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현대의 독주를 예상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전북의 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약해졌고 그런 전북을 무섭게 치고 올라온 팀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제주유나이티드와 울산현대다. 그런데 이 두 팀이 벌써 맞붙는다. 제주와 울산은 내일(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올 시즌 선두권 싸움에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이 빅매치를 앞두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차원에서 독한 혀들의 전쟁, ‘썰전’을 준비했다. 제주와 울산이 서로 앞선다고 주장하는 두 기자가 손모가지는 못 걸지만 자존심을 걸었다. 서로 상대를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꼽아봤다. 물론 어디까지나 재미로 하는 것이니 이 칼럼을 궁서체로 읽진 말아주시라. -편집자주-

1. 2년 2개월 vs 3개월

제주 조성환 감독은 2014년 12월 19일 박경훈 감독의 지휘봉을 물려받아 2015시즌부터 팀을 이끌었다. 프로 무대에서의 사령탑 경험이 없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조성환 감독은 결과로 우려를 잠재웠다. 감독 데뷔 첫해, 리그 6위로 무난하게 상위 스플릿에 안착했고 2016년 리그 3위로 꿈꿔왔던 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얻었다. 3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선수단이 조 감독의 뜻을 이해할 만큼 팀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반면 울산 김도훈 감독은 2016시즌이 종료된 후, 윤정환 감독의 후임으로 울산에 깜짝 부임했다. 현재까지 4경기를 치른 것이 전부다. ‘2년을 넘은 열애’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단계’의 차이는 크다.

2. 골 화끈하게 먹엉갑서(먹고 가세요)

제주의 팀 색깔은 ‘본프레레식 공격축구’로 불린다. 3골을 먹는다면 4골을 넣어 이기면 된다는 식이다. 이런 모습의 정점은 지난해에 나타났다. 제주는 지난 2016시즌 리그에서 71득점을 기록해 전북현대와 함께 팀 득점 공동 1위였다. 경기당 2골에 육박하는 엄청난 득점력이었다. 57실점이라는 다소 많은 실점 속에서도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법이었다. 마르셀로, 마그노, 멘디, 진성욱 등 막강한 공격진을 보유한 제주를 이재성, 이용이라는 주춧돌이 빠진 울산의 수비진이 감당할 수 있을까?

3. 우리 집에서 이길 수 있겠어?

제주가 홈에서 강하다는 사실은 이제 K리그 팬들 사이에서 통하는 하나의 공식이다. 제주는 지난 2016시즌 홈에서 치른 19경기 중 10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65.8%의 승률로 전북에 이어 2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역시나 득점력이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41득점을 올려 경기당 2득점을 넘겼다. 홈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물론 홈에서 강한 만큼 원정에서는 약해지는 ‘함정’이 있지만 당장 11일 펼쳐지는 경기는 제주의 안방에서 열린다. 리그 홈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제주의 각오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4. 선수단 전력 또한 이젠 우위!

2010년 박경훈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제주는 늘 알짜배기 선수단으로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산소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대권 경쟁, 즉 리그 우승에 도전하기에는 무언가 2%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마치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반면 울산은 전통의 명가로서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탄탄한 진영으로 2012년 ACL 우승과 2013년 리그 준우승 등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울산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승규와 김신욱은 떠난 지 오래다. 제주는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전 포지션을 보강해 단숨에 우승권 팀으로 떠올랐다. ‘전력이 먼저다’는 이럴 때 쓰이지 않을까.

제주는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소식을 전해왔다 ⓒ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5. 일본에서 뭐했니?

지난 3월 1일, 제주가 ‘큰일’을 냈다. 감바오사카 원정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둔 것이다.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내용은 더 완벽했다. 감바오사카의 살아있는 전설인 엔도 야스히토의 ‘완벽한’ 자책골을 유도한 것을 시작으로 전반 추가시간에는 광주FC에서 건너온 이적생 이창민이 2010년 박지성을 연상케 하는 산책 세레머니로 국내 팬들에게 통쾌함을 안겼다. 백미는 후반 27분이었다. 감바 오사카의 골문이 비어있는 것을 본 이창민이 중앙선을 살짝 넘긴 부근에서 시도한 초장거리 슈팅이 놀라운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갈랐다. 3ㆍ1절의 대박이었다. 반면 울산은 조별리그 1라운드 가시마 앤틀러스 원정길에서 0-2 완패를 당했다. 비교를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다.

6. 수비진 앞에 무릎을 꿇어라

공격축구로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제주지만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 불안 쉽게 잡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다르다. 집 나갔던 아들 조용형이 7년 만에 돌아오고 김원일, 알렉스, 박진포 등 알짜배기 수비수를 대거 영입했다. 또한, 수비진을 보호하는 미드필더 이찬동까지 데려오면서 수비진 강화에 많은 힘을 썼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오반석-조용형-김원일로 구성된 3백 중앙수비는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울산 또한 이종호, 오르샤 등을 영입했지만, 아직 완벽한 호흡을 못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만큼은 ‘창’이 아닌 ‘방패’에 손을 들겠다.

제주는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소식을 전해왔다 ⓒ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7. 멘디, 득점을 부탁해

이번 경기에서 남다른 각오를 불태우는 선수가 있다. 제주의 외인 공격수 멘디다. 멘디는 지난해 6월 울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았다. 충분한 적응 기간 없이 바로 경기에 투입된 멘디는 리그 18경기에서 6골 1도움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울산의 사령탑이 교체되면서 멘디의 입지가 불안해졌고 곧 이적 수순을 밟게 된다. 새 둥지는 제주였다. 아직 제주에서의 데뷔 골을 신고하지 못한 멘디는 울산전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려 하고 있다. 울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8. 갚아야 할 빚이 있어

지난해 리그 성적은 제주가 3위로 울산보다 앞섰지만, 상대 전적은 1승 2무 1패로 호각세다. 4월에 펼쳐진 첫 번째 맞대결에서 제주가 승리한 이후 3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제주에 있어 큰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홈에서 펼쳐진 2경기에서 1무 1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에 이번 홈경기에서만큼은 승리하겠다는 선수단의 각오가 대단하다.

9. 제주월드컵경기장 > 울산문수경기장

두 경기장 모두 2002년 FIFA 한ㆍ일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으로 시설, 경관 모두 훌륭하다. 그러나 두 경기장 중 더 나은 한 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필자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손을 들어주겠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멀지 않지 곳에 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지 않나. 사실 경치 이상으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이 더 나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옆에 대형마트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경기장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10. 제주, 그냥 축구 잘한다

이번 경기에서 제주가 울산을 이길 것이라는 근거로 감독, 경기장, 선수단 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 깔끔하게 이번 항목으로 정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팀이 막 뛰어다니다가 경기에서 이긴다. 이 모습이 바로 올해의 제주다. 비록 ACL 첫 경기에선 아쉽게 패배했지만, 경기력은 훌륭했다. 이후 펼쳐진 두 경기에선 말할 것도 없다. 축구, 그렇게 어렵지 않다. 90분을 잘 이끌어 가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제주의 손을 들겠다.

11일에 펼쳐지는 제주와 울산의 경기는 동 시간에 펼쳐지는 수원과 전북의 경기만큼이나 벌써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CL 조별리그 2차전과 리그 첫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둬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두 팀의 맞대결을 시즌 초반부터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양 팀이 훌륭한 경기를 펼쳐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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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L 조별리그 1R 장쑤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제주 이창민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