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영 아나운서 ⓒ 대구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7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직장에서 뜬금없이 쫓겨나가야 한다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대구FC의 팬들은 낯선 상황을 맞이했다. 약 7년 간 경기장에 울려퍼지던 익숙한 목소리 대신 여성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를 진행했던 것이다. 알고보니 오랜 기간 대구의 목소리로 활약하던 장내 아나운서 공태영 씨가 올 시즌부터 대구의 마이크를 잡지 않게된 것이었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태영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의 황당한 해고 사실을 알리며 그 경위까지 상세하게 밝혔다. 상황은 이랬다. 올 시즌을 맞아 공 씨는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대구 스타디움을 찾았고 그 곳에서 자신의 자리에 한 여성 진행자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도 그는 자신에게 닥쳐올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나와 함께 일할 다른 사람' 정도로 그녀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 대구의 행사를 담당하는 대행사의 대표가 공 씨를 부르더니 "대구가 경기장의 분위기를 바꿔보자고 해서 여성 진행자로 교체했다"며 공 씨가 교체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약 7년 간 대구 스타디움에서 팬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는 결국 그렇게 해고됐다는 사실을 접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사실 공 씨는 프리랜서다. 다른 직원들에 비해 고용이나 해고가 자유롭다. 그 역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프리랜서의 숙명은 교체다"라며 "소위 사고를 치면 그에 합당한 페널티가 있을 수 있고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분위기 쇄신용으로도 교체될 수 있다. 프리랜서라면 그러한 것을 수용할 배포도 갖춰야 한다"고 글에 적었다.

그런데 그가 SNS를 통해 장문의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그가 겪은 모욕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체 내가 왜 이런 곳에서 애착을 갖고 7년이란 시간을 보냈나란 자괴감이 든다"고 말한 그는 "교체에 대한 반발이나 분노는 결코 아니다. 해당 일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과의 인간적 관계는 물론 사업 주체 간의 관점에서도 내가 겪은 상황은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대구 구단이 아니라 통보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대행사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팬들은 대구를 향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팬은 "공 씨 일도 그렇지만 대구는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면서 "선수도 장내 아나운서도 그렇게 내팽겨쳐서는 안된다. 아무리 대행사가 잘못해도 대구 구단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7년 간 일하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를 받았지만 공 씨는 그렇게 함께 울고 웃었던 곳이기에 애정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렇게 좋아하는 그곳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아 그런 제 자신에게 분노합니다"라는 그의 글 마지막은 유난히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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