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왕자 신분으로 봅슬레이 경기에 참여한 알베르2세 ⓒIOC공식홈페이지

오는 9일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꿀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불안하고 어수선한 이 시국이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포츠니어스>는 대통령 선거 특집 기획을 준비했다. 아무쪼록 <스포츠니어스> 특집을 통해 독자들이 대통령 선거와 체육 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배시온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새로운 얼굴은 일주일 남짓 후면 결정된다. 재외선거인들은 4월 30일을 끝으로 이미 투표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 정책 사안 중 스포츠 정책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더 다양해졌다. 하지만 각국 정상들이 정책과는 별개로 스포츠를 사랑했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리틀리그 선수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를 겸하기도 한 것이 그 예다. 스포츠는 때때로 정상들의 정책 홍보용이나 부정적 이슈를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목적 없이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긴 이들 역시 존재한다. 대선을 앞두고 세계 각국 정상들의 유별난 스포츠 사랑 사례를 준비했다.

버락 오바마 : 백악관에서 농구 경기를 한 대통령

2009년부터 지난 1월까지 임기를 마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농구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어릴적 인종차별에 힘들어하던 오바마에게 힘을 준 것이 농구였고, 그가 미국 전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유명한 얘기였다. 실제로 2004년 상원의원 선거때는 농구대회를 열어 모금운동을 진행했다. 학창시절 농구선수 경험도 있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백악관 직원들과 농구를 즐긴 일화도 유명하다. 어린 시절 오바마에게 농구가 희망이 됐듯이 백악관에서도 농구를 즐기며 변함없이 스포츠를 사랑했다.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왕자 신분으로 봅슬레이 경기에 참여한 알베르2세 ⓒIOC공식홈페이지

알베르 2세 : 모나코의 쿨러닝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모나코에선 눈내리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동계스포츠에 대한 사랑으로 협회를 창설하고 선수로 나선 지도자가 있었다. 현재 모나코 국왕인 알베르 2세가 그 주인공이다. 1984년 스위스 생모리츠 봅슬레이대회의 초청 손님으로 봅슬레이를 접한 알베르 2세는 그 후 봅슬레이라는 생소한 스포츠에 빠졌다.

동계 스포츠가 활성화될 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86년에 모나코 최초로 봅슬레이 협회를 창설하고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국가대표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당시 모나코에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알베르 2세를 포함해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한 질베르 베시, 알파인 스키 선수로 나선 파브리스 노타리 세 명뿐이었다. 특히 알베르 2세와 질베르 베시는 이때 2인승 25위를 차지하며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회를 계기로 그의 봅슬레이 사랑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 또 다시 출전, 85년 이후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 회원을 겸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스포츠를 통한 공공 및 사회개발위원회 위원'이라는 한 나라의 국왕치곤 다소 특이한 경력도 갖고있다. 알베르 2세가 사랑한 봅슬레이 이야기를 다룬 'Royal Ice'라는 영화도 개봉 예정에 있어 그의 이야기는 곧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후안 카를로스, 펠리페 6세 :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왕가

승마, 요트 등의 스포츠는 각국의 왕족들이 선수로서 출전하는 일이 종종 있다. 스페인 왕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전부터 요트를 즐겼다. 선수로서 올림픽 요트 종목에 온 가족이 꾸준히 출전할 정도니 요트에 대한 사랑을 알만하다. 스페인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고 평가받는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은 왕위 계승자이던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 요트경기에 선수로 출전했다. 후안 카를로스의 아들이자 현재 국왕인 펠리페 6세 역시 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에서 요트 선수로 출전하며 6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들의 요트사랑이 앞으로도 대를 잇는다면 올림픽 메달을 따는 왕족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왕자 신분으로 봅슬레이 경기에 참여한 알베르2세 ⓒIOC공식홈페이지

블라디미르 푸틴 : 유도학 박사의 유도 사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스포츠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키나 승마 등의 스포츠도 즐기지만 그 중 제일은 유도다. 어릴 땐 삼보, 학창시절부턴 유도를 시작해 자신의 고향인 상트페테르스부르크의 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국제유도연맹(IJF) 공인 8단에 명예회장까지 맡고있다. 푸틴의 이력 역시 특이하다. 2010년 용인대 대학원 유도학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하고, 저서를 출간하거나 유도 강습 DVD에 출연할만큼 남다른 열정을 자랑했다. 또한 임기 기간 동안에도 유도의 본고장인 일본에 여러 차례 방문해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보거나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왕자 신분으로 봅슬레이 경기에 참여한 알베르2세 ⓒIOC공식홈페이지

저스틴 트뤼도 : 생활 스포츠를 활성화시키다

캐나다의 총리 저스틴 트뤼도의 스포츠 사랑도 푸틴에 버금간다. 복싱, 카누, 요가, 스노보드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즐긴다. 지난해엔 트뤼도 총리가 수준급의 요가 자세를 하고 있는 사진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트뤼도의 스포츠 사랑은 정책 변화로도 이어졌다. 트뤼도가 정권을 잡은 후 아마추어 스포츠 관련 기관이나 캠페인, 재정 지원이 늘어나는 등 관심도가 훨씬 높아졌다. 본인이 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장애 청소년들에게 복싱을 가르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생활 스포츠에 관련된 활동이 늘어났다. 캐나다 정치에 새바람을 불고있는 트뤼도의 정책은 스포츠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중요한 것은 당연히 우리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만한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대통령이 스포츠를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즐겁고 편하게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나라 또한 됐으면 좋겠다. 이 글에서 소개한 각국 정상들이 스포츠에 보인 열정처럼 말이다. 아무쪼록 얼마 뒤 바뀔 대통령의 얼굴이 모두의 마음에 들었으면 한다.

si.onoff@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