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가져왔지만 만족할 수 없는 승리를 거뒀다 ⓒAFC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은 시리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중국 원정에서 졸전 끝에 패배했던 대표팀은 시리아를 상대로도 힘든 승리를 가져왔다.

답답했던 경기였지만 결과는 가져왔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시리아전의 포인트는 한국영의 투입 전후로 나눌 수 있다. 한국영이 투입된 후 기성용은 전진배치 되었고 더 좋은 공격기회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과가 중요했던 경기, 여전히 무뎠던 공격

경기는 어쨌든 이겼다. 실점위기를 잘 막아냈다. 운도 많이 따랐다. 기회가 있을 때 골을 넣고 이기는 것이 강팀이다. 그러나 공격은 무뎠다. 중국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이번 시리아전도 마찬가지였다. 수 차례 나온 침투패스는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시리아 입장에서는 워낙 이른 시간에 실점이 나왔다. 시리아는 만회하기 위해 공격숫자를 늘렸고 그 결과 수비 뒤쪽 공간이 노출됐다. 시리아가 리스크를 걸었던 만큼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를 노리고 결과를 만들었어야 했다. 아쉽지만 그렇지 못했다.

승리를 위한 포지션, 공격적인 시스템으로의 변화

대한민국 대표팀은 시리아를 상대로 4-1-4-1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중국전에 비하면 확실히 공격적인 포메이션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는 황희찬 한 명뿐이었지만 기성용의 빌드업이 전방에서 이루어진다면 최대 6명까지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슈틸리케의 철학인 점유율 축구를 살리면서 최대한 득점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6.7%의 점유율을 추가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점은 아쉽다. 대표팀은 중원을 거쳐가는 패스보다 전방으로 한번에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4-1-4-1 포메이션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상대가 수비라인을 깊게 내리고 있을 때를 대비한 해법은 아직 찾지 못한 듯 보였고 결국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영의 투입은 옳은 판단이었다

후반 시작 후 시리아의 공세는 더 거칠었다. 8분에 가까운 시간동안 대한민국 대표팀은 공을 수비진영에서 걷어내기 바빴다. 위기가 지속되자 슈틸리케는 54분 고명진을 한국영으로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시리아의 흐름을 끊고 중앙을 더 두텁게 만드는 좋은 카드였다. 곧바로 구자철에게 공이 이어졌고 구자철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세트피스 기회에서 남태희의 헤더는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지만 한국영의 교체가 만들어낸 변화였다.

주목할 점은 한국영이 들어오면서 기성용이 전진배치 됐다는 점이다. 시리아의 흐름을 끊었을뿐만 아니라 더 공격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국영의 투입 전후로 기성용이 공을 어떻게 배급했는지는 그의 플레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영 투입 전(좌)과 후(우) 기성용의 볼 배급 차이 ⓒAFC제공

기성용이 전진배치 되자 더 좋은 공격찬스들이 나왔다. 한국영 투입 전에는 슈팅으로 이어지는 키패스(노란색)도 없었으나 이후에는 2개를 기록했다. 키패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손흥민의 침투를 노리는 전진패스도 기록했다. 초크보드만 봐도 횡방향 패스로 대표팀의 좌우를 이어주던 기성용이 전진배치되자 좀 더 종적인 패스를 기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가 전진배치되어야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슈틸리케의 숙제

슈틸리케가 기성용에게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부여한 이유는 그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가 원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경기조율 능력과 빌드업, 수비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 아마 예전 프랑스 대표팀의 클로드 마켈렐레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듯 하다. 그나마 그 자리에서 기성용과 가장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던 선수는 정우영이었다. 그러나 정우영도 아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기 통계치는 모으지 못했다.

이번 슈틸리케는 고명진을 기성용의 파트너로 선택했는데 고명진은 더 공격적인 자원이다. 기성용을 홀딩 및 앵커 역할로 내리고 고명진에게 더 공격적인 모습을 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큰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고 몇몇 장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차이는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한국영은 훌륭한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빌드업이나 경기조율 능력은 아직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가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고 그 결과로 지금의 시스템을 고집한다면 그는 이 숙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정답을 이끌어내지 못해도 최선의 결과는 가져와야 한다.

아시안컵 결승전에도 기성용은 승리를 위해 윙포지션에 가깝게 움직였다. 기성용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이고 부지런하며 승부욕이 있는 선수다. 그의 공격의지는 선수들을 깨울 수 있다. 중국과 시리아를 상대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준 슈틸리케의 대표팀은 기성용을 전진배치 시킬 필요가 있다. 슈틸리케가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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