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 김강선 감독 ⓒ김효선 제공

[스포츠니어스 | 서창환 기자] 지난 3월 24일 대학축구 최고봉을 가리는 ‘2017 U리그’가 개막했다. 올해 U리그는 총 83개 팀이 참가해 역대 대회 중 참가팀이 가장 많은 대회로 남게 됐다. 많은 팀이 참가하는 U리그의 볼거리로 감독들의 치열한 수 싸움이 꼽힌다.

이처럼 감독들의 ‘전술 각축장’으로 불리는 U리그에 올 시즌 유독 젊은 감독들의 등장이 두드러진다. 지금 소개할 이들은 70년생 대표주자인 이장관(용인대) 정재권(한양대), 이경수(숭실대) 감독의 뒤를 잇는 평균 80년생 감독들이다. 스포츠니어스가 4명의 ‘대학 감독 유망주’를 소개한다.

서울대 이인성 감독 (82년 2월 10일)

서울대 이인성 감독 ⓒ서창환

현재 SPOTV 해설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이인성 서울대 감독은 이상윤(건국대), 유상철(울산대) 감독의 뒤를 이을 ‘해설가형 지도자’다. 오랫동안 강신우 감독 체제를 유지한 서울대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 감독 체제로 들어섰다. 이 감독은 서울대 코치 시절부터 요식 사업을 병행한 강신우 전 감독을 대신해 실질적인 감독 임무를 수행한 ‘준비된’ 지도자였다.

서울대는 지난 시즌 U리그 5권역에서 최하위에 그쳤지만, 이건엽(성남 FC), 이정원(부천 FC 1995) 등 프로 선수 배출이라는 쾌거를 누렸다. 유공에 입단한 양익전 오현고 감독 이후 27년 만의 프로 선수 탄생이었다. 두 제자의 성공에 이 감독은 “비록 지난해 성적은 안 좋았지만 서울대에도 좋은 선수가 있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흡족했다.

서울대는 일반 학생도 선수로 등록하는 독특한 선발 제도 때문에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프로 진출한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감독도 이 부분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공격을 매듭지을 선수가 부족해 수비적인 플레이만 해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그는 “신입생 선수들이 시즌 초부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여 한층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공격 부분은 세트피스 등 약속된 플레이로 극복하도록 할 것”이라며 올 시즌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이인성 감독 ⓒ서창환

상지대 남영열 감독 (81년 7월 10일)

현재 U리그 1권역에서 2연승을 달리며 신바람 행진 중인 상지대는 올 시즌 들어 선장이 바뀌었다. 주인공은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남영열 감독이다. 남 감독은 대학 졸업 후 2004년 대구FC에 입단했으나 큰 부상을 당해 1년간 재활에 몰두했다. 다음 해 프로 데뷔에 성공했지만 부상이 악화해 2008년 인천 코레일에서 축구화를 벗었다.

지도자 자격증 취득 후 남 감독은 2009년 4월에 상지대 코치로 부임했다. 2014년 9월부터 감독 대행으로 그 해 12월까지 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남 감독은 비로소 대행 딱지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지난해 상지대는 4-2-3-1을 즐겨 썼지만 남 감독 부임 후 주력 포메이션을 4-1-4-1로 바꿨다. 남 감독은 “볼을 오래 소유하는 것보단 토트넘 같이 빠른 템포로 공격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그래서 볼란치를 한 명만 두고 라인을 끌어올려 전방부터 상대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며 전술 변경 이유를 밝혔다.

상지대는 올해 김희수(인천 유나이티드), 심재훈(FC안양), 홍재훈(안산 그리너스) 등 3명이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지역 강호로 불리긴 하지만, 수도권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취업률이다. 이에 남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게 내 지도 철학이다. 그러다 보니까 취업률도 자연스레 올라가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서울대 이인성 감독 ⓒ서창환

호남대 김강선 감독 (79년생 5월 23일)

학교에 ‘축구학과’가 있을 정도로 축구 명문을 자처하는 호남대는 올해부터 김강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모교 출신이기도 한 김 감독은 2006년 선수 은퇴 후 호남대 축구학과에서 1년간 후배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이후 김 감독은 장흥중에서 코치로 7년간 머문 끝에 다시 호남대로 돌아왔다. 2012년 호남대 산하 K3 소속 광산FC(현 평창FC)에서 2년간 감독 생활을 한 그는 2016년 성한수 전 호남대 감독과 함께 지난해 여름 ‘제12회 추계 1-2학년 대학축구대회’ 우승을 일궜다.

김 감독 체제에서 힘차게 닻을 올린 호남대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29일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FC안양전에서 경기 막판 이상용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4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이틀 뒤 열린 U리그 개막전에서는 체력적인 문제점을 드러내 전주기전대에게 1-4 대패했다.

팀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점에 대해 김 감독은 “수비수들이 뒷공간 침투에 약하다. 그래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선수 특성에 맞게 스리백을 쓰면서 전술을 다듬었는데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언급했듯 호남대는 축구 열기가 뜨거운 학교로 손꼽힌다. 박기인 호남대 이사장은 매주 경기 현장을 찾아 선수단을 독려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김 감독은 “모교 출신으로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내고 싶다. 많은 분이 기대하는 만큼 올해도 권역 우승 및 왕중왕전 진출과 프로 선수 배출에 노력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서울대 이인성 감독 ⓒ서창환

영남대 김현준 감독 (83년 6월 22일)

지난 시즌 대학무대서 4관왕(U리그 10권역, 추계연맹전, 1~2학년 추계대회, 전국체전)을 이룬 영남대가 최연소 감독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김현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코치로 활약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 이랜드FC로 떠난 김병수 감독의 뒤를 이어 영남대를 이끌게 됐다.

김 감독은 고등학생 시절 십자인대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고 체육 교사가 되려 했다. 하지만 2010년, 김병수 전 감독의 권유로 영남대 코치로 합류한 김 감독은 김병수 감독과 함께 영남대 ‘성공 신화’의 숨은 조력자로 톡톡히 활약했다.

김병수 감독의 영향을 받은 만큼 김 감독 역시 볼을 소유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를 추구한다. 김 감독은 “팀이 가족 같은 분위기일 뿐만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선·후배 간 멘토링 제도를 실시해 실력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팀 운영을 귀띔했다.

영남대는 지난 시즌 각종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주축 선수 대부분이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팀 내 주득점원으로 활약한 김경준, 주한성(이상 대구FC)의 공백은 꽤 크다. 이에 김 감독은 “스트라이커가 없다 보니까 올해는 2선 자원들의 활동량을 늘려 득점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백 최소화에 관해 설명했다.

올해 U리그 10권역에 배정된 영남대는 현재 2경기 8골 2실점으로 균형 잡힌 공·수 밸런스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영남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야 해서 부담스럽기도 하다.(웃음) 그래도 김병수 감독님께서 남기신 유산을 무기로 올해도 좋은 경기력을 펼치도록 하겠다”며 패기 넘친 각오를 선보였다.

김병지는 46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39세 이동국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 생명이 길어진 요즘 이렇게 젊은 감독의 등장은 신선하다. 이들은 비록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지만 일찌감치 지도자에 도전해 대학 무대에 섰다. 화려한 선수 시절 경력이 지도자로서의 성공까지 보장해 주는 시대는 아니다. 젊은 나이에 감독이 된 이들이 대학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하며 이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seoch9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