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위기일까.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은 없을까.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약 3개월 남짓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K리그가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3월 4일과 5일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가 일제히 개막합니다. 다들 많이 기다리셨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의 생채시계를 K리그에 맞춰왔던 사람들에게 비시즌 기간은 참을 수 없이 지루할 뿐이겠죠. 물론 때로는 주말에 축구가 아닌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며 주말에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합니다.

이제 그 기다림과 일탈도 끝입니다. 벌써부터 새로운 시즌권과 유니폼을 사놓은 분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시즌 개막이 설렌다는 뜻이겠죠. 아마 3월 4일과 5일 축구팬들의 스케줄은 오직 축구 경기에 포커스를 맞춰놨을 것입니다. 경기 전 이벤트도 즐기고 경기도 보고 경기 끝나고 시원하게 맥주도 한 잔 해야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세상 사는 일이 모두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직장 상사가 "주말에 출근좀 해야겠네"라고 말할 수도 있고 갑자기 부모님이 "봄도 왔는데 가족 여행 한 번 가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전설의 프로모션 영상으로 꼽히는 하이네켄 맥주 광고도 열혈 축구팬들에게 지인들이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자며 그들의 축구 사랑을 막는 것으로 시작하죠.

그래도 축구팬들은 이 난관을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가기 싫은 일은 대한민국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이해 해준다는 "오늘 저희 집 제사여서요…"라는 멘트를 날리면 됩니다. 물론 TV 중계에 잡히고 그 모습을 직장 상사가 보게 된다면 뒷일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급의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썸남이나 썸녀가 하필 그날 데이트를 하자고 한다면 말이죠.

이는 축구팬들이 주기적으로 토로하는 고민입니다. '그깟 축구가 뭐라고 연애를 망치냐'며 당당히 영화관이나 카페로 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기본적으로 K리그를 정말 좋아하는 축구팬이라면 고민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고민에 빠진 분들에게 있어서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역시 '함께 축구장에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통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非축구팬'과 연애에 성공한 여러 축구팬 연애 고수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축구팬 난제 중 하나인 '썸타는 그 사람과 축구장 가는 법'에 대해 조언을 드리려고 합니다.

1. 먼저 상대의 'K리그 이해도'를 파악하라

첫 탐색전과도 같습니다. 먼저 상대가 축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K리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카톡이나 문자로 "너 K리그 좋아해?"라고 대뜸 물어보지는 맙시다. '덕밍아웃'은 살며시 그리고 은밀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들이대면 호감도가 오르다가도 뚝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축구 얘기로 시작합시다. "나는 오늘 맨유 경기 있다길래 보고 자려고"와 같이 맨유, 바르사, 레알 등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해외의 '국민 구단' 얘기로 시작합시다. 상대가 관심을 보인다면 충분히 대화한 이후 "K리그는 본 적 있어?"라고 주제를 K리그로 넘겨봅시다.

이 때 관심을 보이거나 "나도 한 번 보러가고 싶어"라고 말하면 일단 첫 번째 단계는 통과입니다. 만일 "K리그 그거 재미 없는데 왜봐?"라고 말하거나 "거기 박지성 나와?"라고 물어본다면 어차피 사귀어도 곧 헤어질 운명이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분명 한 번은 싸웁니다.

2. 축구장은 '데이트의 일부'일 뿐이다

그 또는 그녀가 관심을 보인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축구 보러 갈래?'라고 말해볼 차례입니다. 사실 상대가 관심을 보인다면 성공률은 꽤 높을 겁니다. 하지만 절대 성급해지면 안됩니다. 상대는 결코 우리 수준의 '덕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축구 한 경기를 보기 위해 하루를 투자하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울 팬들은 '영화 보러 가는 길에 축구장 갈래?'라는 궁색한 변명이 정말로 통합니다 ⓒ CGV 공식 홈페이지 캡쳐

가장 좋은 방법은 '데이트 코스 안에 축구장을 넣어라'입니다. 상대에게 '축구장에 가자'가 아니라 '축구장에 들르자'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동선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처에 영화관이나 카페의 위치를 확인하고 맛집은 어디에 있는지 잘 파악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히 준비됐다면 이제는 각자의 설득 능력에 달렸습니다. 성공률이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명 고수들은 이야기합니다. 특히 개막전에는 각 구단이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준비합니다. 설득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죠.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이해 시킨다면 여러분의 꿈은 결국 현실로 다가오게 됩니다.

3. 명심하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 이제 여러분들은 썸타는 그 사람과 축구장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같이 축구장만 갔다가 인연을 끝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축구장에 같이 간다고 그 사람이 바로 서포터가 될 리는 없습니다. 특히 축구장 직관이나 K리그가 처음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은 문화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큽니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코디입니다. 축구장에 간다고 신나는 마음에 유니폼을 준비하지는 맙시다. 그저 데이트할 때 입는 복장을 그대로 유지합시다. 머플러나 무릎 담요가 있다면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응원용이 아닌 상대의 보온용으로 활용합시다. 축구장에 입장 하자마자 유니폼으로 갈아 입는다면 상대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릴 것입니다.

첫 축구장 데이트인 만큼 우리에게 가장 신나는 자리인 서포터석도 이날 만큼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카드섹션도 들고 있는 사람은 팔이 아프지 그 장면이 멋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습니다. 경기장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일반석이나 커플이 함께할 수 있는 치킨석 등 각 구단의 특색 있는 좌석을 추천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K리그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 그 사람과 헤어질 수 있는 마법의 한 마디, "오프사이드 알아?"

앞서 상대를 배려하라고 했다고 속칭 '꼰대질'을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프사이드 알아?"입니다. 만약 상대가 오프사이드를 모른다 하더라도 이를 설명하는 동안 이미 당신에 대한 호감도는 땅으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괜히 '지식 자랑'도 하지 맙시다. A선수의 통산 득점이나 B구단의 과거 우승 기록은 적어도 당신의 데이트에서는 필요 없습니다.

서울 팬들은 '영화 보러 가는 길에 축구장 갈래?'라는 궁색한 변명이 정말로 통합니다 ⓒ CGV 공식 홈페이지 캡쳐

대신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서포터의 퍼포먼스를 즐기고 관중들의 솔직한 반응들을 함께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K리그 경기장 안에는 의외로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수천, 수만 명이 동시에 내지르는 함성은 어디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장관입니다. 조금 더 축구장에 많이 와봤던 유경험자로서 상대가 놓치고 있는 좋은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이제 남은 것은 여러분의 몫

4번까지 완료했다면 여러분들은 '썸타는 그 사람과 축구장에 가기'라는 미션을 성공했을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연애의 시작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축구장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면 호감도가 올라가고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호감도가 줄어들 것입니다.

만일 1번부터 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개막전이 끝난 저녁으로 약속을 미루길 추천합니다. 다만 낮에 왜 시간이 없고 돌아오는 길에 왜 목이 쉬어있는지 변명거리를 고안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여러 연애 고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축구장에 가고 안가고가 연애 여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는 그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가기 싫은 축구장도 웃으면서 갈 수 있는 거고, 누구는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그 사람과 축구장 데이트에 갈 수도 있어요. 물론 거기서 좋은 경험을 하면 플러스 요소고 나쁜 경험을 하면 마이너스 요소겠죠. 하지만 축구장 데이트 하나 가지고는 연애를 좌우할 수 없어요. 결국은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보는 것이겠죠. 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안된다, 오케이?"

봄이 조금씩 다가오면서 2017 K리그 시즌이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합니다. 봄날의 K리그와 함께 여러분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