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명재영 기자]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통하는 시대다. 이 흐름은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이 현상은 프로축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나 언론의 기사가 소통의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다양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정보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SNS 시대가 열린 K리그의 2017년은 어떠한지 살펴봤다.

페이스북이 대세, 뒤쫓는 인스타그램

미디어렙 전문업체 ‘DMC미디어’의 2016년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된 SNS는 페이스북(Facebook)이다. <스포츠니어스>의 취재 결과, 2017시즌 K리그에 참가하는 22개 구단 모두가 페이스북을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이용자 수와 가장 폭넓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예외 없이 낙점받은 것이다. 지난 5일을 기준으로 22개 구단의 합계 팔로워 수는 515,303명이었다. 2016년 K리그(클래식, 챌린지 합계 2,130,239명) 관중 수의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프로축구연맹 계정과 비공식 채널을 합산하면 그 수치는 더 올라간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구단은 2016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인 FC서울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 유일하게 10만 명 고지를 돌파한 서울은 지금 이 시각에도 무서운 속도로 팔로워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명가인 수원삼성과 전북현대, 울산현대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서울이랜드다. 2014년 창단해 아직 K리그 챌린지에 머물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만큼은 무서운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은 구단의 운영 방침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구단 홈페이지와 거의 동등한 위상을 가지는 페이스북 다음으로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사진과 짤막한 영상 위주로 채워지는 인스타그램은 무거움을 덜하고 더욱 자유스러운 형식으로 중계방송, 기사 등에서 접할 수 없는 콘텐츠를 채워나갈 수 있어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40자의 단문 글이 특징인 트위터(Twitter)는 한때 페이스북과 거의 동등한 위상에 있었으나 최근 국내 이용자 수가 급감함에 따라 각 구단도 운영을 멈추는 추세다. 지난 8일 프로축구연맹이 공식 계정의 운영 중단을 공지한 것이 상징적이다.

성적과 완성도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SNS 무대에서 파급력, 신속성,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구단은 역시 FC서울이다. FC서울의 SNS 디자인 감각은 최상급으로 꼽힌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질 역시 빼어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골뒷캠’이다. 자체적인 카메라를 경기마다 골대에 설치해 중계 영상으로는 볼 수 없는 경기장의 생생한 모습을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외에 영입/이적 선수의 인사말, 다양한 이벤트로 디펜딩 챔피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FC서울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제때 팬들에게 제공된다는 것이다. 골뒷캠이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의 경우는 경기 종료 후 거의 동시에 업로드가 이뤄진다. 최근 각 구단 내에서는 경기 전ㆍ후로 비어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를테면 경기장에 도착해 킥오프까지 남는 시간과 경기가 끝난 후 귀가할 때까지의 시간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간을 구단이 잘 활용한다면 마케팅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은 타 구단보다 한 발 더 앞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프리시즌 동안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서울이 성적과 인기를 다 가져갔다면 성적은 크게 좋지 않았으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구단이 있다. 바로 인천유나이티드다. 인천은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0위를 기록해 기적적으로 강등을 면했다. 평균 관중 또한 6,053명으로 리그 평균인 7,872명에 못 미쳤다. 이러한 모습과 반대로 팬들 사이에서는 ‘요즘 인천이 일을 잘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바로 활발한 SNS 운영 덕분이다. 인천은 이번 동계훈련 기간 중 가장 많은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보통 이 시기는 비수기로 꼽히지만, 인천은 마치 선수단과 같이 전지훈련에 동참한 느낌을 주는 콘텐츠들을 팬들에게 선보이며 ‘K리그에도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냈다.

서울이랜드 또한 마찬가지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SNS를 통해 매일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침편지’다. 서울이랜드는 페이스북을 통해 창단 이래로 팬들의 의문사항이나 구단의 상황 등 다양한 소식을 창단 OOO일째 아침편지라는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가장 꾸준하고 모범적인 소통 사례다. 팬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선수단의 변동 사항 또한 시시각각 전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합격, 그러나 더 나아가야 한다

각 구단의 인기에 따라 파급력은 다르지만 대체로 거의 모든 구단이 SNS로 팬들과의 소통에 다가가려는 모습이 확인됐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할 때 현재까지의 성취는 외연 확장보다는 내부 단결에 더 가깝다. 이미 확보된 팬들에 대한 사후 관리(A/S)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많은 축구계 관계자는 SNS를 넘어 포털 사이트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포털 사이트에서의 노출을 확대해 팬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는 제휴 형식으로 적지 않은 구단이 자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체계적인 활용은 미비한 실정이다. 모든 것이 포털에서 시작하는 국내 온라인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구체적인 활용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된 시점에서 구단 미디어가 소매를 걷고 본격적으로 이 판에 나선다면 기존에 없었던 마케팅의 장이 열릴 수 있다. 중계방송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온라인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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