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 사나이’ 이상호의 잊지 못할 순간들


이상호 득점 직후
2017년 3월 5일은 진정한 '레드소닉'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FC서울 영상 제공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명재영 기자]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공식 개막전에서 FC서울과 수원삼성이 맞붙었다. 슈퍼매치로 K리그 시즌을 시작한 양 팀은 90분 내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수원 김민우와 서울 이상호가 한 골씩을 주고받아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특정한 한 선수에게 이목이 쏠렸다. 이상호의 이야기다.

축구계에서 이적은 흔한 일이지만 수원에서 ‘블루소닉’으로 불리면서 팬들에게 오랜 시간동안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이상호가 라이벌 서울로 이적한다는 소식은 특별했다. 그 특별한 이적은 쨍쨍한 햇볕 아래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K리그의 새로운 역사로 완성되었다. 이상호는 수원 시절부터 슈퍼매치에 강한 선수로 통했다. 푸른 유니폼에서 붉은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은 ‘레드소닉’ 이상호가 잊지 못할 시간을 되돌아봤다.

5. 2015/9/19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1R 수원 0-3 서울 (무득점)
슈퍼매치에 좋은 기억이 많은 이상호지만 뼈아픈 기억도 있다. 4월에 열린 슈퍼매치에서 홀로 2골을 터트리며 수원의 대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이상호는 5달 뒤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다시 맞붙은 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봄과는 전혀 반대의 결과로 경기를 마쳤다. 주 포지션인 측면 윙어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권창훈과 짝을 맞춘 이상호는 수비진의 붕괴를 극복하지 못한 채 팀의 대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풀타임을 소화한 필드 플레이어 중 수비수 구자룡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슈팅을 기록하지 못해 개인적으로도 부진한 경기로 기억에 남았다.

4. 2012/1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8R 서울 1-1 수원 (1득점)
‘서울 킬러’ 윤성효 감독의 마지막 슈퍼매치에 선발로 출전한 이상호는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전반 23분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에 있던 라돈치치가 연결한 패스를 받아 중앙에서 간결한 트래핑 후 서울의 골대를 향해 시도한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른 시간에 나온 선제골로 수원은 슈퍼매치 8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했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양상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는 변수로 수원은 이후 어려운 시간을 이어갔다. 결국, 종료 직전인 후반 40분 정조국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면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상호는 개인적으로 득점 및 활발한 플레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3. 2010/8/28 쏘나타 K리그 2010 19R 수원 4-2 서울 (1득점)
윤성효 감독의 슈퍼매치 전설이 시작된 경기로 유명하다. 경기 전 비가 내려 습도가 엄청난 날씨 속에서도 양 팀이 6골을 주고받으면서 4만여 명의 관중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경기 시작 3분만 에 서울 김진규의 자책골로 앞서간 수원은 기세를 올려 전반 26분 엄청난 추가골을 올렸다. 일본인 공격수 다카하라가 준 패스를 중국 수비수 리웨이펑이 사이드에서 받아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골문 앞으로 침투하던 이상호가 이를 골로 연결했다. ‘한ㆍ중ㆍ일 합작 골’로 불리는 이 득점은 지난 2015년 발표된 수원의 20주년 기념 베스트 골 투표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원은 후반전에 다카하라가 2골을 추가해 4-2 대승을 거뒀고 이 경기를 시작으로 서울을 상대로 7연승을 달렸다.

2. 2017/3/5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R 서울 1-1 수원 (1득점)
푸른 유니폼을 입고 서울의 골대를 노리던 이상호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수원에게 비수를 꽂을 각오만을 불태우던 ‘레드소닉’ 이상호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적 후 상대하는 첫 경기라는 타이틀로 경기 전부터 이상호의 경기 출전 여부가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 황선홍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이상호의 의욕 과잉이 걱정되어 진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상호는 어느 슈퍼매치보다 넘치는 의욕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레드 소닉을 결국 일을 내는 데 성공했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윤일록의 슈팅을 오른발로 살짝 방향만 바꾸어 스코어를 원점으로 돌렸다. 득점 직후 이상호를 기세를 올려 역전 골을 여러 차례 노렸지만,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다. 팀이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이상호는 ‘관심’을 ‘역사’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K리그에 잊히지 않을 이야기를 남겼다.

1. 2015/4/18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7R 수원 5-1 서울 (2득점)
수원으로서도 이상호 개인으로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여느 슈퍼매치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승부 속에 1~2골 차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겨나갔다. 수원은 김용대 골키퍼가 지키는 서울의 골문에 무려 5골을 퍼부으면서 슈퍼매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수원과 서울의 이름으로 열린 슈퍼매치에서 4골 차 승부는 이 경기가 유일하다. 이 명승부에서 이상호는 2골을 터트리며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전반 22분 정대세의 헤딩 패스를 골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올린 이상호는 5분 뒤 서울의 골대를 맞추며 대승의 서막을 알렸다. 후반 7분에는 염기훈의 코너킥을 엄청난 헤더로 연결하며 팀의 세 번째 골을 안기면서 슈퍼매치에 강한 선수라는 것을 축구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hanno@sports-g.com

[영상 제공 = 수원삼성,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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