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얼마 전, 방송계에서는 '차별'을 두고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흑인 분장한 개그맨을 두고 "인종차별이다"라는 지적이 등장했습니다. 해당 개그맨은 이에 대해 반박했고 실제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흑인 방송인이 "가슴이 아프다"라는 이야기를 했죠.

이렇듯 차별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심코 말 한 마디를 했다가 "이게 차별적인 말이었어?"하며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식의 해프닝은 앞으로도 자주 일어날 겁니다. '차별'이란 단어가 우리와 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이 있기 때문이죠.

이번 칼럼은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칼럼을 자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중국 축구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슈퍼리그(CSL)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고는 했습니다. 더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를 위해 종종 정보를 찾아 헤맬 때도 많습니다. 그러던 와중 생긴 한 가지 '불편한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SL에 대한 차별적 시선 존재하는 페이지

중국 축구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SNS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중국 당국이 SNS에 대한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국 축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가 운영하는 웨이보나 중국 사이트를 들어가야 합니다. 관광 중국어 밖에 아는 것이 없는 저는 이따금 힘들 때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던 와중 페이스북에 굉장히 유용한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바로 중국 축구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였습니다. 이 페이지에서는 CSL과 관련된 동영상과 소식들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가뭄 끝에 온 단비와도 같은 것이겠죠. CSL 소식을 가장 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각 영상에 달린 코멘트들을 보고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축구에 대한 이른바 '깔보는 시선'이 코멘트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골키퍼의 실수에 대해서는 '이래야 중국'이라는 코멘트가, 위험한 태클 장면을 모아놓은 영상에는 '태클은 역시 중국'이라는 코멘트가 달려 있었습니다. 실력이 좋아 보이는 중국 선수에게는 '국적이 의심된다'는 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페이지의 상단 고정 게시물부터 차별적 언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해당 페이지 캡쳐

정말로 이런 시선을 통해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인지 궁금해 계속해서 콘텐츠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런 코멘트가 자주 달리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재밌는 영상과 코멘트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마냥 재미있게만 생각해야 할 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프로 불편러'의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을 위해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는 항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구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K리그를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우리의 기분이 어떨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중국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오하이동이 호기롭게 '한국 별것 아니다'라고 외쳤을 때 비웃을 수 있었고 CSL에 아무리 좋은 외국인 선수가 와도 '그래도 중국 선수가 있으니 안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가 압도적으로 꺾어온 상대를 향해서는 자신감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는 가져야 합니다. 게다가 이것은 일종의 인종 차별입니다. <스포츠니어스> 홍인택 기자의 칼럼에서 알 수 있듯이 보다 복잡한 형태의 인종주의는 같은 인종과 국가 내에서 벌어집니다. 이 칼럼과 함께 홍인택 기자의 칼럼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K리그는 인종 차별에서 자유로운가 ← 보러가기

물론 비판은 존재해야 합니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비판 속에 차별적 언행이나 시선이 담겨 있다면 그것은 비판이 아닌 비난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 축구를 비판했는지, 아니면 비난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것은 차별이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저 정도는 웃자고 하는 말 아니야?'라면서 저를 '프로불편러'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가 한국 축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