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명가’ 수원삼성,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


수원삼성 경기 후 선수단
수원삼성과 아디다스의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수원삼성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명가와 축구 수도. 수원삼성에 따라붙었던 수식어다. 최근 몇 년간 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연말 KEB하나은행 FA컵 트로피를 극적으로 들어 올려 5년간의 무관 행보는 끊어냈지만 팬들의 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불만족스러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이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역사가 녹슬고 있다. 수원이 가라앉고 있다.

8년째 이어지는 고통
10-7-4-4-5-2-2-7. 수원이 마지막으로 빛났던 2008년 이후 8년 동안의 K리그 순위다. 경제 위기 여파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던 2009년은 시즌 중 최고 순위가 9위였을 정도로 극단적인 우승 후유증을 겪었다. 같은 해 FA컵에서 우승하며 체면치레를 한 수원은 영입 정책을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돌리며 재도약을 꿈꿨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0 FIFA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수원의 K리그 순위는 15위였다. 꼴찌로 추락한 수원은 월드컵 휴식기 동안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2004년부터 함께 한 차범근 감독과의 이별을 시작으로 외국인 선수 대거 교체, 국가대표 선수 영입 등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도 팬들이 아쉬워하는 결정이 나온다. 차범근 감독의 후임으로 숭실대학교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윤성효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구단 창단 멤버로 수원의 기둥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선수 윤성효가 감독으로 팀에 돌아온 것이다. 대학 무대에서 나름의 성과를 냈던 윤 감독이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인지도가 없었다. 당연했던 것이 수원 감독직이 프로에서의 첫 감독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선이 굵은 축구를 배제하고 짧은 패스 플레이 위주의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하면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윤 감독의 ‘허니문 효과’는 길지 않았다. 7ㆍ8월 두 달 동안 성적과 내용을 모두 잡은 수원은 9월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그러나 최하위에서 6강 플레이오프의 문턱까지 왔다는 점으로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하였다. 모기업 또한 윤 감독의 수원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한다. 2011시즌을 앞두고 수원은 ‘갤럭시 정책’을 표방하며 스타 선수들을 대거로 품에 안는다. 이 과정에서 지출한 금액만 수십억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여태껏 대학 선수들을 지도해왔던 윤 감독과 국가대표팀을 넘나드는 선수들과의 조합이 맞지 않았다. 패스 플레이를 추구해왔던 윤 감독의 철학은 완전히 무너졌고 이른바 ‘뻥축구’가 부활한다. 구단 역사상 가장 지루한 축구로 회자되는 구간이 시작된다.

윤성효 감독 묵념
윤성효 감독 시절의 수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 수원삼성 제공

윤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에는 팬들과의 직접적인 충돌까지 발생한다. 2012년 7월, 포항-경남-전북과의 3연전에서 0득점 11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팬들의 인내심에 한계점이 온다. 결국, 감독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 울려 퍼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여름 내내 시끄러웠던 수원은 이 과정에서 선수와 팬들과의 불화까지 발생했는데 2017년 현재에도 당시의 상처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윤 감독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0-3 완패를 당했고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불명예 퇴진이었다.

‘소방수’ 서정원 감독 투입, 그러나 날갯짓은 여전히 힘들다
2012시즌을 끝으로 윤 감독이 수원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당시 윤 감독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던 서정원 수석코치가 수원의 제4대 감독으로 부임한다. 예고된 인사였다. 수원의 황금기에서 중심이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윤 감독과 마찬가지로 프로 무대에서의 감독 경험이 없어 우려도 있었지만 새 출발을 한다는 관점에서 수원 구성원 모두가 지지를 힘을 보탰다. 문제는 서 감독의 부임과 동시에 수원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윤 감독 시절까지 수원은 부족한 점을 외부 선수 영입으로 해결하는 팀이었다.

모기업의 정책이 바뀌면서 서 감독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육성을 통해 팀을 이끌어야 했다. 초보 감독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보좌하는 코치진 또한 노련미보다는 팀 출신의 열정을 앞세운 인물들로 꾸려졌기 때문에 수원 역사에 전례가 없던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도전이 시작됐다. 서 감독은 여러 난관 속에서도 첫 시즌을 적지 않은 성과를 보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들었다. 말이 많았던 ‘수원병’의 제거와 젊은 선수층 위주의 변화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색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4년과 2015년은 2008년 이후 그나마 수원이 가장 빛났던 시간이었다. 절대 1강으로 평가받던 전북현대와 경쟁하면서 K리그 클래식 우승을 꿈꿀 수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팬들에게 마냥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다. 전북과의 경쟁에서 결정적인 때마다 스스로 무너지며 우승보다는 2위 순위 자체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시즌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2년 동안 FA컵에서는 32강 첫 경기에서 탈락하면서 토너먼트 징크스를 앓기도 했다. 그리고 문제의 2016년이 찾아왔다.

한계를 드러낸 2016년 그리고 달라지지 않는 2017년
윤 감독 시절의 갤럭시 정책으로 모인 고연봉 선수를 정리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수원은 2016년 그 과정의 마무리 지점에 이르게 된다. 2011년부터 골문을 지킨 정성룡 골키퍼를 일본으로 떠나보낸 것이 그 상징이었다. 골키퍼부터 최전방까지 예전의 수원은 없었다. 선발 라인업에는 유스 양성 기관인 매탄고등학교 출신 선수들의 비중이 커지는 사이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아보는 스타 선수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08년 K리그 우승의 주역인 이정수와 조원희가 황혼의 나이로 복귀하는 등 보강이 있긴 했지만 실질적인 강화는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3년 동안 나름대로 힘을 내며 버틴 서 감독이지만 전체적인 전력의 하향화 속에서는 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경기력과 성적 모두 곤두박질치면서 시즌 내내 잡음이 발생했다. 4년 전 윤 감독이 마주했던 것처럼 서 감독 또한 팬들의 격렬한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내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가장 사랑받는 구단의 전설이 다른 이들도 아닌 수원의 팬들로부터 비난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다행히 수원은 하반기에 힘을 냈고 FA컵에서 우승하면서 최악의 시즌 속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실점 후 서정원 감독
서정원 감독의 이 표정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 KBS1 중계 캡쳐

FA컵 우승의 영광은 잠시였고 또다시 새로운 시즌이 찾아왔다. 전년과 다르게 눈에 띄는 보강이 이루어졌고 시즌 준비 또한 좋은 성과를 낸 것처럼 보였다. 2월 말 AFC 챔피언스리그(ACL)로 시즌을 출발한 수원은 현재까지 6경기를 치렀다. 승리를 거둔 경기는 단 한 경기다. 그 상대는 전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홍콩팀이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아직도 첫 승을 올리지 못했고 매번 실점하고 있다. 선제골을 넣고도 혹은 밀어붙이고도 승리하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 감독과 선수들은 “작년과는 분명 다르다”고 말하고 있지만, 팬들은 동의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작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부상의 악령이 팀을 삼켰고 이제는 적응되었다는 스리백 포메이션은 실전에서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서 감독의 능력을 근본적인 의문으로 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플랜 B가 없는 것 같다”부터 시작해서 “장기 레이스에서 우승할 수 없는 감독”이라는 뼈아픈 소리까지 나온다. 사실 2016년을 앞두고 수원 구단 내부에서는 상위 스플릿에 드는 선으로 시즌 목표를 설정했다고 전해진다. 그 목표는 완전히 빗겨나갔고 끝없는 추락을 경험한 수원은 나름대로 ‘이를 간’ 겨울을 지냈다. K리그 클래식에서의 부활을 선언했지만 3월 일정을 마친 현재로써는 공허한 외침으로 보인다.

자랑으로 삼던 관중 수는 FC서울에, 성적은 전북현대에 내주고 있다. 날이 좋았던 지난 일요일 빅버드에 모인 팬은 7,072명이었다. 평균 관중 2만 명을 자랑했던 수원은 이제 없다. 평균 관중은커녕 단일 경기에서도 2만 명이 모이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단순히 초대권 정책을 폐기해서 생긴 결과는 아닐 것이다. 축구계의 많은 관계자가 “수원이 살아야 K리그가 다시 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수원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현재의 모습이 순간의 부진일지, 팀의 진짜 모습일지는 시간이 설명해줄 것이다.

hanno@sports-g.com

[ 사진 =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고 고개를 떨군 수원 선수단 ⓒ 수원삼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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