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팬들 ⓒ FC서울 제공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진다. 안양LG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한 뒤 어렵게 다시 창단한 FC안양, 그리고 이제는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으로 성장한 FC서울이 역사상 첫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FC서울과 FC안양은 바로 내일(19일) 저녁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친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이 역사적인 맞대결을 앞두고 이 경기에 관한 연속 특집 기사를 준비했다. 이 한 경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영화에 주인공이 있다면 악역이 있어야 하는 법이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4월 19일 FC서울과 FC안양이 맞붙는 FA컵 32강전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온통 안양의 복수혈전에만 눈길이 쏠려있다. 서울에 대한 관심은 부정적인 것 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을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양이 다른 팀이 아닌 FC서울을 만났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가 쓰여진다는 것이다.

솔직히 서울의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가 썩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인 연고이전이 다시 재조명 받으면서 안양은 '정의구현의 사도'가 되고 서울은 '악의 축'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여기서 이기면 해피엔딩을 훼방놓은 악당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마치 축구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에서 인천을 농락시키고 K리그 우승컵을 든 악역 배우(?) 이천수처럼 말이다.

악역이 되어버린 솔직한 심경을 듣고자 하던 중 서울 팬인 A씨를 만났다. 그녀는 서울 축구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아직도 처음 FC서울을 소개시켜준 친구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준 친구'라며 고마워하는 것을 보니 뼛속까지 서울 팬임이 분명하다.

그녀에게 안양이란 어떤 존재일까? 모든 축구팬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그녀는 크게 대수롭지 않은듯 했다. "안양전 앞두고 연고이전 얘기가 엄청 많이 나오면서 북패(서울 비하 별명)라는 말이 더욱 많이 들리는 거 같아요. 솔직히 안양을 증오하고 이런 건 없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너무 떠들어대니 그냥 확실하게 이겨줘야 한다는 생각 뿐이에요."

"솔직한 느낌은 약간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솔직히 안양은 저희보다 한 수 아래잖아요. 그러니까 4년 만에 FA컵에서 겨우 만나는 거죠. 게다가 서울 팬들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꽤 무덤덤한 편이에요. 그냥 '이번 경기도 이겨야지'라는 생각인데 안양 팬들 반응은 전혀 아니라서… '유난스럽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그녀는 안양 팬들의 격한 반응들보다 서울의 경기력이 더 걱정이다. "저희끼리 얘기하면서 경기력 걱정을 꽤 하고 있어요. 지난 울산전 끝나고 나서도 '이래서 안양 이기겠나…'란 얘기를 했어요. 안양한테 지면 정말 망신이잖아요. 2부리그 팀이니까요. 일부는 농담으로 '이번에 지면 경기장 안간다'는 말도 하고 있어요."

안양전을 앞둔 황선홍 감독의 심경은 어떨까? ⓒ FC서울 공식 홈페이지

서울의 경기력이 부진한 것도 있지만 안양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어느 때보다 남다를 것임은 분명하다. 그 또한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솔직히 대승은 못할 거 같아요. 패배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좀 불안해요. 감을 못잡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서울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경기력이 부진할 때도 있지만 서울은 서울이기 때문이다. 패기 넘치게 "결국에는 서울이 이길 겁니다. 안양 팬들 평일에 힘들게 시간 내서 경기장 오시겠지만 웃고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는 그녀의 말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마지막으로 연고이전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녀는 "축구장에서 연고이전보다 중요한 것은 축구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연고이전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역사 정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0년 넘게 끊이지 않는 논쟁만 있을 뿐이다. 그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또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응원하는 팀이 악역이 됐지만 서울을 향한 서울 팬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이 '연고이전 팀'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팀을 사랑하는, 함께 악역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팬들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한다. 그것만으로도 서울은 든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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