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FC서울이 광주FC를 상대로 부끄러운 1승을 거뒀다. 지난 19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는 김성호 주심의 오심이 경기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주요 언론도 오심을 지적하며 헤드라인을 썼다. 광주는 오심의 직격탄을 그대로 받았다. 기영옥 단장은 심지어 "단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라는 말을 공식 석상에서 전했다.

김성호 주심은 물론이고 FC서울도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FC서울이 광주를 상대로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이 PK 오심으로 인한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감 없던 서울, 단단했던 광주

이전까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나타냈던 선발 라인업이 대거 바뀐 점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기존 선수들에게는 메시지, 그동안 뛰지 않았던 선수들에게는 기회"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은 전반에 이렇다 할 변화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광주 조주영에게 먼저 실점을 당한 뒤 자신감이 더욱 없어진 모습이었다. 터치와 패스미스는 물론 광주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볼을 간수하지 못한 채 볼 소유권을 빼앗긴 모습도 많았다. 1선과 2선의 공간은 채워지지 않았고 빌드업은 엉망이었다. 자신감이 결여된 가장 결정적인 모습은 전반 33분에 나왔다. 윤일록은 광주 윤보상 골키퍼를 제치고도 박동진을 의식해 적절한 슈팅 타이밍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결국 득점에 실패했다. 서울로서는 전반 통틀어 가장 좋았던 공격 기회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장면이 됐다. 

오히려 광주의 전반이 매우 훌륭했다. 광주는 전방압박과 공수전환을 매우 능숙하게 해냈다. 경기 통틀어 광주의 슈팅 수는 단 3개뿐이었지만 2번의 결정적인 찬스에서 1골을 만들어냈다. 서울은 지난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실점을 너무 쉽게' 당했다.

오심이 경기 결과마저 바꿨다

흥미로웠던 점은 서울이 오심으로 얻어낸 PK 이후 경기 양상이 완전히 뒤바뀐 점이다. 박주영의 득점 이후 서울은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이전까지 프리킥 볼을 엉뚱한 곳으로 보냈던 김치우는 공간침투로 광주의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흔들어놨다. 이상호와 이규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규로는 서울의 두 번째 PK를 얻어내며 서울의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서울과 광주의 격차는 크다. 재정적으로 보나 팀이 지향하는 위치로 보나 서울이 광주를 훨씬 뛰어넘는다. 서울은 매 시즌 우승 후보로 평가되는 팀이지만 광주는 매 시즌 강등 후보로 평가되고 있는 팀이다. 현실적으로 팀에게 지워지는 야망의 크기가 다르다. 그런 서울이 오심으로 동점 골을 넣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전북과 같은 대형 클럽도 아니고 수원과 같은 라이벌 클럽도 아니었다. 상대는 광주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때 동기부여가 가장 힘들다 ⓒ광주 FC

거짓된 3점, 서울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서울은 이번 오심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데얀과 이상호를 투입하는 등 전술적 변화에서 가져온 이득보다도 오심으로 얻어낸 이득이 훨씬 많았다. 물론 광주 선수들의 억울함이 심리적 틈을 만들었을 수 있다. 광주는 실점 이후 양 측면의 수비자원을 전방으로 올렸다. 서울은 광주의 측면 뒷공간과 함께 광주의 심리적 틈새를 잘 이용한 것이다. 서울 선수들은 프로로서 주어진 환경과 성취할 결과를 향해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하고 그렇게 뛰었다. 결과는 승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승리가 FC서울 선수들이나 팬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서울 골키퍼 양한빈은 이번 경기가 데뷔전이었다. 양한빈에게는 찝찝한 데뷔전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을 맹목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조차 무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 후 만났던 팬들은 대부분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팬은 "이렇게 (맛이) 쓴 3점은 처음이다"라며 "웨스턴 시드니전 이후 전혀 개선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승리는 그저 심판의 변덕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오늘 경기를 총평했다. 

광주 선수들은 두 번째 실점 이후 단 두 명만을 남기고 모두 서울의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광주는 그 정도로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광주가 보여준 환상적인 60분은 오심 하나로 물거품이 됐다. 오심으로 인한 거짓 승리에 FC서울은 웃을 수 있을까. 팬들조차 부끄러워 하는 승리 이후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동점골 이후 확연히 드러난 자신감의 변화는 현재 서울의 멘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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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FC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