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로 예정되어있던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는 전날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22시간 뒤로 연기됐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갈 곳 잃은 원정팬들을 위해 공짜로 숙소를 제공했고 모나코 팬들은 경기 전 도르트문트를 위로하는 응원 노래를 부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테러여파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도르트문트는 결국 AS모나코에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지난 13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펼쳐진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은 경기 전부터 변수로 가득했다. 경기가 예정된 12일 도르트문트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숙소를 나와 경기장으로 이동하던 도중 테러조직의 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중앙수비수 마르크 바르트라는 오른팔이 골절되며 급히 수술대에 올랐고 경기는 다음날인 13일 01시 45분(이하 한국시각)으로 즉시 연기됐다.

전력의 누수는 AS모나코에도 발생했다. 티에무에 바카요코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고 올시즌 유럽에서 가장 핫한 풀백 듀오인 벤자민 멘디(엉덩이)와 지브릴 시디베(맹장염)는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도르트문트는 바르트라 대신 스벤 벤더가 투입됐고 모나코는 안드레아 라지가 왼쪽 풀백으로 출전했다.

양 팀 스타팅 라인업. 도르트문트에 비해 상대적인 전력누수가 컸던 모나코는 경기 초반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경기 초반 도르트문트는 볼 점유를 통해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공격시 라파엘 게레이로는 한 칸 위로 전진해 카가와 신지와 함께 투톱을 지원했고 율리안 바이글은 후방에서 안정적인 볼배급에 집중했다. 속도의 변화는 우스만 뎀벨레와 카가와가 공을 잡을 때 발생했다. 패스와 드리블을 통해 중앙의 압박을 벗어나오는 순간 지체 없이 모나코 최종 수비라인의 뒷공간으로 공이 투입됐다. 도르트문트보다 전력에 누수가 컸던 모나코는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라지는 측면에서 속도를 불어넣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창의적인 미드필더 실바의 존재감

도르트문트의 공세에 밀려 제대로 된 공격 작업 한번 펼치지 못하던 모나코는 전반 19분 베르나르도 실바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에 이은 역습으로 선취골을 뽑아냈다. 90m에 이르는 모나코의 역습이 실바와 르마흐, 음바페를 거쳐 득점으로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4초에 불과했다. 실바가 없었다면 이번 시즌 모나코의 공격력은 이렇게까지 위협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다소 직선적일 수 있었던 모나코의 공격은 실바의 창조성이 가미되면서 속도의 변화와 다양성을 갖출 수 있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선수들 간에 시너지까지 발생한 모나코는 이번 시즌 정말 역대급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양 팀 스타팅 라인업. 도르트문트에 비해 상대적인 전력누수가 컸던 모나코는 경기 초반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도르트문트는 선제골을 허용한 직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마티아스 긴터가 위치한 오른쪽 측면은 속도를 제공하기엔 부족했다. 터치와 패스에는 계속해서 잔실수가 발생했고 뚜렷한 목적 없이 시도하는 크로스는 모나코의 수비진에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바페와 르마흐의 측면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긴터가 받는 압박은 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전반 35분 긴터의 잘못된 판단은 도르트문트의 두 번째 실점으로 이어졌다. 수비지역을 벗어나면서까지 르마흐의 전진을 저지하려했던 긴터의 무모함은 오른쪽 측면에 공간을 허용했고 라지는 전반전 시도한 첫 오버래핑에서 주발이 아님에도 왼발 크로스라는 용감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올시즌 출장 횟수가 두 차례에 불과했던 벤더는 어설픈 수비 모션으로 자살골을 헌납했다.

양 팀 스타팅 라인업. 도르트문트에 비해 상대적인 전력누수가 컸던 모나코는 경기 초반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전반전 도르트문트의 공격이 위협적이지 못했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일차적으로는 주앙 무티뉴와 파비뉴로 구성된 모나코의 중원을 뚫어내지 못하면서 공격에 속도를 낼 수가 없었고 측면에서 시도되는 크로스의 타이밍은 모나코의 수비라인이 이미 전형을 다 갖춘 뒤 시도됐다. 특히 윙백으로 출전한 긴터는 멘디를 대신해 라지가 선발 출장한 모나코의 왼쪽 측면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누리 사힌의 전개능력, 빠른 측면전환을 통한 낮은 크로스

토마스 투헬 감독은 결국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벤더와 마르셀 슈멜처 대신 누리 사힌과 크리스티안 퓰리시치를 투입했다. 두 명의 선수 교체로 네 개의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게레이로가 왼쪽 윙백으로 이동하며 사힌이 중앙에 위치했다. 퓰리시치가 오른쪽 윙백에 자리 잡았고 긴터는 중앙 수비수로 돌아왔다.

변화에 대한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전개능력이 탁월한 사힌은 적극적인 볼투입을 통해 측면전환의 속도를 높였고 세컨볼에 빠르게 반응하며 모나코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했다. 속도가 생겨난 도르트문트는 경기의 리듬을 되찾아갔다. 좀 더 앞선 위치에서 공격이 전개되면서 카가와는 특유의 기민함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게레이로는 주로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머물다가 측면으로 전달되어 나오는 공을 지체 없이 크로스로 연결시켰다. 오른쪽의 퓰리시치는 과감한 돌파와 스피드를 앞세워 라지와의 일대일 싸움에서 계속해서 승리했다. 후반전 도르트문트의 좌우 윙백은 각기 다른 패턴으로 모나코를 공략했다. 하지만 시도하는 크로스의 타이밍과 형태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나코의 수비블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순간을 노려 낮고 빠른 크로스가 시도됐다.

양 팀 스타팅 라인업. 도르트문트에 비해 상대적인 전력누수가 컸던 모나코는 경기 초반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도르트문트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좋은 분위기속에서 자신들의 리듬을 되찾았고 정제되진 않았지만 효과적인 낮은 크로스로 2골을 뽑아냈다. 때문에 후반기에 접어들며 리그에서 훌륭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던 바르트라의 부재가 더욱 아쉽게만 느껴졌다. 수비적으론 완벽하지 않지만 후방 빌드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선보였던 바르트라는 전방으로 향하는 과감한 전진패스로 팀에 속도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존재였다.

수비에 활용폭이 줄어들면서 이번 시즌 중앙수비수로 출전하는 횟수가 잦아진 루카스 피스첵은 이번 경기에서 노련함을 앞세워 수비적으로도 안정감을 유지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가 후반 막판 추격의 의지를 불태우는 순간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역대급 재능 킬리안 음바페

1998년 12월생으로 아직 만18세에 불과한 음바페는 이번 시즌 구단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구단 최연소 득점, 최연소 해트트릭, 제레미 메네즈에 이은 리그앙 두 번째 최연소 해트트릭 등 프로무대 데뷔 이후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린만큼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과 판단력엔 부족함이 있고 돌파의 시도와 드리블이 다소 무모할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번뜩이는 재능과 문전에서 찬스를 침착하게 마무리 짓는 능력은 그가 아직 18세에 불과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양 팀 스타팅 라인업. 도르트문트에 비해 상대적인 전력누수가 컸던 모나코는 경기 초반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특히 후반 79분 슈팅 전 세 번의 터치는 완벽 그 자체였다. 피스첵의 패스를 가로챈 뒤 두 번째 터치로 방향과 속도를 유지했고 정확한 슈팅을 위한 세 번째 터치가 이뤄졌다. 그리고 슈팅 직전 고개를 들어 의도한 방향의 반대편을 쳐다보는 속임 동작까지. 과정과 득점 모든 것이 완벽했던 음바페의 쐐기골은 그가 왜 프랑스의 역대급 재능으로 불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희망은 봤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2차전에선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유독 많이 펼쳐지고 있다. 도르트문트와 모나코도 1차전 패배를 2차전에서 뒤집으며 8강에 올랐다. 역전극을 펼친 팀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자신들의 홈에서 2차전을 치렀다. 도르트문트는 이번 1차전을 통해 적극적인 전진과 공격만이 모나코를 공략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가오는 2차전은 모나코의 홈인 스타드 루이 II에서 펼쳐진다. 마르코 로이스의 복귀는 도르트문트의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모나코는 바카요코와 멘디, 시디베가 돌아온다. 더군다나 이번 시즌 모나코는 흔히 말하는 될 팀이다. 희망은 봤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많지는 않은 도르트문트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