 아닌 야구대제전을 봤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1979년 10월 대한야구협회가 지역 야구협회를 통합한 기념으로 개최한 대회가 바로 야구대제전이다. 이 대회에서는 성인팀 선수들이 모교의 유니폼을 입고 모교의 명예를 위해 싸웠다. 당시 4강에서 부산고와 경남고가 만났다. 최동원이 이 경기에서 투수로 등판했다. 안 후보가 본 경기는 이 경기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론 또한 존재한다. 안 후보가 야구대제전에 참가했다면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부산고는 당시 입시를 굉장히 중시하는 학교였기 때문에 고교 야구가 흥행할 때도 재학생 응원단 규모가 비교적 작은 학교였고 야구대제전같은 이벤트성 행사에 수험생을 동원했을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여튼 안 후보가 전설의 투수를 직접 봤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가출해서 야구 보러 갔다가 피눈물 흘린 '직관러' 유승민

유승민 후보의 고향은 대구다. 대구 역시 야구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2002년 대구FC가 창단되기 전까지 대구의 여름 스포츠를 책임져주는 유일한 팀은 바로 삼성 라이온즈였다. 유 후보 역시 야구를 보며 울고 웃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딸 유담 씨와 함께 삼성 라이온즈파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김성근 감독의 일침을 피할 수는 없다 ⓒ 문재인 유튜브 공식 채널 캡쳐

게다가 그가 다닌 학교는 대구의 야구 명문, 경북고였다. 1920년 한 일본인 교사에 의해 만들어진 경북고 야구부는 류중일, 배영수, 이승엽 등을 배출한 곳이다. 당시에도 경복고 야구부는 경북 지역을 넘어 전국 최강으로 손꼽히며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75년, 유 후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당시 경북고는 대통령배 2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무난하게 결승에 진출했다. 유 후보는 이 때 가출을 감행한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 야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향한 것이다. 고3 유승민은 경북고 우승의 꿈을 안고 동대문 야구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유승민은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 인생의 몇 안되는 처참한 좌절이었을 것이다. 당시 고교 최강으로 꼽히던 경북고는 광주일고를 만나 2-6으로 패했다.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고교 야구 역사상 최초로 광주일고 김윤환이 쏘아 올린 3연타석 홈런이었다. 참고로 이 기록은 2005년 성남고 박병호(現 미네소타 트윈스)가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면서 깨졌다.

상대의 홈런 쇼를 '직관'으로 지켜보던 어린 시절 유승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확실한 것은 패배와 함께 학교로 돌아온 그를 기다린 것은 몽둥이였다는 사실이다.

야구 보려고 고1 때 재수 결심한 '골수 야빠' 심상정

심상정 후보도 야구 사랑은 뒤지지 않는다. 한 인터뷰에서 유승민 후보가 주요 정치인들을 야구 포지션에 비유하자 "야구는 나보다 한 수 아래"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녀의 자신감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학창 시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충암여중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김성근 감독의 일침을 피할 수는 없다 ⓒ 문재인 유튜브 공식 채널 캡쳐

이 충암여중과 같은 재단 소속의 학교가 바로 '야구 명문'으로 꼽히던 충암고다. 충암고는 고교 야구 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면 충암고 재학생은 물론 충암여중 학생까지 동원했다. 이 동원 행렬에 따라다니면서 심 후보는 야구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덕질'이 무섭다고 했다. 심 후보는 단순히 야구 관람에 그치지 않고 학생 야구기자로 활동하며 야구를 본격적으로 파고 들었다. 당시 인기 선수였던 장효조, 김재박 등을 쫓아 다니며 취재했다. 그녀의 야구 사랑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이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아예 '재수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공부 대신 고교 야구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충암고는 '야구 명문'이라고 불리기에 2% 부족했다. 심 후보가 중·고교 재학 시절 충암고는 전국 대회 4강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든 팀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야구 하나 보겠다고 재수까지 결심할 정도면 보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흐르고 심 후보가 노동 운동에 뛰어들면서 야구와의 인연은 점점 멀어졌지만 애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녀는 종종 자신이 故 최동원 선수의 광팬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2014년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숙소 CCTV 사찰 문제를 밝혀내기도 했다. 지금도 그녀는 프로야구 노조 결성과 선수 처우 개선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