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징요 ⓒ 강원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강원FC의 외국인 선수였던 세르징요가 한국에서 추방 당했습니다.

6일 강원MBC 영동은 세르징요의 처벌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세르징요에게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세르징요가 브로커를 통해 시리아 여권을 위조했다고 판단한 것이죠. 따라서 이번 판결로 세르징요는 국외로 추방되며 앞으로 5년간 입국이 금지됩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해외에서 세르징요와 같은 사례가 발생했고 그들 역시 위조 여권이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해당 선수를 기용했던 강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법적인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분명 강원은 할 수 있는 말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요?

'법 감정'과 거리가 있었던 강원의 판단

10월 19일 강원은 세르징요가 여권 위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남은 경기에 세르징요를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르징요는 남은 시즌 동안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야 정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10월 30일 경남과의 리그 최종전부터 다시 경기에 나왔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출전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활약을 보였죠.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강원에도 속사정은 있었습니다. 세르징요의 변호사가 항의를 한 것입니다. 세르징요가 잔여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세르징요의 변호사는 강원에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며 부당한 처사라고 항의했습니다.

강원 역시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태룡 대표,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가 법률 자문을 구하며 회의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세르징요를 다시 출전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르징요의 변호사가 허점을 제대로 찌른 것이죠.

이들이 세르징요를 다시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헌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헌법 제 27조 4항에는 형사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세르징요가 외국인 선수지만 한국에서 뛰고 있고 한국의 재판정에 서있기 때문에 한국의 법을 적용 받게 됩니다. 따라서 한국 헌법의 영향을 받습니다. 축구팬들의 법 감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여튼 세르징요는 이래서 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징벌보다 중요한 '선제 예방'

그렇다 하더라도 세르징요가 K리그에 남긴 상처는 쉽게 지우기 어렵습니다. 특히 승강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맞붙었던 부산 아이파크, 부천FC1995, 성남FC는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세르징요는 승강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맹활약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변한 것은 크게 없을 전망입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강원에 대한 상벌위 개최를 예고했지만 중징계를 내릴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이 사건의 책임을 묻거나 '모두가 피해자'라는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바로 '예방'입니다. 비록 승부조작 사건보다 크지는 않지만 세르징요의 사례는 K리그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이중국적선수 국적인정기준을 개정했습니다. 아시아쿼터로 등록하는 외국인 선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의 국가대표로 공식 출전한 경력이 있거나 FIFA 규정에 의해 해당국 국가대표팀 출전 자격을 취득한 지 1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고쳤습니다. 이는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분명 재발 방지를 위한 개정이기 때문에 칭찬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대처 속도입니다. 세르징요에 대한 위조 여권 의혹이 제기된 지 약 4개월이 지나서야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범죄 수법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축구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범죄와 꼼수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의 대처 속도는 비교적 느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K리그에 이런 식의 꼼수는 조금씩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경제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축구이기 때문에 개발도상국 출신의 선수들이 비교적 경제가 안정된 곳의 리그로 몰릴 것이고 그 중에는 한국도 있을 겁니다. 분명 취업을 위해 한국의 허점을 파고들 것입니다.

당하고 나서 땜질식 처방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세계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한 발 앞서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경기와 리그의 신뢰도에 관한 일이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입니다. 또다시 팬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축구계 전체가 합심해서 노력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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