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 이도한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리마스터 되는 스타크래프트도 벌써 출시된 지 20년이 다되가고 영영 인양되지 않을까봐 걱정했던 세월호도 3년의 세월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5년 많은 사람들을 축구로 웃고 울렸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바로 KBS 2TV에서 방영됐던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전국에 화제를 몰고 다니던 이 프로그램이 종영된 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다 돼간다.

그 동안 청춘FC의 미남 골키퍼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이도한 역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응원을 듬뿍 받던 그 골키퍼는 이제 축구화를 벗고 사람들 속에 섞여서 평범하게 사는 것을 택했다.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도한을 직접 만나 그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청춘FC 선수들의 근황 등을 들어봤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반갑습니다. 이런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네요. 요즘은 그냥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지냅니다. 다양한 세상 경험을 쌓으면서 살고 있어요. 보조 연기자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여행도 다녀왔어요.

축구 선수가 아르바이트를요?

네. 먼저 저는 이제 더이상 축구 선수가 아닙니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축구화를 벗었어요. 청춘FC 끝나고 다시 학교(열린사이버대)로 돌아와서 선수 생활을 하던 도중에 부상이 왔어요. 이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어요. 결국 은퇴했죠.

저런, 무슨 부상이었길래 은퇴까지 결심하게 됐나요?

청춘FC를 촬영할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 복귀하고 나서 운동 하던 와중에 부상이 발생했어요.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사이에 있는 인대가 심하게 손상되는 바람에 발가락 뼈가 벌어졌다고 하더라구요. 살면서 이런 부상을 한 번도 겪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요. 심지어 수술도 안된대요. 유일한 치료법은 자기 스스로 아물 때까지 기다려야 한대요.

그래서 몇 달 동안 복귀를 못했어요. 돌아와서도 훈련은 하지 못하고 경기만 뛰었어요. 이러다보니 부상 부위가 잘 낫지도 않고 컨디션도 올라오지 않더라구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결국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 울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정말 허무했어요. 평생 했던 축구인데 부상 하나로 이렇게 끝나는가 싶어서요.

청춘FC에서 같이 뛰었던 형들은 은퇴한다고 하니까 굉장히 아쉬워했어요. 아직 나이도 어린데 왜 벌써 그만두냐고 만류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형들은 제가 이렇게 심하게 다친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걱정 어린 마음에 그렇게 얘기를 한 거죠.

아직도 청춘FC 멤버와 자주 만나며 지내나요?

네. 자주 연락해요. 만나서 근황도 묻고 커피나 술도 한 잔 하고… 아, 저희가 C.C.F.C.(Classic Chungchun Football Crew)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거기서도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청춘FC 방영 당시 많은 분들이 아무것도 아닌 저희들을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이에 좀 보답해보고자 단체를 만들었어요. 저희가 처음 아산시에 있는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아산시도 보육원도 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좀 더 꾸준히, 그리고 많이 해보자는 생각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풋살대회나 클리닉을 개최해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유소년들을 도와줬어요. 특히 최근에 여성 대학생 축구 동아리를 대상으로 풋살대회를 열었어요. 앞으로는 축구 콘텐츠도 만들면서 좀 더 다양하게, 그리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해요.

청춘FC가 종영됐어도 그 인연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군요. 그렇다면 청춘FC 이야기를 한 번 해볼게요. 앞서 말했듯이 정말 무명의 선수들이 TV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많이 실감 하셨나요?

네. 처음에 청춘 합류했을 때는 '여기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다들 청춘FC 선발 그 이상의 목표인 프로 진출이라는 욕심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정말 많은 사랑을 보내주셨어요. 특히 프로 팀과 경기를 할 때 그 사랑을 정말 피부로 느꼈어요.

첫 경기(서울 이랜드전) 때 저희는 '많이 오셔야 3~400명 오시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날 수천 명이 오셔서 앉지도 못하면서도 저희 경기를 보러 오셨어요. 그 때 기분은 정말 '심쿵'이었어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와… 정말 재밌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고 행복하게 축구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축구팬들은 저를 알아보세요. 축구 보러 경기장에 가면 꼭 '이도한 선수 맞죠?'라는 질문을 받아요. 여전히 알아봐주시니 참 감사해요. 물론 예전에는 길거리에서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죠. 섭섭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그런 건 하나도 없어요. 지금의 관심 만으로도 감사하죠.

선수 이도한에게 있어서 청춘FC는 참 잊을 수 없는 추억인 것 같아요. 혹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가장 기억나는 일은 (이)제석이 형 생일 때였어요. 그 때 저희끼리 장난을 모의했어요. 제석이 형 생일인 것을 모른 척 하자고 했죠. 저희가 그러면 제석이 형이 굉장히 시무룩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저희가 당시 저녁마다 미팅을 식당에 모여서 했거든요. 미팅 시간이 됐는데 제석이 형이 늦게 들어오는 거에요. "뭐지?" 하면서 모두 그 형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생일 케이크를 들고 들어오는 거에요. 혼자서 "생일 축하합니다~"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자기 혼자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케이크 촛불 끄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했어요. 저희가 역으로 당한 거죠. 그 때 '이 형은 대단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선수들과의 추억이 많은 것 같아요. 혹시 코칭 스태프(안정환, 이을용, 이운재)와의 추억은 없나요?

안정환, 이을용 감독님은 정말 공 차는 클래스가 달라요. 사실 지금 20대 선수들은 2002년 월드컵을 보고 축구를 시작한 사람들이잖아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존경심이 들었어요. 물론 이후에는 '아… 저분들도 사람이구나' 싶었지만요.

특히 안 감독님은 축구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이 감독님이 공을 안전하게 차는 스타일이라면 안 감독님은 정말 야생마 같아요. '미친 것 같다'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함께 운동해 본 사람들 중에 최고인 것 같아요. 괜히 월드컵 4강 멤버가 아니고 괜히 국가대표 출신이 아닌 것 같아요.

이운재 코치님 같은 경우는 사실 어려웠어요. 저를 전담으로 가르쳐주시고 애정 어린 잔소리도 많이 하셨으니까요. 얼마 전에는 명절 인사를 메세지로 보냈어요. 그런데 1이 지워져도 답장이 없으신 거에요. 속칭 '읽씹'인 거죠. 이 때 기분은 음… 살짝 마음에 '스크래치'가 났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가장 존경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분인 것 같아요. 참고로 안정환 감독님은 답장 해주셨습니다.

그래도 이운재 코치는 선수들에게 고기도 구워주고 하지 않았나요?

와, 정말 최고였어요. 안 먹어본 사람은 정말 모를 겁니다. 이 코치님이 고기를 구워주시는데 옆에서 굽는 모습을 지켜보면 대충 굽는 것 같아요. 그냥 불판에 한 번 올렸다가 다시 한 번 뒤집으면 끝이에요. 그런데 굽기 정도가 정말 기가 막혀요. 딱 먹기 좋고 고기의 식감과 부드러움이 완벽하게 살아 있어요. 한 번 먹어보면 아실텐데 고기 굽는 스킬이 확실히 달라요. 물론 다정하신 분이에요. 그저 제가 지도받는 입장에서 어려웠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말이 나온 김에 최근 청춘FC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다들 축구를 놓지 않고 있어요. 계속해서 선수 생활을 하거나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어요. 평생 축구만 한 사람들이니까 어떻게보면 당연한 거죠. 심지어 법대생 (김)용섭이 형은 로펌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축구 관련 일은 계속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오히려 제가 특이 케이스죠. 아예 축구화를 벗고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청춘FC 얘기를 할 때마다 그는 추억에 젖는다 ⓒ 스포츠니어스

(성)치호 같은 경우는 우루과이 리그에 진출했다가 몇달 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들었어요. (지)경훈이 형은 홍콩에서 계속 뛰고 있는데 참 멋있는 형이에요. 용기가 없어서 무언가 하려고 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형은 자기가 부족하면 더 채워서 도전하려고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해요. 최근 부상으로 조금 힘들다고 들었는데 다시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최근에는 다들 군대 고민이 많아요. 저는 국가 유공자라 면제 대상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는데 다들 언제 군대를 가야할 지 고민하고 있어요. 특히 형들은 나이가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청춘FC 끝나자마자 입대한 (김)우성이 형이 승리자죠. 지금쯤 상병 달았을 걸요?

형들이 군대로 고민하고 있는 동안 '면제' 이도한은 놀러다녔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에이, 인생 경험이죠. 얼마나 좋았는데요.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까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은 거에요. 게다가 은퇴했을 때가 '내일로' 기간이랑 딱 겹쳤어요. '이건 무조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0박 11일로 다녀왔어요. 서울에서 출발해 전주, 여수, 순천, 진주, 통영, 부산, 안동, 경주, 단양을 갔어요.

처음 여행을 계획하면서 세운 목표가 '정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겠다'였어요. 그래서 일부러 게스트하우스만 찾아 다녔어요. 다양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분들을 통해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를 느꼈어요.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각자 힘든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여행을 통해서 많은 위로가 됐어요. 세상에는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게다가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축구 말고 다른 것을 해도 뭐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여행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군요. '축구 선수 아닌 일반인' 이도한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처음에는 카페에서 일을 했어요. 한 달 동안 하다가 적성에 안맞아서 그만뒀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이랑 다르더라구요. 이곳에서 일을 하면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적성에 맞지 않으니 힘만 들더라구요. 그래도 배운 것은 있어요. '돈 버는 건 쉽지 않구나'라는 거였죠. 아직 생계를 고민할 위치는 아니니 좀 더 재밌는 일을 찾아보고 있어요.

아까 처음 말씀 드렸듯이 최근에는 보조 연기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진짜 재밌어요. 매일 매일이 즐거운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어쩔 수 없이 '나도 축구인이구나' 느끼는 게 이 일을 하면 대기 시간이 굉장히 길거든요? 그 때 스마트폰으로 축구 경기 보고 있어요. 재밌는 경기 위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연기에 도전하겠다는 뜻인가요?

예술 쪽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그런 것은 아니에요.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특히 축구할 때 음악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그래서 음악 공부를 가장 해보고 싶어요. 게다가 축구 하느라 공부를 소홀히 했으니 영어 공부도 할 생각입니다. 저한테는 인생 2막이 이제 시작입니다.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이거다 싶은 것은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야죠. 무엇이든지 부딪쳐보고 싶어요.

그렇군요. 앞으로 이도한의 인생 2막을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청춘FC가 끝난지 이제 1년 반 가량 지났어요. 그 때는 꿈과도 같았어요. 저희도 정말 행복했지만 많은 분들이 보시면서 저희를 통해 힘을 얻고 좋은 추억을 간직했다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현실로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힘든 삶을 저희도, 시청자 여러분들도 살아가야겠죠.

저희는 축구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특히 저는 더욱 그렇죠. 하지만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도 그렇고 청춘FC로 인해 인생의 즐거운 기억 한 조각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서로 행복했던 기억들을 안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청춘FC는 끝났지만 이도한의 청춘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혹시 모른다. 축구 선수로 봤던 이도한이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가 꿈을 꾸고 있는 한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평생 신었던 축구화를 어린 나이에 벗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도전과 앞날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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