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리가 홈페이지 캡쳐

[스포츠니어스 | 배시온 기자] 같은 지역 내 구단끼리 펼치는 스포츠 경기를 흔히 더비라고 한다. 축구는 여러 역사, 종교, 경제 차이나 갈등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같은 연고지의 구단은 이런 사회적 이유가 더 많이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축구에 더 열광하는 요소가 된다. 팬들이 자신의 연고 팀을 응원하는 더 확실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팬들이 감정을 이입하며 열기가 더해진 대결은 무수한 역사가 쌓여 더욱 격렬하고 열정적인 더비가 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1928년 출범했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엘 클라시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기들이 90여년 동안 역사를 만들어왔다. 여러 감정이 얽힌 더비는 경기를 더욱 치열하게 했다. 17개의 자치지방이 있는 만큼 사람들의 연고의식과 지역 자부심 역시 크다. 오랜 역사와 치열함을 갖춘 프리메라리가의 더비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갈리시아 지방을 대표하는 갈리시아 더비를 소개한다.

O NOSO DERBI

갈리시아 더비는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갈리시아 자치주 연고의 셀타 비고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경기를 말한다. 이는 'O NOSO DERBI(우리들의 더비)'라고도 불린다. 두 팀은 각각 폰테베드라 주의 비고와 라 코루냐 주도에 연고를 두고 있다. 셀타 비고의 홈구장 에스타디오 발라이도스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홈구장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데 리아소르는 약 160km 떨어져 있다. 갈리시아지방 내에서도 꽤 떨어져 있고 두 팀의 홈구장 모두 수용 인원은 30,000여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갈리시아 더비가 열릴 때면 관중으로 꽉 찬다. 격렬한 더비로 소문난 만큼 경기마다 경찰이 동원된다. 작은 구장을 뜨겁게 채우는 팬들을 보면 갈리시아 더비가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 라리가 홈페이지 캡쳐

자우밍야 vs 모스토보이

더비에 활기를 띄우는 역할은 선수들도 한다. 데포르티보의 99-00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었던 자우밍야, 패배가 익숙하던 셀타 비고를 끌어올린 모스토보이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두 선수가 몸담던 96~04시즌엔 갈리시아의 두 팀이 모두 순항했고, 이들이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활약하는 것은 물론 더비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의 화려한 테크닉 플레이를 보는 재미와 함께 두 선수의 잦은 충돌도 더비의 열기를 올리는 데 한 몫 했기 때문이다. 자우밍야와 모스토보이는 경기장에서 거친 태클과 몸싸움을 서슴치 않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갈리시아 더비의 시작

양 팀이 공식적인 첫 경기를 치른 것은 93년 전인 1924년 11월 9일 갈리시아 선수권 대회다. 셀타 비고가 1923년 레알 비고 스포르팅과 레알 클럽 포르투나 데 비고를 합병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기록은 그 이후다. 이들의 라이벌 의식은 셀타 비고로 합병 후 팀에서 주목받는 네 명의 선수가 데포르티보로 거처를 옮기며 시작됐다. 루이스 헤로, 곤잘레스, 이시도르와 치아로니인데 특히 헤로는 1920년 안트베르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기 때문에 셀타 비고의 충격은 컸다. 이들의 역사는 데포르티보가 셀타 비고에 3-0으로 승리하며 시작됐다.

처음 프로 리그에서 만난 것은 1929년 3월 10일 세군다 디비시온에서다. 당시엔 홈 팀 데포르티보가 4-2로 승리했다. 이후 41-42시즌 비로소 프리메라리가로 올라와 처음 맞붙었다. 1941년 10월 19일 치른 이 경기에선 아구스틴 하라보의 멀티골로 셀타 비고가 2-1 승리했다. 그 후 양 팀은 총 124번의 맞대결을 가졌는데 셀타 비고가 49승30무45패로 좀 더 우세하다. 최근 다섯 경기 전적으로 봐도 3승1무1패로 셀타 비고가 앞서 있다. 특히 이번 시즌 치른 두 번의 맞대결에서 셀타 비고가 4-1, 1-0으로 승리하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데포르티보는 최근 리그 상향세와 다르게 더비전 패배로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 전체 성적은 데포르티보가 더 우세하다. 99-00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과 95년, 2002년 코파 델 레이 우승 경력도 갖고 있다. 유럽 대항전으로는 03-04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95-96시즌 UEFA컵 4강 진출의 경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지배하다시피 하던 프리메라리가에서 데포르티보는 2000년대 초반 강팀으로 분류되며 전성기를 누렸다. 같은 시기에 셀타 비고 역시 03-04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 했다. 하지만 당시 챔피언스리그에 전력을 쏟았던 셀타 비고는 리그를 병행하며 체력 관리에 실패해 19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강등됐다. 이런 이유로 팬들은 한동안 갈리시아 더비를 보지 못했다.

ⓒ 라리가 홈페이지 캡쳐

비교적 최근 들어서 양 팀은 비슷한 행보를 가고 있다. 11-12시즌 세군다디비시온에서 더비를 치르던 두 팀은 데포르티보가 1위, 셀타 비고가 2위를 차지하며 나란히 12-13시즌 프리메라리가로 복귀했다. 이후 13-14시즌 데포르티보가 다시 세군다디비시온으로 내려가 만나지 못하다가 1년만인 14-15시즌 다시 프리메라리가에 복귀해 더비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시 만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연고지역의 자존심을 건 더비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스페인 북서부의 작은 자치지방 갈리시아에선 90년의 시간을 거쳐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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