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SEMBLE NOUS SOMMES INVINCIBLES", 함께라면 우리는 최강이다. ⓒ파리생제르망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지난 15일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파리생제르망과 바르셀로나의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PSG는 축구에서의 압도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며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제압했다. PSG는 2017년에만 10경기에서 9승1무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모습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PSG는 2011년 카타르 자본에 인수된 이후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해왔지만 리그앙에서의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4년 연속 8강에 그쳤다. 매년 또 다른 한계에 부딪히며 탈락했기 때문에 올해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불가능하게만 보였다. 게다가 올시즌 PSG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다비드 루이즈가 떠나며 리그에서마저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고 16강에서 만난 상대는 바르셀로나였다.

경기 전 PSG엔 두 가지의 불안함이 존재했다. 주전으로 활약한 티아고 모타와 티아고 실바가 각각 경고누적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미드필더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아드리앙 라비오가 있어 괜찮았지만 문제는 센터백이였다. 주로 컵대회에서만 모습을 보였던 유망주 프레스넬 킴펨베가 실바를 대신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발목 부상을 입은 알레이스 비달을 제외하면 전력에 누수가 없었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부상에서 복귀하며 천군만마를 얻은 상태였다.

초반부터 기세를 잡은 PSG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PSG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에딘손 카바니를 비롯한 PSG의 공격진은 전방에서부터 바르셀로나를 강하게 압박했고 이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후방 빌드업에 제한이 생기며 초반부터 흔들렸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마르코 베라티와 라비오, 블레이즈 마투이디는 자신감을 찾아갔고 중원싸움에서 밀린 바르셀로나는 계속해서 위협적인 상황을 허용했다. 그리고 PSG는 전반 18분 앙헬 디 마리아가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좋은 분위기에서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함께 출전한 이니에스타와 안드레 고메스도 수비적인 역할에서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은 PSG의 공격진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상황이 경기 내내 펼쳐졌다.

부스케츠가 공간을 확인했을 때 드락슬러는 측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커버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부스케츠가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드락슬러는 빈 공간으로 침투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부스케츠의 커버 속도가 조금만 빨라서 5m만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면 디 마리아는 드락슬러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올시즌 PSG 공격진의 재능은 특별하다. 특히 율리안 드락슬러와 디 마리아는 다양한 상황과 기회를 만들어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느슨한 압박의 틈을 놓치지 않으며 수차례 바르셀로나를 위협했다. PSG의 기세는 선제골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높은 위치에서부터 더욱 강하게 바르셀로나를 압박했다. 이날 PSG의 압박은 주로 하프라인 바로 위쪽에서 시작됐는데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 고메스는 이 압박을 전혀 풀어내지 못했다. 이들은 그저 PSG 선수들을 뒤좇으며 체력만 소진했고 베라티와 라비오로 하여금 자신들의 어느 지점을 공략해야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 전진에 제한이 생긴 바르셀로나는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갔다.

축구에서 분위기를 좌우하는 유일한 요소는 득점

선제골을 허용한 바르셀로나는 전반20분 이후 서서히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의 리듬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공격진을 향하는 전진 패스의 질은 부족했다. 이로 인해 리오넬 메시가 점점 후방으로 내려와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PSG의 미드필더들은 이러한 바르셀로나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했다. 아래에서의 메시는 위에서보다 덜 위협적이라 판단하고 메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후방에서 일차적인 빌드업을 도와 공격을 풀어나가려 했던 메시는 오히려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을 빼앗겼고 결국 추가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부스케츠가 공간을 확인했을 때 드락슬러는 측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커버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부스케츠가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드락슬러는 빈 공간으로 침투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부스케츠의 커버 속도가 조금만 빨라서 5m만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면 디 마리아는 드락슬러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축구에서 분위기를 좌우하는 유일한 요소는 득점이다. 그리고 득점의 기회는 바르셀로나에게도 있었다.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유일하게 위협적이었던 네이마르는 전반27분 위협적인 돌파 후 고메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고메즈는 일대일 상황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드락슬러가 같은 위치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는 완전히 PSG쪽으로 가져온 것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투쟁심이 차이를 가르다

공격의 속도를 지연하는 방법에는 주로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상대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는 장소에 위치하여 전진 패스의 투입을 저지함으로써 공격의 속도를 늦추는 지역방어. 그리고 공을 잡은 선수를 밀거나 잡아당겨 밸런스를 흐트러뜨림으로써 그 선수의 드리블이나 패스를 방해하는 방법이 있다. PSG는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며 바르셀로나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베라티와 마투이디, 라비오는 중앙에서 거칠고 과감한 태클로 투쟁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압박과 방해를 받는 선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평소 저지르지 않던 실수를 범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수차례 간단한 패스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방에서는 투쟁심으로 그리고 하프라인 아래에서는 빈틈없는 지역방어로 무장한 PSG는 신체와 정신 모든 부분에서 바르셀로나를 지배했다.

부스케츠가 공간을 확인했을 때 드락슬러는 측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커버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부스케츠가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드락슬러는 빈 공간으로 침투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부스케츠의 커버 속도가 조금만 빨라서 5m만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면 디 마리아는 드락슬러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리오넬 메시의 부족한 수비가담 능력은 불균형을 초래했다. 메시가 위치한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측면에서 세르히오 로베르토는 드락슬러와 라이빈 퀴르자와의 대결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로베르토는 공격보다 수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고 바르셀로나는 한쪽 측면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동기부여를 통해 전진한 PSG와 달리 바르셀로나는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

월드클래스의 자질

최고 수준 선수들의 특징은 상황에 대한 인식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파악한다는 점이다. 이날 베라티는 자신이 월드클래스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베라티는 전반 중반이 지나며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진이 평소와 달리 많은 공간을 허용하고 있음을 빠르게 파악했다. 그리고 공을 잡을 때면 지체 없이 바르셀로나의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 위치한 디 마리아와 드락슬러에게 전진패스를 투입하며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부스케츠가 공간을 확인했을 때 드락슬러는 측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커버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부스케츠가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드락슬러는 빈 공간으로 침투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부스케츠의 커버 속도가 조금만 빨라서 5m만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면 디 마리아는 드락슬러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라비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라비오는 뛰어난 예측력으로 바르셀로나의 패스를 계속해서 끊어냈다. 화려하진 않지만 훌륭한 기본기로 영리하게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벗어나왔다. 올시즌 신체적인 강인함까지 갖추며 공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과거 엄마를 통해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했던 연약한 모습의 라비오는 어느덧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수로 성장해있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그들 수준이라면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를 반복했다. 선수라면 경기에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법이지만 실수에 대한 빠른 인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능력을 발휘 했어야 했다. 과거 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더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이론의 정석은 바르셀로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어떤 누구도 알맞은 위치에서 퀴르자와의 역습의 속도를 저지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세 번째 실점으로 연결됐다. 디마리아 수준의 선수에게 저 정도 위치에서의 공간과 시간을 허용하는 것은 득점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바르셀로나는 알면서도 저지하지 못했다. 아니 저지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와 PSG의 2차전 경기는 다가오는 3월 9일 펼쳐진다. 지난 1차전 경기를 앞두고 부상에서 복귀하며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의 입장에선 몸 상태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다만 1차전과 같은 경기력을 반복한다면 이들은 더 이상 월드클래스 선수가 아니다. 4점차의 경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바르셀로나의 운명은 이들에게 달렸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