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제주 원정에서 웃을 수 있을까? ⓒ 울산현대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현대의 독주를 예상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전북의 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약해졌고 그런 전북을 무섭게 치고 올라온 팀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제주유나이티드와 울산현대다. 그런데 이 두 팀이 벌써 맞붙는다. 제주와 울산은 내일(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올 시즌 선두권 싸움에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이 빅매치를 앞두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차원에서 독한 혀들의 전쟁, ‘썰전’을 준비했다. 제주와 울산이 서로 앞선다고 주장하는 두 기자가 손모가지는 못 걸지만 자존심을 걸었다. 서로 상대를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꼽아봤다. 물론 어디까지나 재미로 하는 것이니 이 칼럼을 궁서체로 읽진 말아주시라. -편집자 주-

1. 축구는 두 가지만 잘하면 된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만 잘하면 된다. 바로 공격과 수비다. 과거 울산은 수비력이 주목받던 팀이었다. 김정남 감독 시절부터 윤정환 감독까지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팀이 울산이었다. 특히 김호곤 감독 부임 당시 끈끈한 수비로 상대를 무력화시킨 이후 철퇴 한 방으로 제압하는 '철퇴축구'는 울산의 핫한 브랜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 부임 이후 울산이 달라지고 있다. 화끈한 공격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물어볼 수 있다. '수비가 약해지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공격 지향적이어도 울산의 수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울산 수비진은 끈끈한 수비에 공격까지 시도하는 과감함까지 갖췄다. 울산의 선수 모두가 골을 넣을 수 있는 위협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비력에 공격까지 갖추며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는 울산이다.

2. 분위기에서 차이가 난다

울산과 제주는 모두 지난 ACL 조별예선 2차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울산은 브리즈번(호주)을 6-0, 제주는 감바 오사카(일본)를 4-1로 꺾었다. 하지만 K리그 클래식 첫 경기가 끝나고 나서 양 팀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물론 두 팀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말이다.

울산은 '동해안 더비'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전부터 '반드시 이긴다'는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승리를 거뒀다.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팀이 아니다. 포항이다. 전통의 라이벌을 꺾었다. 축구는 분위기와 흐름 싸움이다. 울산은 지금 어느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제주는 개막전에서 인천에 1-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점을 따냈다. 하지만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경기 후 인천 이기형 감독은 "하고 싶은 것 다했다"며 당당한 표정이었고 조성환 감독은 "밀집수비의 파훼법을 찾아야 한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감 넘치는 울산과 뭔가 찜찜한 제주, 벌써부터 울산이 반은 먹고 들어간 셈이다.

3. ACL 앞둔 두 팀, 상황이 다르다

두 팀은 모두 ACL 조별예선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 두 팀 모두 베스트 전력을 내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ACL 경기를 생각하는 양 팀의 속내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키치전의 울산은 이제 없다 ⓒ 울산현대 제공

울산은 3월 14일 홈에서 태국의 무앙통 유나이티드를 상대한다. 현재 무앙통은 ACL E조 1위다. 무척 강할 것으로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무앙통을 비롯한 태국 팀들은 태국에서는 호랑이지만 원정에서는 고양이다. 그래서 태국 원정을 '지옥의 원정'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아니다. 울산은 제 경기력만 발휘하면 충분히 무앙통을 홈에서 제압할 수 있다.

반면에 제주는 15일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와 경기를 갖는다. 문제는 원정이라는 것이다. 애들레이드에 가려면 편도로 최소 비행기 두 번은 타야한다. 말만 들어도 벌써부터 지친다. 이쯤 되면 조성환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전에 베스트 전력을 내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김도훈 감독도 처지는 비슷하다. 하지만 제주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4. 홈 깡패? 울산에는 안통해

전통적으로 제주는 홈에서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 홈 승률이 유난히 높은 팀 중 하나가 제주다. 반면에 원정 경기에서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올 시즌 제주가 성공적인 한 해를 보이기 위해서는 홈 승률을 유지하면서 원정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만큼 제주도에서의 제주는 무섭다. 하지만 울산에는 그저 기억이 가물가물한 신화같은 이야기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양 팀은 3번 만나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뒀다. 오히려 울산은 홈에서 패배하고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홈 깡패 제주'라는 이야기는 적어도 울산에는 통하지 않는 셈이다.

울산이 마지막으로 제주 원정에서 패한 것도 벌써 2년이 다되간다. 2015년 5월 5일이 울산의 마지막 제주 원정 패배였다. 혹시 프로토를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제주 홈이니까 제주가 무승부 이상을 거두겠지'라는 생각으로 전 재산을 걸지 말도록 하자.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5. '관광 도시' 제주, 설마 손님 박대하진 않겠지?

제주도는 아름다운 관광 도시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방문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간다.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제주도는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가보게 되는 곳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울산 팬들은 제주도를 방문할 것이다.

이곳에서 '관광객' 울산 팬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고 제주도 곳곳의 좋은 경치도 중요하다. 하지만 '승점 3점'이면 모든 것이 상관 없다. 울산 팬들은 승리 하나로 최고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아름다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펜션에서 먹는 돼지고기 바베큐는 흑돼지가 아니라 칠레산 냉동 고기라 해도 꿀맛일 수 밖에 없다.

요즘 제주도의 관광 산업이 많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 명의 관광객이 소중한 상황에서 제주도를 찾아온 귀한 손님들 손에 승점을 들려 보내지 않고 떠나 보낸다면 그야말로 야박한 인심 아닐까. 관광 도시 제주도의 넉넉한 인심이 필요할 때다. 울산이 승리를 거둔다면 다음 제주 원정에는 더 많은 팬들이 참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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