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 성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200일은 무척이나 긴 시기다. 시간으로 따지면 4,800시간이고 분으로 환산하면 288,000분이다. 200일 동안 세상은 엄청나게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이 200일 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지루한 시간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200일은 많은 게 변하는 흥미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1. 양이 새끼를 낳는 기간

양의 임신기간은 147일에서 161일이다. 양이 모르는 배우자를 만나 서로 안면을 익히고 짝짓기를 한 뒤 새끼를 낳아 그 새끼가 걸어 다닐 때까지의 기간이 약 200일 정도라고 보면 된다. 어지간한 동물은 임신 기간이 다 200일이 채 되지 않는다. 200일이면 새 생명이 탄생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임신 기간이 짧은 동물들은 200일 동안 두 번 임신해 새끼를 낳을 수도 있다.

2. 결혼

내 친구는 한 여성과 소개팅을 한 뒤 한 눈에 반해 2개월 만에 미래를 약속하고 6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 친구는 지금도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눈빛은 이게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나는 어쨌거나 친구의 주장을 믿을 생각이다. 200일이라는 시간은 서로 얼굴도 모르는 남녀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3. 다이어트

나는 지난 해 10월 몸무게가 79kg까지 나갔다. 발톱 깎는 것도 힘이 들 만큼 살이 쪄 있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결심한 뒤 200여일 만인 지금 67kg으로 몸무게를 줄였다. 안 맞던 청바지도 200일의 다이어트 기간을 거치면 헐렁해진다. 200일 동안 10kg이 넘는 내 지방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내 지방 덩어리들은 200일 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4. 대통령 탄핵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면서 조기 대선을 치르리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200여 일만에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 아마 200일 후에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를 일이다. 200일은 대통령이 자리에서 쫓겨나고 남을 만큼 긴 시간이다. 200일 전만 하더라도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포기하고 수의를 입게될 것이라고 믿었던 이가 있었을까.

5. 병역 의무 해결

상이등급 6급 이상의 국가 유공자 자녀 중 1인은 6개월 복무혜택을 받는다. 6개월만 복무하면 병역 의무를 해결하는 셈이다. 아버지가 국가 유공자인 한 지인은 친형이 6개월 만에 제대를 하게 돼 자신은 울며 겨자먹기로 21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자녀 중 한 명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200일은 한 남성이 병역 의무를 마칠 만큼 짧지 않은 시간이다,

6. 연예인의 자숙 기간

지난 해 11월 성매매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던 배우 엄태웅은 6개월 만에 자숙을 끝내고 새 영화를 찍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빅뱅 대성의 자숙 기간도 6개월이었다. 이들의 복귀가 너무 빨랐다는 지적도 있지만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6개월 만에 돌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6개월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6개월이면 사고를 친 연예인도 텔레비전으로 다시 돌아온다.

7. 그런데 성남FC는?

K리그 성남FC는 지난해 9월 17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오늘(16일)까지 무려 217일 동안 승리가 없다. 양이 새끼를 낳고 내 친구가 모르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해 미남(?)으로 돌아오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지인이 군 복무를 마치고 사고 친 연예인이 자숙을 끝내고 복귀할 동안 성남은 단 한 번도 승리가 없다. 오늘도 성남은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홈 경기에서 경남FC에 1-2로 또 졌다. 200일이 넘는 이 기나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승리를 맛보지 못한 성남 팬들의 심정은 어떨까.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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