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혼술남녀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앞으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혼관'이라는 단어가 쓰일지도 모른다. '혼밥', '혼술', '혼영'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혼자 관전'을 뜻하는 '혼관'이란 단어도 쓰여질 때가 됐다. 축구팬들은 이 '혼자'의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두가 혼자'인 시대

'혼밥', '혼술', '혼영'. 바야흐로 '모두가 혼자'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27.2%다. 2020년에는 3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하는 가전과 가구 매출은 늘어나고 있고 식품 매장에는 예전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소포장 식품들이 줄지어 있다. 이러한 소비행태는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로 불린다. 사회적 현상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문화와 소비의 형태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재편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소비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면 스포츠를 소비하는 형태도 변화한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발간한 '2016 프로스포츠 고객(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혼자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전체 스포츠 팬들의 10.2%에 달했다. 5천명의 관중 중 약 500명은 혼자 경기장을 찾은 셈이다. K리그의 평균 관중을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혼자 사는 삶은 대세를 넘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 MBC 나 혼자 산다

'혼자'는 왜 대세가 됐을까

A 매체는 MBC '나 혼자 산다'가 4년 전에는 1인 가구의 특별한 일상을 조명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4년 여가 지난 지금 "어느새 혼자 사는 삶은 많은 삶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일상이 됐다"며 "혼자 사는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걸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삶의 양태를 담아냈다"라고 전했다.

B 매체는 '혼자의 시대'를 더 깊게 조명했다. 현대인의 '혼밥'은 외로움과 궁상이 아닌 '자유'가 깔려있다고 해석한다. '혼술'은 "혼자 즐길 수 있는 가장 진한 유흥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혼영'은 "머리 속을 꽉 채운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비일상의 영역"이라고 한다.

스마트폰과 SNS가 보급되며 사회와 소통의 영역은 개인의 시간을 파고들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로를 느끼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저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그리고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갖게된 사람들은 삶을 환기시키며 다시 피곤한 사회로 뛰어드는 동력을 얻게된다.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우리를 지치게 만들었다. 가족관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사람들이 가족을 떠나 홀로 사는 삶을 선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 공동체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기한다. 삶의 다양성보다 조직 운영에 최적화된 삶을 요구받고 있다. 나는 칠리새우를 먹고 싶은데 부장님은 짜장면을 시킨다. 적어도 내 삶 만큼은 내가 혼자 알아서 하고 싶은 것이다.

'혼관'은 나만의 '찾잼'

스웨덴은 1인 가구의 증가를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사회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의 교육심리학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누구나 혼자가 되면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때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스스로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생산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들은 나만의 시간을 즐길줄 알고 창의적으로 산다"고 말한다. 혼자 즐기면 이렇게 장점이 많다. 타인을 신경쓰지 않으니 축구도 집중해서 볼 수 있다.

스포츠를 소비하는 다양성이 더 존중되어야 한다. 인천 서포터들과 같이 90분 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형태도 있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축구장을 찾을 수도 있다. 연인과의 데이트로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혼자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장에 '연인과 오는 경우'를 대중성의 척도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축구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열렬한 응원을 하고 싶은 사람, 전술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사람, 좋아하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혹은 특정 선수들을 욕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서포터로서의 소속감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소비자의 '자기 만족'도 중요하다. 서포터 속에서 관계의 피로감을 느낀다면 차라리 혼자보는게 낫다. '혼관'해도 괜찮다. 남들이 다 '노잼'이라고 말하는 경기도 자신은 그 속에서 '찾잼'을 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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