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축구단의 홈 5.1 경기장 ⓒ Stephen Flickr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드디어 아시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클럽 축구, 첫 해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요?

얼마 전 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가 진행될 때 평양에서는 북한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가 열렸습니다. 바로 북한 4.25 축구단이 몽골 팀을 상대로 AFC컵 첫 경기를 가진 것입니다. 굉장히 의미가 있는 한 판이었지만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K리그 팀이 출전하는 ACL에 온통 눈과 귀가 쏠려있기 때문이겠죠.

저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AFC컵 참가와 관련해 칼럼을 한 편 썼습니다. 이 당시에는 '참가할 수도 있다'고 말씀 드렸지만 현재는 현실이 됐습니다. 북한이 AFC컵에 출전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한 덕이겠죠. 이 칼럼에서 AFC컵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북한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팩트리어트] ACL 북한 원정? 망상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북한은 AFC의 승인을 받아 올 시즌 AFC컵 참가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북한 팀에 배정된 AFC컵 티켓은 조별예선 직행 한 장, 플레이오프 한 장이었습니다. 북한의 한 팀은 조별예선 진출을 위해 먼저 플레이오프에 나가야 했지만 대만, 괌 등 플레이오프에 나서야 할 국가 소속 팀들이 기권하며 사실상 조별예선 직행 티켓 두 장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장은 2016 만경대 축구경기대회 결승 진출팀인 4.25 축구단(우승)과 기관차 축구단(준우승)에 주어졌죠.

강렬했던 북한의 AFC컵 데뷔전

북한의 두 팀은 몽골의 에르킴과 함께 AFC컵 I조에 편성됐습니다. 같은 국적의 두 팀이 한 조에 편성된 것은 같은 지역의 팀을 한 조로 묶는 AFC컵의 정책 때문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북한과 몽골의 팀이 한 조에 편성됐습니다.

마침내 북한의 첫 AFC컵 경기가 열렸습니다. 3월 14일 오후 4시 평양 능라도의 5.1 경기장에서 4.25 축구단과 에르킴이 맞붙었습니다. 4.25 축구단의 입장에서는 1991년 아시안 클럽선수권대회 이후 26년 만의 AFC 클럽대항전이었습니다.

경기 전 선뜻 4.25의 우세를 예측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북한 팀의 전력을 알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몽골의 에르킴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몽골 1부리그 6회 우승을 차지한 강팀입니다. 북한과 몽골의 축구 격차를 감안해도 섣불리 4.25의 승리를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4.25의 일방적인 우세로 흘러갔습니다. 90분이 모두 종료되고 나서 양 팀의 경기 결과는 6-0, 4.25의 완승이었습니다. 특히 4.25의 공격수 김유성은 혼자서 5골을 몰아치며 AFC컵 득점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비록 예전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북한의 축구가 아직까지 위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두 팀은 5월 말까지 AFC컵 조별 예선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북한 팀의 첫 경기는 4.25 축구단이 나섰지만 첫 원정 경기는 기관차 축구단의 몫입니다. 4월 4일 기관차는 몽골 울란바토르 원정에서 에르킴을 상대로 AFC컵 첫 경기에 나섭니다. 두 팀이 한 조에 속한 만큼 '평양 더비'도 열립니다. 4월 18일에는 4.25의 홈 구장인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5월 3일에는 기관차의 홈 구장인 김일성 경기장에서 양 팀이 맞붙습니다. 4.25 축구단과 에르킴의 경기에서는 8,000명의 관중이 찾아와 관전했는데 평양 더비에는 얼마나 많은 관중이 몰릴 지도 궁금해집니다.

아직은 험난한 북한의 첫 AFC컵 여정

ACL은 조별리그가 끝나면 16강전부터 토너먼트를 시행합니다. 이 시스템은 아주 간단합니다. AFC컵도 마찬가지로 조별리그가 끝나면 토너먼트 라운드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굉장히 복잡합니다. 북한 팀의 향후 일정을 알기 위해서는 AFC컵의 토너먼트 라운드 시스템을 알아야 합니다.

AFC컵은 조별리그에 참가한 34개 팀을 서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다섯 개 지역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같은 지역끼리 한 조로 묶었습니다.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세 개 조를, 나머지 세 지역이 각각 한 조씩을 배당 받았습니다.

조별리그를 거치고 다음 라운드에 진입하면 지역별 토너먼트라는 낯선 제도를 만나게 됩니다. 각 지역마다 토너먼트 규칙이 다릅니다. 일단 서아시아는 해당 팀끼리 토너먼트를 거쳐 최고의 팀을 가립니다. 이 팀은 AFC컵 결승으로 직행합니다. 서아시아와 같이 세 개 조를 배당받은 동남아시아 역시 그들 만의 토너먼트를 통해 최강의 팀을 가립니다. 하지만 이 팀은 결승전에 직행하지 못합니다.

지난해 AFC컵 우승팀은 '서아시아' 이라크의 알쿠와 알자위야였습니다 ⓒ AFC 공식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지역 우승팀은 이제 '지역 간 토너먼트'에 출전하게 됩니다. 이 토너먼트에는 동남아시아 우승팀과 함께 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조 1위가 진출하게 됩니다. 4강 토너먼트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이 AFC컵 결승전에 출전해 서아시아 1위 팀과 맞붙는 것입니다. 제도를 살펴보면 '서아시아에 굉장히 유리하다'란 생각과 '정말 복잡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그렇다면 북한 팀이 AFC컵에서 우승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일단 동아시아 지역인 I조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합니다. 첫 경기를 통해 북한 팀의 1위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4.25 또는 기관차가 1위를 차지할 경우 지역 간 토너먼트에 진출합니다. 이곳에서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대표와의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서아시아 1위와 겨룰 수 있는 AFC컵 결승 티켓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길은 굉장히 험난합니다. 조별리그를 통과 하더라도 지난 시즌 4강에 올랐던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이나 준우승팀 방갈로르(인도) 등 나름 AFC컵에서 이름 좀 날려본 팀들이 토너먼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결승전에 올라가면 낯선 서아시아 팀을 마주하게 됩니다. AFC컵 경험이 많고 축구 열기도 뜨거운 이들을 상대로 북한 팀이 어떻게 경기할지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겠죠.

AFC컵, 북한 축구에 새로운 자극 되기를

올 시즌 AFC컵은 북한 클럽 축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첫 출전에 우승을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대가 됩니다. 4.25의 첫 경기를 통해 북한 클럽이 단순히 AFC컵의 '들러리'가 될 리는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으니까요. 아직 AFC컵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기관차 축구단이 첫 원정 경기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지도 관심이 갑니다.

언젠가는 북한 역시 ACL에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ACL 예선에 진출하고 있는 국가 중에는 축구 약소국으로 꼽히는 미얀마, 싱가포르 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클럽 축구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등 적극적인 투자는 어렵겠지만 프로리그 발족, 인프라 개선 등 여러 과제가 북한 앞에 놓여 있습니다. 물론 AFC컵에서도 경쟁력을 확실히 증명해야겠죠.

이제 북한의 팀들은 'AFC컵'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습니다. 북한 축구계 역시 앞으로 AFC컵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과 교류하며 많은 자극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결국 북한 축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북한의 AFC컵 도전이지만 이것이 언젠가는 북한 축구와 사회에 또다른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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