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시민구단이 만들어낸 가장 핫한 콘텐츠, 깃발전쟁 ⓒ 성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정말 '경기도 컵'은 생겨날 수 있을까요?

요즘 K리그 경기도권 시민구단 구단주(시장)들 사이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구단 컵'입니다. 처음에는 K리그 성적으로 경쟁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지금은 아예 독립된 대회를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13일 김만수 부천 구단주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는 "시민구단끼리 토너먼트 리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라며 "1부, 2부, 3부를 가리지 말고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끼리 FA 토너먼트전을 하는 겁니다. 부천과 인천, 부천과 시흥이 붙으면 재밌겠죠. 한국축구 저변 확대에도 좋고. 우선 2월 안에 시민구단 협의회를 발족하려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제종길 시장의 아이디어를 김만수 시장이 구체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 김만수 페이스북

그의 제안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2월 안에 시민구단 협의회를 발족하고, 장기적으로 수도권 내 시민구단의 최강을 가리는 토너먼트 대회를 열자는 것이죠. 제종길 안산시장(안산 그리너스 구단주)이 "K리그 챌린지 소속의 경기도 팀들을 모아 '경기도 컵'을 열자"는 제안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로 보입니다.

제 시장과 김 시장의 제안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시민구단 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죠. 일단 김 시장의 말대로 2월 안에 시민구단 협의회가 발족 된다면 '경기도 컵', 또는 '수도권 컵'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전에 정말로 이것이 현실화될 수 있을 지 한 번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제안했던 내용이 일부 차이가 있어 고민의 기준은 김 시장의 제안으로 했습니다.

만일 '경기도 컵'이 탄생한다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1, 2, 3부리그를 통틀어서 토너먼트 대회를 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몇 개의 팀에 참가 자격이 주어질까요? 김 시장의 제안을 살펴보면 대상은 경기도가 아닌 수도권인 것으로 보입니다. '부천과 인천'이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죠. 그렇다면 팀 수는 더 늘어나게 됩니다. 서울에 둥지를 틀고 있는 팀들까지 참가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계산을 해보니 19팀이 나옵니다. K리그 클래식 1팀(인천), K리그 챌린지 5팀(성남, 수원FC, 안산, 부천, 안양), K3리그 어드밴스 7팀(포천, 김포, 양주, 이천, 파주, 화성, 양평), K3리그 베이직 6팀(시흥, 중랑, 서울 유나이티드, 고양, 의정부, 평택)입니다. 서울과 인천에 속한 3팀을 제외하면 16팀으로 토너먼트 대회의 구색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만일 이 이야기가 현실화될 경우 개최 시기는 2월 쯤이 되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현실적으로 리그가 진행되는 시즌 중에는 불가능하고, 연말이나 1월은 날씨 문제가 발목을 잡습니다. 물론 2월 역시 추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실제로 많은 구단들이 2월이 되면 마무리 훈련이나 연습경기를 위해 한국 남부 지방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죠.

명분도 나름 있습니다. 현재 리그 개막 전 프로 팀들의 프리시즌 매치를 한국에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외, 그리고 아시아에서도 프리시즌 매치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홍콩 구정컵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통영컵과 같은 대회가 있었지만 하나 둘씩 사라지더니 어느덧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왔습니다. 결국 프리시즌이 굉장히 심심해졌습니다. K리그 팬들에게 이런 대회는 또다른 재밌는 볼 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 컵'에 현실적 고민은 있었을까?

하지만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제안이 현실화될 경우 거의 16개 팀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대회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써야 합니다. 따라서 김 시장의 제안은 심도 있게 추진하더라도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꽤 많거든요.

제종길 시장의 아이디어를 김만수 시장이 구체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 김만수 페이스북

가장 큰 고민거리는 '돈'입니다. 정기적으로 참가해야 할 대회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은 운영비가 함께 늘어난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연습 경기 잡는 비용을 대회 비용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느냐'란 이야기 또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습 경기와 정식 대회의 비용은 엄연히 다릅니다. '혈세 낭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시민구단들이 비효율적으로 돈을 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팀들 사이에는 엄연한 격차가 존재합니다. 경기력 차이도 있겠지만 돈의 차이도 존재합니다. 일부 K3리그 구단들 중에서는 대회 참석 자체가 버거울 정도로 열악한 재정 상태인 팀이 있습니다. 홈 앤 어웨이일 경우 홈 경기 개최 비용이, 제 3지역 경기일 경우 체류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하실 수 있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축구 한 경기 하기 쉽지 않은 구단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제안은 아직 장밋빛 꿈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돈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구단주들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선수단이 리그 일정이 아닌 대회 일정에 맞춰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2월의 수도권은 축구 경기에 비교적 적합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제 3지역에서 개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흥행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에 '프리시즌 매치'의 부활을 꿈꾸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안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무언가 K리그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이야깃거리를 풍부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를 만들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K리그가 대중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냉정한 눈길로 지켜봐야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정치인이 주목을 끌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한지, 아니면 정말로 K리그와 경기도 지역의 축구 팀을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 후 결정한 것인지 계속해서 바라봐야 합니다. 이런 식의 제안이 수도없이 나왔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홍콩 구정컵과 같은 프리시즌 매치가 우리나라에도 생기기를 바랍니다. 많은 K리그 구단들이 다양한 이벤트와 팬 초청 행사 등을 통해 프리시즌을 조금 더 재밌게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축구보다 나을 수는 없겠지요. 적어도 연습 경기 하나를 치르더라도 팬들에게 흥미를 줄 만한 이벤트로 포장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김만수 구단주의 제안을 곱씹으며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의 아세안 투어, 우라와 레즈(일본)의 사이타마 시티컵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부디 그들의 제안이 건설적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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