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차축구단 ⓒ AFC컵 공식 트위터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4일 한국 축구계의 시선은 평양을 향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8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평양으로 넘어간 이후 첫 훈련을 김일성경기장에서 가졌습니다. 성인 축구대표팀이 평양에 간 것은 27년 만의 일입니다. 그렇게 우리 대표팀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다른 곳에서는 북한 축구의 또다른 역사가 쓰여지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김일성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한 팀이 몽골에 있었습니다. 바로 기관차축구단이었죠. 이들은 몽골 에르킴과의 2017 AFC컵 I조 예선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북한 팀의 사상 첫 AFC컵 원정 경기였죠.

이미 저는 몇 차례 칼럼을 통해 여러분께 북한의 AFC컵 소식에 대해 전한 바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북한의 두 팀이 어째서 한 조에 편성됐는지, 그리고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 드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벌써부터 신흥 강호? 강렬했던 북한의 첫 AFC컵

생각보다 고전했지만 '명불허전'이었던 기관차

사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4.25 축구단이 홈에서 에르킴을 6-0으로 꺾었지만 기관차 축구단의 전력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나마 4.25 축구단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이 그들에 대해 알려진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에르킴 역시 저력이 있는 팀이었고 몽골 원정이라는 변수 또한 존재했습니다.

2017 AFC컵 기관차 vs 에르킴 ⓒ AFC컵 공식 트위터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MFF(몽골축구연맹) 풋볼 센터에서 양 팀의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기관차 축구단은 경기 분위기를 지배했지만 좀처럼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에르킴에 역습을 허용하며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죠. 4.25 축구단이 전반 12분 만에 득점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던 것과 비교됐습니다.

전반 40분이 되어서야 기관차는 결국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리은일이 살짝 띄워서 찔러준 침투패스를 김용일이 빠른 스피드로 파고 들어가 그대로 슈팅을 때리며 에르킴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득점한 이후 기관차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기쁨보다 안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변수가 생겼습니다. 전반 42분에 리통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습니다. 약 50분 동안 북한은 한 명이 부족한 채로 싸워야 했습니다. 앞서고 있다고 수비적으로 전술을 바꿀 수도 없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골득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4.25 축구단이 지난 경기에서 6골을 퍼부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따라잡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후반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기관차에 행운이 따랐습니다. 에르킴 수비수 투굴두르의 헤딩 백패스가 골키퍼를 지나 에르킴의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2-0을 만든 기관차는 좀 더 편하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김용일이 한 골을 더 추가하며 3-0 완승으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집안 싸움'이 되어버린 AFC컵 I조

지난 칼럼에서 설명드렸듯이 I조는 북한 2팀, 몽골 1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홈 앤 어웨이로 일정이 진행됩니다. 현재 I조 1위는 4.25, 2위는 기관차입니다. 두 팀 모두 1승 씩을 챙겼지만 골득실로 인해 순위가 갈렸습니다. 반면에 에르킴은 2연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자리했습니다.

한 팀 당 4경기를 치르게 되는 I조입니다. 에르킴은 상당히 불리해졌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다른 팀의 결과를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북한의 두 팀은 대승으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양 팀의 두 차례 맞대결이 I조 1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팀의 경기는 3라운드와 4라운드에 연달아 열립니다. 4월 18일에 4.25의 홈인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리고 이후 5월 3일에 기관차의 홈인 김일성경기장에서 2차전이 열립니다. 이 두 경기가 끝나면 I조 1위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두 경기가 끝났을 뿐이지만 하나는 확실해졌습니다. AFC컵의 동아시아 지역 챔피언은 북한이 가져갈 확률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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